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르기만 하세요, 당신의 미술 취향 - 하루 한 장, 인생 그림 [도서]

글 입력 2023.03.1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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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름다운 그림들을 수놓은 책을 참 많이 만날 수 있다. 이제껏 관심이 없어 미처 좋은 책들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코로나 이후 일상 회복이 이루어질 즈음부터 그림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책들이 내 눈에 많이 띄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인 <하루 한 장, 인생 그림>은 내 머리맡에 두고 찬찬히 살펴보고 있는, 애정하는 책이다.

 

 


제목을 참 잘 지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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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보면 깔끔한 디자인에서 오는 산뜻함과 전공책 크기인 두께에서 오는 두려움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언제 다 읽지? 버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오를 때쯤, 책 제목은 하루 한 장! 이라며 오늘 딱 한 장의 그림만 보라며 부담을 덜어준다.


한 그림당 그리 길지 않은 설명과 찬찬히 그 림을 음미할 수 있을 만큼 크고 선명한 사진으로 채워져 있다. 하루 한 장의 그림을 넘기다 보면 다음 장의 새로운 화가에게 눈길이 가고 조금씩 읽다가 편안하게 잠에 들 수 있는 그런 책이다.




몰랐던 예술가를 이어주는 책


유명한 화가의 그림과 내가 전혀 몰랐던 화가의 그림을 만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아는 빈센트 반 고흐부터 처음 보는 화풍의 그림으로 사로잡는 화가들까지 폭넓게 다뤄진다. 그리고 유명한 화가여도 그에 대한 진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대표작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작품과 함께 하는 이야기도 있어 남들은 모를 만한 점을 알게 된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취향따라 만나는 책워낙 두꺼운 크기의 책이다 보니 다양한 화가를 만날 수 있다. 59명의 화가를 나도 아직 다 만나 보진 못했지만, 페이지를 넘기면서 인상깊은 그림에 잠시 멈춰 화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무심코 지나쳤던 그림들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게 된다. 사실 미술은 참 일상에 가까이 있지만 먼 존재로 느껴진다. 주변 여기저기서 전시회로 그림이 걸려있고, 지나다니는 길에도 벽화로 미술품이 있다.

 

하지만 떠오르는 미술품은 몇 천, 수 억까지 값이 매겨지는 다소 알 수 없는 대상 투성이다. 미술 을 가까이 해보려고 해도 화가를 잘 몰라서, 어느 작품이 내 취향에 맞는 건지를 몰라서 어렵게만 다가온다. 작품을 어디서 찾아봐야하는지도 어려운 듯하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은 15년차 아트 컬렉터가 '혹시 몰라서 다 모아놨어. 여기서 너의 색깔, 너의 화가를 찾아봐' 라며 선물한 모음 책 이다.

 

 

 

여유로운 미소의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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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안에서 나의 취향을 어느 정도 찾아가고 있다. 나는 화사한 꽃 그림이 좋다. 꽃무늬 원피스를 좋아하기도 하는데, 아름다운 화관을 쓴 여인들과 용환적인 분위기를 창조해내는 로렌스 알마 타데마 화가의 작품들을 자연스럽게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다.

 

대리석으로 된 높은 건축물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듯한 장면인 <관찰하기 좋은 지점>은 마치 여신들이 열심히 하루를 살아내는 현실 세계의 사람들을 위에서 여유롭게 웃으면서 바라보는 것처럼 다가온다.


몽환적인 하늘 구름과 세련된 대리석, 조형물에 풍성하게 풀어지는 옷을 입은 풍요로운 주인공들이 부럽기도 하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유명한 말 한마디처럼 나도 여유롭게 그들처럼 세상을 바라보고 거시적으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바라볼수록 그들 옆에 서서 함께 세상의 주인공인것 같은 자신감으로 얻는다.

 

 

 

영혼 다해 수호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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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의자에 앉아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희미하게 그러진 할머니와 같은 복장을 한 숙녀가 그러져 있는 걸 보면, 한눈에 이 할머니가 이릴 적 이렇게 아리 따운 숙녀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떠난 할머니의 영혼이 할아버지를 지켜주는 것 같다는 작가의 해설에 나도 눈물 홀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 외할아버지도 저렇게 혼자 남겨진 집에서 온전히 쓸쓸함을 맞고 있을까 싶다. 인생의 대부분을 함께 보낸 배우자와의 이은 생각보다 견디기 이러워 보인다.

 

<위령의 날에 부재자>를 곤히 바라보고 있으면, 우리 할머니도 할아버지에게 저런 존재가 되어 든든히 서로를 지켜줄 것이라 믿게 된다. 긴 글도 아니고, 영상도 아니고 그냥 멈취진 한장의 얇은 그림일 뿐인데 순식간에 온갖 감정을 일궈내게 만든다. 그런 화가가 정말이지 강력하면서 도 유연한 힘을 표현해낸 장인임을 느끼게 된다.

 

 


맑은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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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맑은 눈이 사람들을 놀리거나 우회해 욕하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면서 실속 챙기고 이기적인 MZ세대의 맑은 눈이라며 칭찬의 대상에서 멀어지게 된 것이다.

 

원래 맑은 눈은 아이들의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의 표시를 의미했는데 말이다. 마리 텐 케이트의 <눈에서 노는 아이들>은 맑은 눈의 남자아이들 셋이 눈 쌓인 날, 함께 썰매를 끌며 노는 장면을 그린 작품이다.

 

셋 중 중간, 확연히 눈에 띄는 맑은 눈의 남자아이를 보자마자 '악 귀여워' 말이 나왔다. 동화에 나올법한 나무와 담장 배경에 아빠가 직접 만들어준 것 같은 썰매를 끄는 아이들 의 모습이라니, 조그만 강아지까지 완벽한 힐링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이의 순수한 모습 으로 그림 속 계절은 추운 겨울이지만 오히려 따뜻함이 더 많이 느껴졌다. 이런 그림을 아기자기 하게 담은 액자를 벽에 나란히 걸어놓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이 책의 화가들을 만나보면서 나에 대해서 알아챈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나는 아직 보는눈이 부족해서 의미를 엄청나게 숨겨둔 작품에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딱 보면 감정이 일어 나거나 내가 좋아하는 대상들로 구성된 그림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 다는 속담처럼, 내게 다가오는 처음 시각적 이미지가 꽂힌다면 더 파고들어 작품을 만든 화가의 의도와 인생을 더 재미있게 찾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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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미술 취향이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적어도 오늘내일 하룻밤을 마무리하면서 이 책을 더 느리게 음미해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내가 좋아하는 작품들을 만날 것이다. 그런 굿나잇 루틴이 라면 누구든 아주 만족스럽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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