[Review] 예술의 일상화를 불러오다 -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 [전시]

당신은 몰랐을 수도 있지만, 이미 당신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을지 모르는
글 입력 2023.04.1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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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 팝아트란?


 

영국의 팝아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매스미디어와 새로운 기술들의 발달과 함께 1950년대 젊은 예술가와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등장했다. 이들은 예술과 문화가 어떠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가치에 도전하며 음악, 할리우드 영화, 패션, 광고, 만화 등의 대중문화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였고, 1960년대 런던의 상징이 되었다.

 

당시의 런던의 사회 분위기는 채도 높게 알록달록하고 에너지 넘쳤다. '스윙잉 런던(Swinging London)'은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우울하던 흑백도시에서 1950년대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사회적, 문화적 급변을 겪는 영국의 런던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비틀즈, 롤링스톤즈 등의 음악가들, 디스코, 히피 문화, 여성 국무장관 최초 취임, 미니스커트의 유행, 동성애의 비범죄화 등의 키워드로 대표된다는 것만 보아도 그 자유로움과 혁신적임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전의 영국은 진중함과 대영제국 등의 키워드로 대표되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러한 변화의 역동성이 더욱 잘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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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1967년 런던의 사이키델릭 패션/ 출처: 핀터레스트

(*사이키델릭 록: 환각 상태에 빠진 듯한 몽환적이고 몽롱한 분위기를 주는 록 음악, 히피문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DDP 뮤지엄에서 진행 중인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 전시에서는 당시 예술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으며, 오늘날의 대중문화와 예술에도 영감을 주고 있는 15인의 영국 팝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영국의 대표 예술가이자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고 유명한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살아있는 역사라 불리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은 60여 점 전시하고 있다.

   

 

<전시개요>

섹션.1 1960s Swinging London

섹션.2 인디펜던트 그룹

섹션.3 팝 아트의 창시자 리차드 해밀턴

섹션.4 대중문화와 팝 아트

섹션.5 브리티시 팝 아티스트 I

섹션.6 Swimming Pool

섹션.7 데이비드 호크니와 물

섹션.8 팝아트가 사랑한 인쇄술

섹션.9 브리티시 팝 아티스트 II

섹션.10 이 시대 가장 사랑받는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 

 

 

 

브리티시 팝아트의 시초, 인디펜던트 그룹


 

브리티시 팝아트는 근대주의에서 벗어나려고 했다는 점에서 탈근대주의, 즉 포스트모더니즘의 경향을 보이는데, 이를 주도한 것은 1950년대 결성된 인디펜던트 그룹(Independent Group)이다. 말 그대로 ‘독립된 그룹’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예술 그룹은 전통 예술에서 벗어나 독립된 모임을 형성했다.

 

독특한 점은 인디펜던트 그룹이 화가, 조각가 등의 예술가뿐만 아니라 건축가, 작가, 과학자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인디펜던트 그룹은 예술을 위한 예술보다는 우리의 삶과 긴밀히 연결된 상업, 정치, 과학 기술과 예술의 관계를 조망하며 예술의 일상화를 통해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서의 예술을 추구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인디펜던트 그룹은 전통 예술로부터 ‘독립’되어 대중 매체와 신기술들과 영향을 주고받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에 대한 개념을 탐구했다. 전시를 기획하고 참여하기도 했는데 그 첫 전시인 전시회는 기술과 과학, 자본주의 등의 현대 문화와 사회에 대한 가능성과 설렘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에 대한 풍자나 비판을 통해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이 전시회는 파격적인 전시였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천 명 이상의 많은 관람객을 모았다고 한다.

 

 

 

팝아트, 예술의 일상화를 불러오다


  

팝 아트를 대표하는 기법은 콜라주 기법으로 인디펜던트 그룹의 창립 멤버이자 데이비드 호크니의 선생님이기도 한 리처드 해밀턴은 잡지, 만화, 영화, 광고, 제품 포장지 등 대중적인 이미지를 콜라주로 통합하여 새로운 메시지를 만들어 냈다. 콜라주 기법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미술 수업 시간에 자주 경험했기에 친숙한 기법이다. 잡지나 신문에서 마음에 드는 것들을 오려서 내가 원하는 이미지가 될 때까지 마구 겹쳐 붙이며 만족감을 느꼈던 감정이 떠오른다.


