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술사의 발자취,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전시]

글 입력 2023.04.03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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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을 파헤친다는 것이 이와 같을까.


피카소, 앤디 워홀, 모딜리아니, 칸딘스키, 샤갈, 잭슨 폴록, 리히텐슈타인...

 

수많은 거장들의 작품을 하루 만에 보는 것이 감사했다. 20세기 예술 경향인 독일 표현주의, 러시안 아방가르드, 초현실주의, 추상 표현주의, 팝아트, 미니멀리즘을 이론상의 설명이 아닌 작품으로 직접 확인하는 순간은 놀라웠다. 미술사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것 같았다.


이 전시가 유독 특별한 이유는 폭넓은 작품들을 루드비히 미술관이 소장하게 된 배경과 작품들을 독일의 정치적 탄압과 분단 및 통합 과정에서 보존한 시민의 역할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루드비히 미술관은 루드비히 부부가 350점의 작품을 기증하여 설립 주축을 확립하였고 이후 특별한 미술관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수집, 기증, 전시를 통해 컬렉터의 공적 역할의 순기능을 보여준 루드비히 부부와 예술가, 시민들의 숭고한 업적에 대해 뜻깊은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1부 독일 모더니즘과 러시안 아방가르드 - 20세기 초 새로운 예술의 표현을 갈구하던 독일의 예술가들 중, 칸딘스키를 중심으로 ‘청기사파’와 ‘다리파’가 생겨났다. 이들은 사실주의와 인상파 화풍에서 벗어나고자 거친 붓 자국과 원색의 과감한 색채를 통해 인간 본성의 순수하고 원시적인 역동성을 표현하는데 주력했다.

 

비슷한 시기에 러시아에서는 러시안 아방가르드로 불리는 예술적 실천과 이론이 확산되고 있었는데, 이는 독일 표현주의와 ‘격변 속 혁신적 표현’이라는 공통분모를 취하나 인습 타파에 대한 접근에 있어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다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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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리 칸딘스키 <흰 붓자국>

 

 

이 작품은 칸딘스키가 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러시아로 귀국한 후에 그려졌다. 일종의 심리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음악의 리듬과 소리가 미술에서의 색채와 형태로도 표현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그려졌다고 한다.


그림을 보면, 추상화된 이미지와 기하학적인 형태가 마치 캔버스에 떠다니는 것 같다. 노가 걸쳐진 배의 형상이 보이기도 하고, 하얀 선을 중심으로 순수한 조형적 요소가 배경을 압도한다. 아르누보의 신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색채가 풍부한 것도 칸딘스키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겠다.

 

2부 피카소와 동시대 거장들 - 루드비히 부부는 모든 피카소 작품과 인연이 있다. 피카소를 주제로 박사 논문을 쓰기도 하고 피카소의 작품을 접한 후부터 작품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가히 이 전시의 주인공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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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피카소, <아티초크를 든 여인>

 

 

피카소는 당대 입체파라는 혁신적인 예술적 접근을 처음으로 보여준 인물이다. 나 또한 피카소만의 자유롭고 신선한 표현에 눈이 휘둥그레지곤 한다. <아티초크를 든 여인>은 루드비히 부부가 처음 마주하게 된 작품이자 전쟁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이다.


스페인 내전과 세계대전의 분위기를 내포하는 만큼 어둡고 불온하다. 여성의 오른손에 중세 타격용 무기인 모르겐슈테른을 연상시키는 아트초크가 잡혀 있고 무릎에 놓인 왼손에는 날카로운 손톱이 자라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배경에 가득 찬 회색은 전장에 피어나는 연기를 연상시킨다. 격렬하게 왜곡된 그로테스크한 여성의 두상은 다수의 피카소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표현이기도 하다. 피카소의 작품을 볼 때마다 항상 느끼는 점은 전쟁의 광경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비참한 전쟁의 암시가 곳곳에서 피어오른다는 점이다.

