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1세기 라디오 [음악]

글 입력 2023.03.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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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곡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페일 블루 아이즈입니다. 


 

옛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깨어나 있었던 80~90년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사랑의 아날로그적 낭만을 느낄 수 있어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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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접속’과 같은 영화를 본다. 1997년대 개봉한 이 영화는 라디오 PD와 전화 상담원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두 사람은 모두 사랑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이 둘은 음악 하나로 인연이 된다.

 



 

 

전 연애의 쌉싸름함과 인생을 구하는 기적의 순간을 동시에 담고 있는 이 음악을, 수현은 동현이 일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신청하게 된다. 신청곡을 본 동현은 수현에게 쪽지를 보내게 된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한 곡은 이렇게 사랑 영화의 아름다운 시작을 만들어준다.

 

 

 

라디오 세대의 이야기



꼭 ‘접속’이 아니더라도 80~90년대의 영화, 드라마 주인공들은 자주 라디오를 듣고 있다. 라디오를 듣는 주인공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사연을 보내는 사람도 있고, 듣기만 하는 사람도 있다. 음성을 들으며 다른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눈을 감은 채 생각에 빠져 있기도 하다. 신청곡을 보내거나, 그저 송출되는 음악을 받아들이거나.


라디오에는 시각적인 이미지가 없다. 이는 이내 라디오만의 장점이 된다.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남의 상황에 공감하며 함께 울고 웃을 수 있고, 무엇보다 내 상황에 대입시킬 수 있다. '나였으면 어땠을까?' 생각하고, 라디오 DJ의 말이 꼭 맞는 때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나는 라디오 세대를 살진 못한 터라 그때의 향취 같은 것을 그저 어렴풋이 느낀다. 위에서 이미 말한 대로 라디오가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주인공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받는다거나, 평소에는 듣지 않지만, 명절 때쯤은 꼭 아버지의 차에서 흘러나오기에 가족과 얘기를 나누는 수단으로 쓰곤 한다.

 

그러다 보니 어떤 라디오를 들어도 영화 속의 주인공들처럼 강렬한 울림을 받거나, 나의 감정의 전환을 이루어내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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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라디오,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하지만, 그날 내 기분을 결정하는 것, 내 기분을 맑게 해주는 것. 사랑에 빠졌을 때, 사랑에 실패했을 때, 위로받고 싶을 때, 그냥 흥에 취하고 싶을 때, 괜히 봄이 살랑댈 때.

 

나는 한 세대 앞의 사람들이 라디오를 찾았듯이, 유튜브를 찾는다. 그곳에서 잘 큐레이팅 된 음악 플레이리스트들을 듣는다.


각기 다른 주파수를 찾아가려 버튼을 돌렸듯이, 나는 유튜브에서 매일 다른 매력의 플레이리스트 채널을 찾고 영상을 클릭한다. 오늘은 이런 제목과 섬네일이 끌리네, 하며 하루를 관통했던 기분을 자각할 때도 있다. 또 다른 날은 카페에 와있는 것처럼 감성 좋은 음악들이 끌린다. 그럼 클릭해서, 내가 어디 있든 그 장소의 분위기를 바꿔놓곤 한다. 잔뜩 실패한 것 같아 우울할 때도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는다. 그럼, 그게 그렇게 위로가 될 때가 있다.


보통 플레이리스트의 화면은 그다지 바뀌지 않는다. 하나의 사진이 노래 몇 개가 끝날 때까지 영상의 자리를 지킨다. 그 밑에는 제목이 있고, 가끔은 그 밑에 채널의 주인장이 써 놓은 문장들이 보인다. 노래들 사이를 파고드는 DJ의 음성을 대신하는 주인장의 문구다.


라디오를 기획할 때도 편성표가 있듯이 조그마한 스마트폰 속에서 흘러나오는 단 하나의 영상 속에도 기승전결이 있다. 하나의 무드를 표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래들로 몇십분짜리 플레이리스트를 만든다. 몇십분짜리 플레이리스트는 단 한 가지만 느껴졌던 우리의 감정 위에, 상상과 심상을 덧입혀준다. 기분은 증폭되고, 우리는 멋있게 상상 속을 드라이브 한다. 라디오와 함께면 명절 귀성길이 두렵지 않았듯이. 음악으로 내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통제 감각을 느낀다.


 

 

오늘의 플레이리스트는,


 

글을 쓰는 지금은 계절의 흐름을 느끼고 싶을 때다. 각자 느끼고픈, 느낄 수 있는 봄은 다 다르겠지만 요즘 나는 이렇게 다가오는 봄을 감각하고 싶다. 촉촉하면서도 밝은 느낌으로.

 

혹시나 나와 같은 봄을 맞이하고 싶다면 아래의 플레이리스트를 추천한다.

 

 



 

각자의 공간에서 음미하고 사색하거나, 라디오에 보내는 사연같이 해당 플레이리스트에 댓글을 달아줘도 좋겠다. 이전보다 촉촉하고 밝아질 우리의 하루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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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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