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지구로부터 나온 우리 [미술/전시]

Drift: In Sync with the earth 전시를 향유하며
글 입력 2023.03.3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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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로부터 나온 우리


 

우리는 앞에 있는 사람에게 이렇게 물을 때가 자주 있다. “저게 뭐죠?”

 

그것보다 더 드물게 일어 날 법한 일이지만, 이런 물음을 묻게 되기도 한다. “당신은 도대체 뭐죠?”. “나는 도대체 뭐지?”

 

이 물음은 ‘나’ 라는 관념의 존재 덕분에 비로소 가능해진다. 나의 관념 없이는 이 물음이 성립하지 않는다. ‘나’의 관념은 이 물음의 성립 근거이면서 그것의 발생적 원천이기도 하다. 세상에 태어나서 ‘나’ 라는 관념을 가진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

 

나를 어떻게 표현하고 규정할 수 있을까?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사물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더 이상 알지 못합니다. 결국 이들은 모두 지구로부터 나온 것들이예요”] - Drift: In Sync with the earth

 


[크기변환]01.jpg


 

네덜란드 아티스트 듀오 드리프트 작가는 우리를 이렇게 정의한다. 우리는 모두 지구로부터 나온 것들! 지구로부터 나온 물질들을 작품으로 표현한 전시회장의 모습을 살펴보도록 하자.

 

 

 

# materialism


 

[크기변환]물질의 해체.jpg

 

 

위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을 물질의 개념으로 치환하여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물이 재료의 가공을 통해 만들어진다면, DRIFT는 역으로 ‘이미 만들어진 사물, 오브제를 원래 재료의 상태로 해체한다.

 

휴대폰, 시계등과 같이 우리의 일상의 일부이자 기술의 진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오브제들은 철, 구리, 알루미늄등 이를 구성하는 재료의 단위로 해체되고, 그 물질의 규모를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정확한 양의 블록 형태로 전환된다.

 

상상으로만 할 수 있는 물질의 해체를 시각화하여 보여줌으로써 사물들이 어떠한 요소들로 이뤄졌는지 사유할 시간을 준다.

 

 

 

# shylight


 

[크기변환]꽃잎운동.jpg

 

 

shylight는 공학적 설계를 통해 자연의 원리를 재현한 DRIFT의 대표작 중 하나로 꽃들의 수면운동에서 영감을 받은 움직이는 조각이다.

 

수면운동이란 밤낮의 길이와 온/습도에 반응하여 잎과 봉우리를 스스로 움직이는 개폐활동을 의미한다. DRIFT는 환경에 맞춰 변화하고 적응해 나가는 자연의 모습이 마치 인간이 환경에 적응해가는 모습과 유사하다는 점을 포착했다. 100번 이상의 레이저 커팅과 40시간 이상의 손바느질을 거쳐 다듬어진 실크 꽃잎을 형상화한다.

 

꽃잎이 여닫히며 보이는 모습은 경이롭다. 전시장에서 꽃잎의 움직임과 함께 흘러나오는 음악은 봉우리의 개폐활동을 한참을 바라보게 만든다. 환경에 적응하여 숨쉬며 살아가는 꽃잎.

 

인간이 환경에 적응해가는 모습과 다를 것이 없다.

 

 

 

# Amplitude


 

[크기변환]유리의 움직임.jpg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 투영된 작업 ampltitude는 움직임과 균형에 대한 DRIFT의 고민이 담신 작품이다.

 

중심축을 기준으로 놓인 20여쌍의 투명 유리관은 새가 날갯짓하듯 스스로의 동력을 이용하고 비행 모션의 각기 다른 단계를 포착하여 움직임 자체만으로 추상적인 공간을 만든다.

 

비행을 위한 구조 또는 뼈대처럼 보이는 유리관에는 섬세하게 적용된 조명 빛이 반사되고 그 빛이 따라 흐르는 부드러운 움직임과 빛의 조화는 신비롭고 숭고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작품을 구성하는 매체인 유리는 깨질 듯 여리고 섬세한 물성을 표현함과 동시에 자연물의 연약함을 강조한다. 비가시적인 요소가 인공의 물성으로 재탄생될 때 관객은 자연물로서 인간의 위치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유리가 빛을 받아 움직이는 장면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조화에 대해서 생각해보게끔 만든다.


 

 

# fragile future


 

[크기변환]민들레해체.jpg

 

 

민들레 조명으로 이루어진 빛 조각 fragile future는 자연과 기술의 공존을 보여주는 DRIFT의 대표작이다.

 

봄 시즌 암스테르담 전역에서 채취한 약 15,000여개의 민들레를 건조시킨 후 씨앗 하나하나를 핏셋으로 떼어 LED 전구에 붙여서 완성했다. 긴 시간 노동 집약적인 과정을 통해 완성된 이 작품은 자연물인 동시에 인공물이다.

 

“자연은 스스로 유기적 성장을 한다”는 사실에 기반하여 공간의 특성을 맞춘 무한한 확장이 가능한 자연의 자가 증식 시스템을 상징하는 시각적 재현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자연환경과 연결되어있음을 느끼고, 환경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느끼길 바라요.”

 

동시대의 급격한 기술 발전이 자연의 진화보다 진보했을지, 그 공존 관계는 미래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진다.  미래는 작품의 제목처럼 불안정하고 연약하지만, 어둠을 밝히는 민들레 빛과 같이 자연과 기술이 균형 잡힌 공존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자연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


 

사람들은 고민이 있을 때, 마음이 힘들 때 자연을 찾는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판단하지 않고 힐링할 틈을 만들어준다. 나를 평가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준다. 자연 속에 들어가면 스스로에 대해 더 가까워진다.


자연속에서 다양한 개폐운동을 하며 살아가는 모든 생물들처럼, 우리도 다양한 관계속에서 무언가와 결합하며 조화를 이뤄가며 살아간다. 자연에서 온 우리가 자연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러니까! 지금의 나는 무언가와 결합했나?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

 

Drift: In Sync with the earth

 

테크놀로지 미학을 통해 재현된 자연의 예술적 경험, 네덜란드 아티스트 듀오 드리프트 아시아 최초 전시


2022.12.8 (Thu) – 2023.4.16 (Sun)

현대카드 storage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48

 

 

[박현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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