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과학과 시간, 그리고 사랑 – 미래과거시제 [도서]

글 입력 2023.04.0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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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 SF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작가의 대표작이 될 것이다.“

 

"한국 SF가 가진 역량을 대중에게 알린 작가" "과학 소설계에서 '연결'과 '확장'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작가" "상상력의 경계와 한계를 무너뜨린 작가" 등 수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배명훈의 신작 소설집 [미래과거시제]가 출간되었다.

 

[예술과 중력가속도] 이후 7년 만에 펴내는 세 번째 단독 소설집으로, 최근 3년간 팬데믹 시기를 통과하며 집중적으로 집필한 아홉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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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범람하던 시절, SF는 나의 새로운 관심 분야 중 하나였다. 아날로그적 생활 방식이 완전히 뒤바뀌고, 비대면이 대세로 떠오르며 과학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었으니,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당시에는 아트인사이트를 통해서든, 개인적으로든 SF소설을 여러 권 접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넷플릭스의 찜한 콘텐츠에 묵혀두었던 영화 <인터스텔라>도 다시 감상했다. 다양한 콘텐츠 속,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SF라는, 조금은 비현실적인 장르이지만 결국 ‘인간’을 다룬다는 것이다.

 

[“우리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이 바로 우리에게 심오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며 우리가 깊이 감사해야 할 이유가 된다.”] - 칼 세이건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과학을 중시한다는 것과 ‘인간적인 인간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즉, 인간이 과학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과학이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것으로, 인간의 삶 자체가 과학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비인간화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학을 넘어서는 인간의 존재 의의란 무엇일까.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만큼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을까. 삶이 아름다운 이유는 유한하기 때문이요, 유한한 삶의 사랑이야말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가치일 것이다.

 

[“LOVE is the one thing that transcends time and space.”] - 인터스텔라 대사 中

 

인터스텔라는 쿠퍼와 머피, 부녀지간의 사랑을 통해 과학의 의의를 그려낸다. 우주로 떠난 쿠퍼와 지구에 남은 머피는 시간이 엇갈려 머피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재회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알고 있었다.

 

결말이 먹먹하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두 사람 사이에 시공간을 초월하는 ‘사랑’이 있었고, 머피의 죽음 이후에도 있을 것임을 등장인물과 관객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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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터스텔라> 中

 

 

SF 단편소설집 <미래과거시제>의 대표작 ‘미래과거시제’ 또한 시간을 다룬 SF로, 엇갈린 시간 속 사랑을 다루고 있다. 15년 전 떠난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은경은, 튀르키예어를 배우던 중 자신에게 벌어졌던 시간의 엇갈림을 깨닫는다.

 

[이 어미가 사용된 텍스트들을 면밀히 검토해보니 미래시제라고 할 만큼 애매한 용법으로 사용된 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한국어의 ‘-겠-’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용된 말이 아니라, 화자가 과거시제로 말할 때만큼의 경험적인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사용된 어미라는 것.] - p.91

 

튀르키예어에 남아 있는 재미있는 어미는, 마치 영어의 미래완료시제 같기도 하다. 하지만 영어와 다른 점은 미래의 일을 단순히 ‘완료했다’고 가정하는 것이 아닌, ‘과거에 직접 겪은 것처럼’ 확신을 가지고 말한다는 점이다.

 

은경의 첫사랑 강은신은 그런 사람이었다. 은경처럼 시간이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존재, 복잡한 요소를 지우고 단순하게 이해한다면 미래에서 온 시간 여행자일 것이다. 은경은 순리를 따르지만, 강은신은 그렇지 않았다. 모두가 의심 없이 사용하는 과거시제 어미를 ‘불규칙 활용’하는 것처럼.

 

[“그러니까, 시간이 흘러가는 방향에 대한 이야기지? 모든 시간이 한 방향으로 단조롭게 흐르지만은 않았다는 거.”] - p.106

 

은경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강은신을 ‘만남다’. 경험적인 확신을 가질 때 사용하는 어미이니, 두 사람은 만나지 않았지만 만난 상태요, 만날 수밖에 없다. 시간이 엇갈려도 사랑은 존재했으며, 존재할 것이다.

 

과학과 시간, 그리고 사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는 아닐까. 과학의 존재 목적은 인간, 즉 사랑이요, 사랑은 인터스텔라 속 대사처럼 ‘시공간을 초월하는 유일한 것’이니 말이다.

 

 

[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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