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춤추는 삶을 사는 그대여, 당신의 '맘마미아!'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공연]

뮤지컬 <맘마미아!>를 관람하고
글 입력 2023.03.3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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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사랑받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제와 내일 사이 끊임없이 방황해야 하는 오늘이기에, 두 발을 부지런히 굴려봐도 따라잡기 힘든 세상이라서 때론 ‘영원’을 의심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찾아온다. 작품 하나가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넘어 이리 오랜 기간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뮤지컬, 전 세계 6천5백만 명을 감동시킨 <맘마미아!>가 3년 만에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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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4월 6일 런던 프린스 에드워드 극장에서 초연된 이후로 <맘마미아!>는 전 세계 450개 도시, 50개 프로덕션 하에 16개의 언어로 공연되어왔다. 올해로 벌써 24주년을 맞이한 <맘마미아!>는 영국 웨스트엔드 역사상 다섯 번째로 롱런 중인 메가 히트 뮤지컬이다.


한국에는 2004년 1월 17일 상륙한 <맘마미아!>는 19년간 서울을 포함한 33개 지역에서 1791회 공연되었으며, 최단기간 200만 관객 돌파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팝 역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전설적인 아티스트, 스웨덴 출신 그룹 ABBA의 대표 히트곡 22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맘마미아!>는 ABAA의 음악에 친숙한 중장년층을 뮤지컬의 세계로 대거 유입 시키기도 했다.

 

중년들에게 특히나 사랑받는 뮤지컬이기도 하지만 <맘마미아!>에는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특별한 힘이 있다. 청춘의 방황과 중년의 회한, 꿈과 자아에 대한 고민, 사랑과 우정의 가치, 그리고 엄마와 딸 사이의 갈등과 화해까지. 

 

인간의 삶 속 가장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맘마미아!>는 시공간의 장벽을 넘어 가족 뮤지컬계의 스테디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중이다. 전 세대가 공감하고,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려운 일 닥쳐와도

나는 이겨낼 힘이 있어

꼭 해야 할 일이 만약 있다면

실패한다 해도 해보는 거야

 

- I Have A Dream 中

 

 

남들과 다른 것은 쉽게 약점이 되곤 한다. 특히 다른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있는 것이 내게만 없을 때, 작은 파편조차 스스로를 움츠리게 만드는 커다란 결핍처럼 느껴질 수 있다. 

 

나에 대한 확신은 우리 삶 속 평생의 과제인데 반해, 이런 약점과 결핍들은 애써 세워놓은 이 모래성을 단숨에 무너뜨려 놓곤 한다.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가 지닌 약점을 극복하려 부단히 애를 쓰곤 하지만, 어떤 결핍들은 끝내 도저히 채워질 수 없는 상태로 남게 된다.

 

<맘마미아!>의 ‘소피’에게는 ‘아버지’의 부재가 그런 의미였을 것이다. 스물이라는 어린 나이에 당차게 결혼을 결심한 소피이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그녀는 왠지 모르게 불안한 모습이다. 

 

어머니로부터 남부럽지 않은 사랑을 받아 왔음에도, 보편적이지 않은 성장 환경은 소피에게 반드시 해소해야만 하는 결핍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른 나이에 결혼을 선택한 것에 그치지 않고 소피는 결혼식을 빌미로 아버지를 찾으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게 된다.


결혼식 전 자신이 벌려 놓은 일을 도저히 수습할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는 소피에게 예비 신랑 ‘스카이’는 아버지를 찾는 과정이 결코 스스로를 아는 길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 아버지라는 결핍을 채우고 싶어 했던 소피이지만, 스카이의 말대로 나에 대한 해답은 언제나 내 안에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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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맘마미아!> 공연 사진]

 

 

결말에서 소피는 자아에 대한 나름의 확신을 얻게 된다. 비어 있던 아버지의 자리를 애써 채워 넣는 대신 지금의 자신의 모습을 있게 한 어머니 ‘도나’의 손을 잡고 신부 입장을 하게 된다. 남들과는 다른 가정환경이 약점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일부에 불과했음을 깨달은 것이다.

 

소피는 결국 결혼을 하는 대신 연인 스카이와 함께 더 넓은 세계를 향해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스스로의 꿈을 찾아서, 자신을 알아내기 위해.

 

누구나 저마다의 약점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완벽하게만 보이는 사람에게도 제 나름의 결핍이 있을 수 있다. 나 역시 한때는 내가 가진 결핍이 부끄러워 애써 숨기려 노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질없게도 나에 대한 나름의 확신을 느낀 순간은 채울 수 없는 결핍을 인정했던 때였다.

 

다르다는 것이 틀림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결핍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근원이자 내 역사의 토대가 된다는 것을. 어쩌면 결핍이 아니라 나의 개성이었음을 느낀 순간이었다.

 

 

신나게 춤춰 봐

인생은 멋진 거야

기억해

넌 정말 최고의 Dancing Queen

 

- Dancing Queen 中

 


수많은 감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한 단어로 축약하자면 <맘마미아!>는 ‘청춘’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지중해의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그리스 바다를 표현한 푸른 배경은 청춘에 대한 나의 연상과 완벽히 일치했다.

