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SPLASH! 브리티시 팝 아트로 빠져드는 소리 – 데이비트 호크니 & 브리티시 팝 아트 [미술/전시]

전시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 아트>를 감상하며
글 입력 2023.04.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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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개


 

‘Swinging London’은 1960년대 사회적, 문화적으로 급변하는 시기의 활기차고 에너지 가득한 영국 런던 모습을 나타내는 말이다. 역동적이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영국의 젊은 아티스트들은 광고, 영화, 사진 같은 대중문화의 요소들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드리며, 전통적인 가치와 태도에 도전하고자 하였다.

 

그들의 대담하고 다채로운 작품들은 그 시대를 정의할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대중문화와 예술계에도 영감을 준다.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새로운 세대에 계속해서 만연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살아있는 현대미술의 역사 데이비드 호크니와 영국의 팝 아트 문화를 만들어간 전설적인 팝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은 2023년 서울로 ‘Swinging London’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가져다줄 것이다.

  

한국과 영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60여 점을 포함해 비롯한 영국 팝 아티스트 14인의 오리지널 작품, 판화, 사진, 포스터, 영상 등 150여점이 23년 3월 23일부터 7월 2일까지 DDP 뮤지엄 전시1관(지하2층, 배움터)에서 전시된다.

 

 

 

# 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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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물이 다른 어느 물보다도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말이다. 수영장 물이 다른 어느 물보다도 변화무쌍하다니 이해가 되지 않을 땐, 수영장 바닥과 바다를 비교하여 살펴보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영장의 바닥은 항상 파랗고, 네모난 형태를 띠고 있다. 흔히 우리가 부르는 목욕탕 바닥처럼 파란색 타일들이 흰색 띠로 둘러져 있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모여있는 물이라는 액체 그리고 그 물들을 담는 그릇인 수영장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그럼 바다는 어떨까? 우선 바다는 물들이 한계를 느끼지 않는다. 정해진 그릇이 없기 때문이다. 파도치고 넘실거리며 모래와 바위를 침식시킨다.

 

그렇다면 바다의 물이 훨씬 더 변화무쌍하지 않을까? 왜 데이비드 호크니는 수영장의 물이 다른 어느 물보다도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이야기한 것일까.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을 살펴보면 그 답을 어느 정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수영장 물은 인공적 지점과 자연적 지점이 상호 소통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수영장의 바닥은 시멘트로 만들고 페인트로 색을 칠하기에 물이 파란색을 입은 듯 인공적인 모습이 눈에 띈다. 물은 색깔이 없다. 그러나 인간이 칠한 파란색 페인트로 인해 마치 그 안에서 수영하는 우리가 물이 파란색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수영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물은 당연히 파란색이지!”라는 생각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바다를 그릴 때도, 하천을 그릴 때도 우리는 파란색 색연필을 꺼내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수영장 물의 자연적인 지점은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 그 답은 하늘로부터 온다. 바로 ‘빛’이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이 ‘빛’의 지점에 주목했다. 하늘에서 오는 햇빛이 수영장 물 표면에 비칠 때 마법이 일어난다. 물줄기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생명력을 품게 된 것처럼 일렁인다. 수영장 물은 투명하기 때문에 햇빛으로 인해 선 스펙트럼을 볼 수 있게 되기도 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수영하다가 우연히 무지개를 마주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더불어 물이 투명하기에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나의 다리와 몸이 짧게 보이기도, 길게 보이기도 하는 마법이 일어난다. 햇빛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수영장 물은 이렇게 햇빛의 마법에 걸려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낸다. 수면은 바다에 비해 잠잠하기 때문에 변하는 게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햇빛과 바람이라는 다른 요소들에 의해 더 큰 변화가 일어나는 곳이 바로 수영장 물인 것이다.


SPLASH! 누군가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에 빠져들었다. 사람이 수영장 물에 빠짐으로써 만들어지는 일렁거림 그리고 빛이 물에 반사되어 만들어지는 빛의 일렁임이 어우러진다. 수영하는 사람의 모습은 빛이라는 다른 자원에 의해 길게 늘어져 보인다. 덕분에 그림 속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실제 수영 경기를 하는듯한 생동감에 휩싸이게 만든다. 전시회장에 수영복을 안 가져왔기에 망정이지 실제로 들어갈 뻔한 건 비밀로 해주길 바란다. 이렇게 데이비드 호크니가 주목한 자연적인 그리고 인공적인 수영장 물의 지점을 짚어봄으로써 그 어떤 물보다도 변화무쌍하다고 언급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가?

 

개인적으로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보았다. 변화무쌍한 것은 자연뿐만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변화는 늘 사람의 손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는 듯했다. 사람이 먼저 변화하기에 자연이 변하는 것이며 언제나 자연의 변화는 사람의 변화로부터 이끌어진다는 생각까지 떠올리게 되었다. 좋은 변화든 나쁜 변화든 바뀜의 시초는 늘 인간이 아니었을까. 팝 아트는 대중과 매우 가까운 미술이다. 대중이 원하는, 대중이 보고 싶어 하는 미술에 발맞춰 팝 아트는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마치 이 작품은 인간의 변화대로 변화하고 있는 팝 아트 모습을 은근슬쩍 내비친 것은 아닐지 감히 예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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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 팝 아트의 시초인 리처드 해밀턴부터 데이비드 호크니까지. 이 전시는 ‘Swinging London’을 중심으로 당대 영국의 최고의 팝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주로 한다. 이렇게나 많은 이들의 작품을 한 군데에서 볼 수 있다니 종합 선물세트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리티시 팝 아트의 매력을 알게 되어 행복했다. 그들이 추구했던 그리고 앞으로 추구할 브리티시 팝 아트의 미래는 상상조차도 안 될 만큼 넓었다. 관람객들의 니즈를 따라가는 예술이 아닌 점차 관람객들을 따라오게 하는 예술이 더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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