리처드 해밀턴은 팝아트란 ‘대중적이고, 단기적이고, 소모적이고, 저비용으로, 대량 생산되며, 젊고, 위트있고, 섹시하고, 요염하고, 매력적인, 빅비즈니스’라고 정의했다. 이와 걸맞게 인쇄와 판화를 매체로 저렴한 비용으로 여러 장의 작품을 제작하고 더 많은 대중이 접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이미지를 조작하는 새로운 방식을 사용하기도 했다.

 

팝 아티스트들은 페스티벌 포스터나 음악가들의 앨범 커버와 가사집, 잡지 표지를 디자인하고 아트디렉팅을 담당하는 등 대중문화와 함께 협업하며 문화예술인들끼리의 교류를 활발히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교류는 예술이라는 상위 문화와 대중 매체라는 하위문화의 경계를 없애며 일반 대중 또한 뮤지션의 앨범, 공연 포스터, 잡지 등을 구매하는 것으로 예술 작품을 소유하게 되는 예술의 일상화를 불러왔다.

 

 

 

현대미술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 


  

필자는 데이비드 호크니를 맑고 다채로운 색감의 아이패드 드로잉으로 먼저 알고 있었다. 풍경과 주변 사람들, 주변 사물을 그만의 시선으로 담아낸 생생한 그림들이 캔버스가 아닌 아이패드에, 또 붓이 아닌 소프트웨어 브러쉬로 그려진 것을 봤을 때 왜인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의 예술가가 한 명 더 생긴 것 같은 마음에 설렜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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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13일 잡지 'The Newyorker'의 표지. 데이비드 호크니의 아이패드 드로잉

 

 

그는 1937년생으로 1960년대 1970년대 팝아트 운동에 큰 기여를 했지만 그 시대나 하나의 기법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하는 기술과 사회에 따라 자신의 독창적인 상상력을 발휘한다. 회화를 비롯해 판화, 무대 등 건축 디자인, 카메라 영화 제작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을 이어왔는데, 특히 폴라로이드 사진부터 팩스를 매체로 다양한 기법을 실험하거나 오늘날 아래의 사진과 같은 몰입형 전시를 시도하는 등 예술계의 선구자적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몰입형 전시는 직접 눈으로 감상해야 느낄 수 있는 예술작품을 왜곡하고, 감상이 아닌 '셀피'의 장이 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평론가들에게 비판받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데이비드 호크니는 자신이 지금까지 해왔던 실험적인 작품 활동과 탐구의 연장선이라고 이야기했다. 예술의 일상화를 불러온 팝아트, 그 중심에 있던 호크니스러운 답변이지 않은가? 이번 전시에서도 규모는 조금 작지만 아래 사진과 비슷한 공간의 전시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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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Lightroom에서 열린 몰입형 전시, 호크니의 ‘1982년 3월 31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수영하는 그레고리’

/ 출처: Lightroom 홈페이지

 

 

 

브리티시 팝아트와 나

 

전시를 관람하며 '우와, 이거 내 취향인데..'싶은 작품이 정말 많았다. 지금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힙한 작품들에 눈을 떼기 힘들었다. 당시의 패션, 가치관, 예술 작품 그리고 문화가 그만큼 우리 일상에, 취향에, 우리의 문화에 이미 녹진하게 퍼져있다는 뜻일거다. 

 

어디에서 온지도 모르는 채 내 몸에 존재하고 있는 나의 예술적 취향들은 또 무엇이 있을까? 때론 전시 관람이 나를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어색한 문화, 어색한 전시이더라도 일단 경험해본다면 내 취향이었다는 것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전시는 7월 23일까지 계속되며 전시장 곳곳이 포토존으로 만들어져 있기에 추억을 남기기에도 좋다. 다만 작품과 공간을 두 눈과 몸으로 느끼고 즐기고 있는 관람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슬쩍 슬쩍 눈치껏 찍는 것은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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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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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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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gh hill
    • 언제나 깊은 식견과 혀안으로 대중을 예술과 연결해 주시는 권현정 작가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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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healskahi
    • 이해하기 쉽게 쓴 유익한 글에 놀랐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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