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흥미로운 조선의 그림들 - 조선 미술관

글 입력 2023.03.2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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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미술관_표1.jpg

 

 

전시회라면 크게 따지는 것 없이 다 좋아하지만, 그래도 고르자면 동양보다는 서양 쪽이다. 서양 화가의 그림이 훨씬 보는 재미가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책 <조선 미술관> 덕분에 마음이 달라졌다. 내가 서양을 선호했던 이유는 어쩌면, 그저 익숙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대학을 다니던 시절, 우연히 간송미술관을 찾았다 한국 미술에 흠뻑 빠지고 말았다는 저자. 처음 이 표현을 보았을 땐, 사실 좀 의아했었다. 미술관 한 번에 흠뻑이라는 수식어는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읽어내려가다 보니 저자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너무 이해가 되는 것이었다.

 

"뭐야, 뭔데 이렇게 흥미로운데!"

 

조선에는 솜씨 좋은 화가가 많았다. 그중 김홍도와 신윤복이 가장 유명할 테다. 두 사람 모두 정말 유명한 조선의 화가이지만, 그림 스타일은 무척 상이했다. 책은 김홍도를 평민 풍속의 종결자로, 신윤복을 양반 풍속의 끝판왕이라고 정의한다.

 

김홍도의 풍속화는 태평성대를 이룬 조선 군주에게 백성들의 평안한 삶을 보여주기 위한 증거자료로 활용되었으며, 신윤복의 풍속화는 양반들의 놀이 문화를 통해 문화 절정기의 호사스러움을 드러내었다고 한다.

 

그림체로 비교하면, 김홍도의 붓이 좀 더 굵고 진한 느낌이 있다. 특히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선명한 색감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상대적으로 신윤복의 붓은 가늘고 여린 편인데, 이 같은 아름다운 그림체 때문에 꽤 많은 사람들이 그가 사실은 여자라는 루머를 믿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두 사람 중 신윤복의 그림이 조금 더 내 취향에 가깝다. 섬세한 표현과 흥미로운 인간관계, 구도와 색감 모든 것이 다 마음에 든다. 그의 그림에는 기녀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는 기녀를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로 그리고 있다.

 

신윤복의 그림 속 기녀는 지금으로 치면 팜 파탈, 한 번 보면 쉬이 눈길을 거둘 수 없는 그런 치명적인 매력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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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신윤복의 대표작 중 하나인 <기방무사>이다. 제목부터 해학적이다. 기방무사의 뜻을 풀이하면 '기방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라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그림을 보는 모두가 기방에는 필히 무슨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너무도 생생하게 한 장면을 포착해둔 덕이다.

 

좌측에는 기녀가 있다. 우측에는 상대적으로 어려 보이는 여성과 남성이 함께 보인다. 아마 둘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그만 선배 기녀에게 그 광경을 들키고 만 것! 안 봐도 비디오인 상황에 선배는 못마땅한 눈빛으로 후배를 째려본다. 하지만 남성은 그저 흥이 깨진 상황에 화가 났을 뿐,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하긴,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대낮부터 기방을 찾지 않았을 테지.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가까이 들여다보면 이리도 자극적인 스토리를 품고 있는 그림이 멀리서 보면, 신기하게도 그저 아름답다는 느낌만 든다는 사실이다. 우선 선배 기녀의 자태에 눈이 간다. 선과 색이 모두 고우며 주름 하나하나의 조화가 절정이다.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 모습은 가볍게 날갯짓을 하는 우아한 새 한 마리를 연상케한다. 거기에 푸른 나무와 한옥의 조화는 절경을 이룬다. 신윤복은 배경 구성물의 일부만 그려두어, 넓은 공간감과 동시에 감상자의 상상을 허용하는 여유를 모두 확보해 두었다. 감상자로 하여금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굉장히 똑똑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그저 내 취향의 그림 하나를 소개한 것일 뿐. 책 <조선 미술관>에는 더 많은 신윤복의 그림, 김홍도의 그림, 나아가 조선 화가들의 그림들이 담겨 있다. 모두가 나름의 주제를 가지고 작가의 개성을 담뿍 담고 있는 멋진 그림들이다. 저자의 설명을 곁들여 한 점 한 점 감상하다 그만, 흥미로운 조선의 그림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이제는 동양 화가의 그림을 눈여겨보게 될 것이다.

 

조선 화가라면 더더욱.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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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김원기
    • 아주흥미롭습니다!!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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