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완벽한 취미: 성취, 몰입, 휴식의 줄타기

취미로 삶 지탱하기
글 입력 2023.03.14 10:0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출퇴근하는 친구들과 어렵사리 일정을 잡아 만나면 꼭 취미 이야기를 하게 된다. "요즘은 뭐가 재밌어?"라는 질문은 무엇으로 네 삶을 지탱하고 있냐는 질문과 같기 때문이다. 


대답은 다양하다. 악기를 배운다는 친구, 주기적으로 영화를 보는 친구, 주말에 차를 몰고 드라이브를 가는 친구, 매일같이 운동을 한다는 친구도 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몰두하는 감각과 성취감이 주된 이유였다.


일에 대한 만족과 성취가 높은 요즘이지만, 나 또한 일과는 별개의 영역에서 충족감을 원한다. 출근과 퇴근 사이에 이뤄내는 것 말고, 그 이외의 시간에 말이다.


성취 - 가장 일상적이고 사소한 성취는 매 끼니에서 발생한다. 밥을 해 먹고 도시락을 싸는 일은 일과 중 많은 시간을 차지하지만, 직접 만든 요리를 먹지 않으면 하루가 만족스럽지 않다. 스스로를 대접하고 하루를 지탱하는 행위인 만큼 잘 만든 음식은 잘 보낸 하루와도 같다.


자각하지 못 할 수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은 사소한 성취와 함께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게 운동, 청소, 일기일 뿐이다. 나는 요리에 많은 시간을 쓰기 때문에 퇴근한 이후에 다른 일을 하기는 어렵다. 주변 친구들을 보아도 하나에 시간을 많이 들이면 다른 일은 하기 어려워 보인다.


몰입 - 휴일에는 약속을 잡거나 공연을 보는 등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다고 이틀 모두 외출한다면 그다음 주는 쉬는 내내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게 된다. 일을 할 때에는 강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쉬기를 원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휴일은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다.


적당한 스트레스가 아예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일보다 적당한 활동이 있는 휴일이 항상 더 만족스러웠다. 그렇다고 쉬는 내내 무언가에 몰두하는 것도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적당한 몰입, 적당한 성취, 적당한 휴식. 무엇이든 자신에게 맞는 균형을 찾고 그것에 맞게 생활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느꼈다.

 

 

1995113910_WpXSBRbA_1.jpg

 

 

휴식 - 사실 일을 마치고 난 후 일 생각을 바로 없애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 일상에서 동떨어진 세계로 빠져드는 활동은 머릿속의 생각을 비워준다. 그 이후에 취하는 휴식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 된다. 취미는 온전한 휴식을 위한 준비운동이기도 하다.


요즘은 외출하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취미를 만들고 싶다. 많이 돌아다니지 않더라도 외출 자체가 나에게 큰 소모로 다가와서 더 그렇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 활동은 일종의 휴식으로 다가온다.


예전에는 독서만큼 나를 몰입시키는 것이 없었는데 크면서 책 밖의 재미를 너무 다양하게 알아버렸다.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영상 매체도 좋지만, 더 많은 상상과 사고를 하게 만드는 글의 재미를 다시 느끼고 싶다. 독서가 가장 즐거운 취미로 자리 잡는다면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만족스러운 휴일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성취, 몰입, 휴식의 균형을 맞출 때 자신에게 맞는 취미가 보인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삶을 지탱하는 수단을 더 많이 찾고 싶다.

 

 

 

정예지.jpeg

 

 

[정예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