 

3부 초현실주의부터 추상 표현주의까지 - 20세기 가장 중요한 예술운동인 초현실주의는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몇 년 전 프랑스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의 새로운 회화 운동의 토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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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 폴록, <흑과 백>

 

 

미국 추상 표현주의의 대표적인 화가는 잭슨 폴록이다. 거대한 캔버스를 아래에 두고 역동적인 동작으로 붓질을 소화하는 그의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그에게 있어 액상 도료를 도포하는 방법은 무의식을 창조의 원천으로 한다. 특히 바닥에 펼쳐진 큰 캔버스 전체를 균일하게 덮는 올 오버 스타일과 브러시와 막대기로 페인트를 가져오면서 그리는 드리핑 기법이 특징적이다.


<흑과 백>에서는 드리핑 기법이 확실하게 보인다. 드리핑 기법으로 뿌려진 검은색은 완전히 조절되지 않고 피가 흐르듯 표현되고 있다. 또 곳곳에 인간의 얼굴과 같은 형상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는 보면 볼수록 짙어진다.

 

4부 팝아트와 일상 - 1950년 영국에서 태동하여,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서 번성한 팝아트는 대량소비에서 비롯된 대중문화에 대한 비판을 강조했고, 유일무이한 고유함에 입각한 전통적인 예술의 가치관에 반기를 들며 일상적인 이미지들을 예술적 표현으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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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 올덴버그, <런던 무릎>

 

 

클래스 올덴버그는 팝아트의 중심 작가 중 한 명이다. <런던 무릎>은 올덴버그가 런던에 머물렀을 때, 그곳에서 유행하고 있던 미니스커트와 부츠에서 영감을 받아 비롯되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이 무릎은 유행하는 옷을 입으면서 드러나 사람들의 눈에 띄게 된 여성들의 신체 일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작가는 유행에 따라 일상에 드러난 신체의 일부를 작품화하면서 대량 소비되는 상품, 여성의 신체가 관음의 대상이 되는 것을 비판한다. 이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남성의 엿보기 취미와 여성 해방이라는 역설적 조합’이라고 한다.

 

5부 미니멀리즘 경향 - 미니멀리즘은 일종의 추상미술이면서 형태적으로 극도의 단순함을 지녔으며 의도적으로 표현적 내용을 배제하고 있는 예술 경향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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귄터 워커, <큰 나선 Ⅰ(검은색)과 큰 나선 Ⅱ>

 

 

<큰 나선 Ⅰ(검은색)과 큰 나선 Ⅱ>은 못을 사용한 것이 큰 특징이다. 이러한 형태의 입체 구성은 색채와 서정성에 의거한 회화에 대한 비판과 반대 주장을 담아내었다. 못에 전시장의 조명이 비쳐 그 하나하나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모습이 장관이다. 빛과 그림자의 어우러짐이 복잡한 관계를 완화시키는 것 같다.

 

6부 독일 현대미술과 새로운 동향 - 한층 성장한 현대미술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퍼포먼스 아트, 비디오 이미징 등을 이용하여 국가의 분단과 사회적 이슈를 표현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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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티야 노비츠코바, <근사값(넓적부리황새) / 성장 가능성>

 

 

화살표는 생태계 속 녹색 성장을 비유한 것이다. 초록색 화살에 갇힌 돌은 호박 속에서 모습을 유지하는 고대의 생물을 상기시킨다. 실제로 아크릴 속에 갇힌 벌레와 곤충을 발견하는 게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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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색채와 추상적인 표현을 더하면서 내면을 폭발적으로 드러낸 칸딘스키, 무채색이나 어두운 색채지만 단순한 입체감으로 암울한 분위기를 자아낸 피카소, 몸의 움직임과 페인트의 우연한 효과를 살린 잭슨 폴록,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에 기초한 사회를 발 빠르게 실현한 모습을 비평하는 팝아트 예술가들, 실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재료와 색채로 단순히 담아내는 미니멀리즘 예술가들, 국가 간의 대립과 공존을 둘러싸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현재를 담아낸 현대 미술가들...


강제가 아닌 자발적인 작품 기증이라는 큰 의미 아래, 귀한 관람 기회가 주어졌다. 200년도 채 되지 않은 역사 속 예술을 돌아보며 나는 현재와 미래 예술에 기대를 가질 수 있었다. 앞으로의 지구사적인 서사와 이를 담아낼 예술가, 시민 그리고 컬렉터의 발자취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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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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