 

이십 대 중반. 청춘의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는 나는 먼 훗날 이 시기를 어떻게 기억할지가 궁금하다. 비록 정답을 알 수는 없겠지만 인생의 그 어떤 때보다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원 없이 흔들렸던 시기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나를 알기 위한 방황이 있었기에 더 아름다웠던 시절이라고.

 

‘Mamma mia!’는 이탈리아어로 ‘세상에, 맙소사!’라는 감탄을 의미하는 말이라고 한다. 예고도 없이 과거의 후회를 맞닥뜨려야 했던 ‘도나’는 혼란스러운 심정을 를 통해 노래로 전달한다. 


감탄사로 통용되는 이 단어를 직역하게 되면 ‘우리 엄마’라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맘마미아!>를 감상할 때 옆자리에 앉아 있는 엄마의 표정을 살피곤 했다. 굳이 따지자면 이 뮤지컬은 나의 청춘이 아니라 엄마의 청춘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도나에게 청춘이란 가장 찬란히 빛나던 시기였음과 동시에 가장 큰 후회로 남은 순간이다. 떠올리는 순간 가슴이 아려 오는 것 같지만 그 시기를 함께 했던 친구들과 함께 라면 금세 추억에 젖어들 수 있는 그런 시간.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어갈수록, 어른이 된다는 건 책임이 늘어가는 것임을 느끼게 된다. 나에 대한 책임만으로도 충분히 부담스러운데, 내가 아닌 또 다른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어쩌면 나의 청춘은 우리 엄마 아빠의 청춘을 양보한 대가로 얻은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 부모가 된다는 건 한 사람의 삶에 가장 위대한 여정이 아닐 리 없다.

 

흔한 말처럼 어쩌면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기는 20대 청춘인지도 모르겠다. 부모의 품에서 벗어날 준비를 하면서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시기. 인생에서 그 어느 때보다 나를 고민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시간의 속성은 흐를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이 시기를 영원히 붙들어 놓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20대의 청춘이 끝난다고 해서 인생에서 청춘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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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맘마미아!> 공연 사진]

 

 

자아를 찾아 떠나는 것은 소피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품을 떠나려는 딸을 보며 도나는 후련함보다 섭섭함을 크게 느낀다. 다소 갑작스레 ‘엄마’가 되어야 했던 도나였기에, 하나뿐인 딸에 대한 애착은 남달랐을 듯하다. 청춘에 대한 낭만과 과거에 대한 영광을 뒤로한 채 엄마의 삶을 살아내야 했던 도나에게 소피는 팍팍한 현실임과 동시에 때론 삶의 희망이지 않았을까.

 

소피가 섬을 떠나 독립하는 날, 도나 역시 ‘엄마’라는 정체성에만 머물렀던 시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여정을 떠날 준비를 한다. 딸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펼쳐질 또 다른 삶은 도나에게 다시 찾아온 청춘이 될 것이다.


뮤지컬을 포함한 모든 공연예술을 관람할 때 열정이 무엇인지가 온 감각으로 느껴진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공연자들을 보고 있자면 나는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아왔는지를 반성하게 된다. 도나 역을 맡은 ‘신영숙’ 배우가 온 열정을 다해 연기하고 노래할 때 그 누구보다 ‘청춘’에 어울리는 사람이라 느꼈다. 

 

청(춘은) 바(로) 지(금)이라는 유명한 건배사가 떠오른다. 청춘을 나이로 규정짓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치열한 매일을 살아가고, 꿈과 희망을 간직한 모든 삶이 곧 청춘일 테니까. 본인의 젊음을 바쳐 누군가의 부모로 열심히 살아온 모든 위대한 분들께 <맘마미아!>의 감동을 빌려 사랑과 응원을 전하고 싶다. 그대들의 청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너는 고된 인생을 살지도 모르겠다. 

상처받아 좌절하는 일도 있겠지.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춤추는 거야.”  


- 가네시로 가즈키, <이교도의 춤> 中 (네이버 웹툰, <셧업앤댄스> 66화 中)

 


<맘마미아!>를 보기 전에도 Dancing Queen은 내게 용기를 북돋우는 음악이 되곤 했다. 채 시작도 되기 전에 지쳐버린 아침에, 녹초가 된 몸을 이끌어 겨우 집에 향하는 밤길에 이 음악은 작지만 때론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

 

한국어로 번안된 가사를 곱씹다 문득 예전에 감명 깊게 봤던 웹툰의 엔딩이 떠올랐다. ‘이교도들의 춤’이라는 작품의 한 구절을 인용한 문구가 가슴에 콕 박혔던 것처럼, Dancing Queen의 가사 역시 <맘마미아!>를 관람함 수많은 우리들에게 오랜 기간 깊은 감동으로 남지 않을까.

 

고된 삶도 춤을 추며 이겨낼 수 있는 우리는 항상 Dancing Queen. 우리의 <맘마미아!>는 영원히 초봄을 닮아 푸르르다고.

 

 

 

김소형.jpeg

 

 

[김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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