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지에 닿기 위한 인간의 지나친 욕심이란 [다큐멘터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이카로스(Icarus)」를 보고
글 입력 2023.03.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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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로스의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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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이카로스’의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다이달로스의 아들인 이카로스는 미궁 라비린토스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자연의 법칙에 거스르는 한 가지 계획을 세운다. 바로 하늘을 날아 미궁에서 탈출하는 것.


뛰어난 발명가였던 다이달로스는 자신의 재능을 이용하여 깃털과 밀랍으로 인간이 날 수 있을법한 날개를 제작하여 이카로스에게 달아준다. 그러면서 한 가지 충고를 한다. ‘태양열에 녹을 수 있으니 너무 높이 올라가지 말고, 동시에 날개가 젖지 않도록 바다 가까이 내려가지 말 것.’ 그러나 이카로스는 다이달로스의 주의를 잊고 너무 높이 날아간 나머지, 밀랍이 녹아 그만 추락하여 사망하고 만다.


‘이카로스의 날개’가 지니는 상징성은 꽤 다양한 편인데, 대표적으로 미지의 세계와 한계에 다가서고자 하는 인간의 호기심과 욕망, 그리고 그것에 다가서려고 했을 때의 그 말로를 나타낸다.


위 이야기를 빗대어 제작된 동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이카로스’는 스포츠 대회 안에서 만연하게 일어나는 약물 복용 실태를 고발한다.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인간의 무리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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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로스의 감독인 ‘브라이언 포겔’은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이기도 하다. 브라이언은 암을 극복하며 화려한 경력을 쌓은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이 약물을 복용해 경기력을 끌어올렸던 사실에 주목한다. 그는 선수로 활동하는 동안 수백 회에 달하는 도핑 테스트를 거쳤음에도 단 한 번도 적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약물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도 동료 선수들의 폭로를 통해서였다.


이 소식을 접한 브라이언은 도핑 테스트에 허점이 있다고 판단하고, 그 실체를 밝혀내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실험대 위로 올라간다. 도핑 후에도 검사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약물을 스스로 주입하여 사이클링 대회 중 하나인 ‘오트 루트’에 참여한다. 그리고 이를 치밀하고 정확하게 도와줄 조력자인 모스크바 반도핑 연구소장 ‘그리고리 로드첸코프’를 만나게 된다.


다큐는 뜻밖의 변수들로 인해 초기 계획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첫 번째, 꾸준히 약물을 투약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렸음에도, 사이클 배터리가 방전되어 오히려 복용하지 않고 참가했을 때보다 훨씬 저조한 성적을 남기게 된다. 두 번째 변수는 검사를 피하고자 반도핑 연구소장의 도움을 받으면서까지 철저하게 준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오트 루트 주최 측에서 도핑 테스트를 시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변인들로 인해 약물 검사의 허술함을 보여주겠다는 초기의 목표를 이룰 수 없게 되며 다큐의 본질을 잃을 위기에 처한 그때, 세 번째 변수로 다큐의 흐름은 꽤 다른 양상을 맞이하게 된다. 바로 독일 방송국 ARD에서 러시아의 정부 주도하에 실시된 도핑 의혹을 제기하며, 여기에 그리고리가 연루되었다고 보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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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그리고리는 연구소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브라이언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에서 탈출한다. 그 후 그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러시아의 뿌리 깊은 조직적 도핑에 대한 사실을 폭로한다. 도핑 검사를 피하기 위한 국가적 움직임을 세세하게 이야기하던 중, 그리고리의 연구실 동료이자 오랜 친구였던 ‘니키타 카마예프’가 의문사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불과 며칠 전까지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평소 건강에 관한 이야기도 일절 꺼내지 않았던 니키타의 석연치 않은 죽음에 그리고리는 또다시 두려움을 느낀다.

 

러시아 당국에서는 약물 복용은 결코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리고 그리고리가 정신병동에 입원했던 전적을 이용하여 그가 하는 말의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오히려 그를 매도하기에 이른다. 대대적으로 꾸준히, 체계적으로 범해온 약물 스캔들에 대한 증거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WADA 세계반도핑기구는 2016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러시아의 전 종목 출전을 금지할 것을 권고한다. 그러나 IOC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이를 묵살하고 러시아 선수들의 리우 올림픽 출전을 허가하며 다소 아이러니하게 결말을 맞이한다.

 

 


모두가 거짓을 수용하면 거짓은 역사의 일부가 되어 진실이 된다



영화 중간중간 조지 오웰의 소설인 「1984」의 내용이 계속해서 등장하며, 다큐멘터리의 내용과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그중 “모두가 거짓을 수용하면 거짓은 역사의 일부가 되어 진실이 된다”라는 구절은 이 작품의 주제를 관통한다. 상대적으로 쉽게 주목받고, 또 그만큼 빠르게 관심이 식어가는 스포츠계에선 더더욱 잊어서는 안 될 사건임을 시사한다.


그리고리는 선수 시절 본인도 약물을 투여한 상태로 경기에 참여했던 적이 있으며, 반도핑기구 연구소장으로 있을 때도 국가 주도하에 이루어지는 도핑 스캔들에 가담했던 인물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는 잘못을 뉘우치며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무기로 러시아 도핑 사건의 진실을 세상에 밝힌다. 그가 이 다큐멘터리에 출연하기로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 “거짓이 판치는 시대에는 진실을 알리는 게 혁명이다”라는 1984의 구절과도 대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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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올림픽에서 막강한 성적을 거두어 자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선수들에게 조직적으로 약물을 투여하게끔 한다. 부정과 맞바꾼 2014 소치 올림픽 성적 1위. 그러나 그들이 절대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선두에 섰다는 것을 관중은 이미 알고 있고, 이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누구나 불법적인 방식으로 공평성이 거세된 경기를 응원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도핑이라는 얼룩이 남은 스포츠는 매력적이지 않다. 이와 같은 관행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카로스의 제작진들이 털어놓는 진실을 마주하며, 혁명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스포츠에서 인간이 순수한 실력으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지, 약물의 한계를 보고 싶은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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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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