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결의 사랑 파헤치기 [도서/문학]

글 입력 2023.04.03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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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람이 끝나고도 영화의 분위기를 온전하게 간직하고 싶다면, 프리즘 오브를 찾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프리즘오브[PRISM OF]’는 ‘프리즘오브 프레스’에서 분기마다 발간하는 영화 관련 잡지이다. 한 호에 한 영화만을 집중적으로 다룬다는 것이 다른 영화잡지와의 차별점이다. 1호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을 시작으로 라라랜드, 중경상림,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까지 총 25호와 특별호들이 발간되었다. 올해는 패왕별희,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펄프 픽션, 러브 레터가 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프리즘오브는 올해 특별호로 <헤어질 결심>을 발간하였다. 해준과 서래의 사랑을 잊지 못하는 많은 이들이 이번 특별호를 찾았고 다시 한번 영화 속의 사랑에 깊이 잠기기를 택했다. 프리즘오브는 해준에게 영원한 미결 사건으로 남고 싶었던 서래의 사랑처럼 독자들의 마음에 오래 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랑의 구성원


 

프리즘오브의 첫 섹션, ‘LIGHT OF’에서는 해준과 서래의 사랑을 구성한 박찬욱 감독과 박해일, 탕웨이, 정서경 작가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1. 비트켄슈타인과 헤어질 결심, 그토록 기묘한 사랑에 관하여

2. 산의 남자와 바다의 여자: 탕웨이와 박해일, 서래와 해준

3. 안개 속에서 만난 여자들 

 

그 처음은 박찬욱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살피며 그의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사랑의 흔적과 과정을 찾아내고 그 사랑에는 결코 ‘사랑’만이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리고 그 쉽지 않은 사랑을 그려낼 인물이 박해일과 탕웨이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속성에서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영화 속 두 인물의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 박해일과 탕웨이가 맡은 그동안의 배역들이 해준과 서래에게 각각 어떤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켰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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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정서경 작가가 그려내는 여성 인물들의 특징을 이야기한다. 정서경 작가가 집필한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 <아가씨> 등의 작품에서 그려지는 각가의 다른 여성 인물들이 서래를 관통하고 있는 공통점을 다룬다. 순탄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어찌 되었든 앞으로 나아가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서래의 토대를 발견할 수 있다.

 

 

 

사랑의 장면


 

두 번째 섹션, ‘PRISM OF’에서는 영화의 장면을 깊이 바라보며 이에 따른 색감, 연출, 대사를 분석한다. 영화에서 각 인물들의 내면을 반영하기 위해 촬영 기법과 소품 활용에 들인 노력들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이다.

 

1. 우리의 윤곽이 허물어질 때

2.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우

3. 참으로 공교롭다, 우리 사이의 막

4. 그 남자는 사랑한다고 말한 적 없었다: <헤어질 결심> 속 말씀의 미학

5.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의심받는 존재로 영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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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에는 유독 눈에 띄는 연출, 촬영 기법이 많이 등장한다. 인물의 관점이 아닌 사물의 관점에서 비치는 형상들, 이동 방향과는 다른 촬영 방향, 대상과의 거리감을 한없이 좁혔다가 한없이 멀게 하는 촬영법, 여러 장면이 하나의 장면처럼 이어지는 컷 등이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더불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색감과 소품, 대사는 관객들에게 ‘헤어질 결심’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작용했다.

 

‘헤어질 결심에’ 유독 n차 관람이 많았던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번 관람을 하면서 관객들은 영화 내부의 새로운 상징성과 세심한 연출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을 것이며 이 과정에서 해준과 서래의 사랑에 좀 더 내밀하게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내고 또 이를 스스로 해석해내는 과정에서 관객들은 ‘헤어질 결심’에 더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영화는 관객들이 초밥을 먹을 때도, 인공눈물을 넣을 때도,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도 ‘헤어질 결심’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사랑의 방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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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섹션, ‘SPECTRUM OF’에서는 영화에 대해 깊숙하게 파고드는 이전의 두 섹션과는 달리 한 걸음 떨어져서 영화를 바라본다. 관객의 시선, 소설의 시선, 타 영화의 시선으로 헤어질 결심을 바라보며 영화가 가지고 있는 다층적인 모습을 끌어낸다.

 

1. 관객 서베이

2. 사랑의 미스디렉션

3. 김승옥과 이봉조의 안개들, 그리고 <헤어질 결심>

4. 미로와 구조의 수수께끼, 마스무라 야스조를 경유하여 <헤어질 결심>에 이르기

5. <헤어질 결심>이 의도하지 않은 '히치콕적임'에 대하여

6. 마침내,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X 손희정 평론가 대담

 

내가 하는 사랑과 남들이 바라보는 내 사랑의 모습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누군가가 나의 사랑을 기억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그들이 보기에 결점이 가득했더라도, 혹은 잘 감춘 결점들을 하나도 보지 못했더라도. 나와 그 사람의 사랑이 하나의 형태로 오래 존재하기를 바란다.

 

‘SPECTRUM OF’에서는 그런 마음이 토대가 된다. 영화와 인물들의 마음을 복제품처럼 느끼는 것이 아닌 각각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헤어질 결심’을 이야기한다. 이 순간에는 해준과 서래의 사랑이 어떠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마다 둘의 사랑의 형태를 다르게 기억해도, 그렇게 기억될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사실 이 섹션이 프리즘오브의 가장 큰 장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영화를 가지고 다양한 주제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 그런 기회와 충분한 장이 마련되었다는 것 자체에서 프리즘오브는 큰 메리트를 가진다.

 

 

 

사랑의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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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호 <헤어질 결심>은 영화가 남긴 모든 흔적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영화의 호흡을 놓치지 않고 독자들에게 전달하며 매 순간을 애정하게 만든다.


이들의 사랑을 파헤치기 위해 읽기 시작했지만, 이들의 사랑에 더욱 침잠될 수밖에 없는 건 왜일까. 어쩌면, 애초부터 파헤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더 깊이 잠식하기 위해 파헤친다는 핑계를 내세운 걸지도 모른다.

 

* 프리즘오브[PRISM OF] 특별호 ‘헤어질 결심’은 현재 프리즘오브 온라인 스토어와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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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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