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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세상 끝 등대.jpg

 

 

<세상 끝 등대>는 '바다 위 낭만적인 보호자'라는 부제와는 상반되게, 일정한 규칙에 따라 배치된 이미지와 텍스트의 모음집이다.

 

나는 예술 작품의 형태로서의 책을 좋아하기도 하고 솔 르윗의 작품처럼 차갑고 네모지며 규칙적인 형태에 잘 매료되는 터라 이 한 권의 지도첩이 무척 귀중하게 다가왔다. 

 

이 책의 구성은 유형학 사진으로 널리 알려진 사진작가 베허 부부의 작품을 닮아 있다. 엄격하고 획일적인 방식으로 대상을 포착해서 모은 사진을 유형학 사진이라고 하는데, 그들은 건축물과 가스탱크를 주로 찍었다. 차가운 대상의 차가운 속성을 극대화하여 그 모습을 수집하는 것이다.

 

언뜻 차갑게만 보일 수도 있는 구조를 띠고 있지만 그 안에는 34개의 등대에 얽힌 때로는 낭만적이고 때로는 쓸쓸한 사연들로 채워져 있다. 노이즈 가득한 질감의 삽화 또한 점점 사라져 가는 등대의 운명을 암시하는 듯 고독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등대 중 여럿은 가동을 중단했고 녹슬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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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가 가동을 중단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섬광이 사라지자 바닷새 수천 마리가 등탑을 차지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등대는 황량한 폐허가 되었다. 칠이 벗겨진 벽, 잔뜩 녹이 슨 철골, 누군가 뜯어 간 낡은 발전기, 깨진 유리창. 아니바는 서서히 바다로 허물어져 내리는 등대다.] - 22p 아니바 등대


저자는 서문에서 등대들을 '서서히 죽어가는 존재들'이라고 했는데, 이 세상에 그렇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등대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유한한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등대지기들은 천둥번개가 치는 날이면 두려움에 떨며 밤을 보내기도 하고, 오직 등대에서만 바라볼 수 있는 풍경을 보며 행복해하기도 한다.

 

등대지기를 떠올리면 적막하고 외로운 삶의 모습이 그려졌는데, 이런 나의 상상은 어릴 적 읽은 조창인 작가의 소설 <등대지기>에서 비롯되었나 싶다. 이 소설 속 주인공은 주변인들로부터 도망치듯 떠나 무인도에서 등대지기의 삶을 살게 된다.

 

[육지에서 살 때에 비해 내 몸이 더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섬 생활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은 매번 외로움과 권태를 어떻게 견디느냐고 물어보곤 했다. 하지만 감각을 깨어 있게 만들다 보면 온몸에 힘이 솟구친다.] - 96p 마치커 등대

 

오늘날 우리는 점차 자극에 무감해지고 매 순간 그만큼 더 강한 자극이 제공된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 역설적으로 더 자유롭지 못하기도 하다. 이 안에서 앞으로 무엇을 향해 살아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가 많다.

 

어쩌면 감각을 깨어 있게 만들고 매일 주어진 삶에 충실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가장 명상적인 삶일지도 모른다.

 

[등대지기가 존재하는 이유는 오직 등댓불을 밝히기 위해서다. 내일 당장 죽음이 찾아와도 나에겐 여전히 오늘이 남아 있고, 오늘의 몫으로 등대를 사랑하는 거다.] - 조창인, <등대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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