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의 하루를 완성하는 '하루 한 장, 인생 그림'

글 입력 2023.03.1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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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이 눈이 자꾸만 가는 미술 작품들이 있다. 최근에는 편안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잔디 위에 누워있거나 고요히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 인물이 그려진 작품에 마음을 쉽게 내어주었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다 시간의 끝에서 알아차린다. 지친 마음과 얻고 싶은 평화가 내 안 어딘가 움트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미술’을 검색하니 ‘시각의 미를 표현한 예술’이라는 사전적 정의가 뜬다. ‘본다’는 것이 어떻게 기능하여 나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지 여전히 알 수 없다. 그럼에도 그치지 않고 시대를 초월하여 여전히 우리 삶에 울림을 주는 화가와 그들의 작품을 찾는다.

 

 

[표1] 하루 한 장, 인생 그림.jpg

 

 

아트메신저 이소영의 <하루 한 장, 인생 그림>이 좋았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미술에 대해 아는 것 없고, 여전히 전시장에서 어떤 생각을 해야하는지 몰라 헤매기도 하지만, 내가 자주 걸음을 멈추게 되는 곳에 서서 미술 작품을 통해 인간과 세상을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또 마음껏 사랑하라고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 역시 무척 쉽고 일상적으로 느껴진다. 그렇기에 미술작품을 나만의 결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책을 시작하기 전 미리 언급되었듯이 ‘인생 화가’를 가름하는 작가만의 마지막 조건, ‘살아가면서 더 이해하고 싶고 궁금한 화가’를 만날 수 있게 될까 기대하게 된다. 


책을 읽으며 유독 오래 나의 눈길을 끌었던 작품을 소개해볼까 한다.

 

 

헬레네 자화상.jpeg

 

 

 

헬레네 세르프벡 <자화상>


 

렘브란트, 고흐, 뒤러, 프리다 칼로 등 많은 예술가들이 자화상을 그렸다. 화폭에 담긴 화가의 고요한 눈동자에 매료되는 경험은 천경자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를 통해 마주친 적있다. 타인이 자신을 그리는 방식을 통해 내가 나를 보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건 참 기묘하고 재밌는 일이다.


 

“나는 너무나 자주 혼자이기에 또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이기에 나를 그린다”

 

- 프리다 칼로

 


젊었을 시기부터 죽음을 앞둔 노년의 시기까지를 그림으로 담아낸 세르프벡의 자화상을 보며 시간이 인간을 어떻게 관통해 지나가는지를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 어릴 때 찍은 사진들을 시간 순으로 돌아볼 때도 묘한 마음이 드는데 그 시절의 내가 직접 그린 내 모습을 보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졌다. 


밝은 이마, 붉은 뺨과 다문 입술이 총명하고 자신감 넘쳐 보이는 청년의 세르프벡과 거칠게 표현된 창백한 피부와 공허한 눈이 돋보이는 노년의 세르프벡을 보며 내가 지금 가진 것과 놓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본다. 젊음은 영원하지 않고, 그 부질없음을 견디며 나의 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자문한다.

 

 

르동 키클롭스.jpg

 

 

 

오딜롱 르동 <키클롭스>


 

 

“나의 작품은 무엇인가를 명확히 밝히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내 작품은 마치 음악처럼 영감을 주고 인과관계가 없는 애매모호한 세계로 인도하기 위한 것이다.”

 

- 오딜롱 르동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화가 중 한 명이었던 오딜롱 르동. 보이고 들리는 것을 그대로 표현하기 보다는 내면의 심상을 표현하는 데 탁월했던 예술가였다고 한다.

 

말마따나 그의 작품은 한눈에 봐도 독특하면서도 이목을 끄는 매력이 많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독특한 생김새의 생명체나 괴물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팀 버튼 감독의 영화 속 불완전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주인공들을 떠올리게 한다.


무시무시한 키클롭스도 르동의 그림에서는 사랑에 빠진 순수한 표정을 하곤 몽환적인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을 목격한듯 기분이 맑아진다.

 

 

뭉크 - 태양.jpg

 

 

 

에드바르트 뭉크 <태양>


 

뭉크의 작품으로 <절규>가 가장 유명할 것이다. 가족들의 연이은 죽음, 연인과의 이별 등 비할 데 없는 슬픔과 고통을 견뎌내며 이를 예술로 승화시킨 예술가로, 많은 날 나에게 위안이 되어준 예술가이기도 한 뭉크.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것은 바로 이 <태양>이었다. 춥고 캄캄한 시기를 지나더라도 그 어둠에 굴복하지 않는 자세를 보여주듯 바다 위로 떠오르는 태양이 찬란하게 빛을 발한다.

 

누구보다도 내 고통에 고개를 끄덕여주며 같이 침잠할 것만 같았던 예술가가 이토록 밝고 눈부신 희망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은 나에게도 강력한 위안이 되어주었다. 이 희망이 해처럼 뜨고지길 반복하며 지치게 할지라도 끝끝내 염세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다.


 

“조금씩 하나씩 잇달아 드러나는 바다와 작은 섬들 그리고 절벽들, 나는 그 절벽들 위로 솟아나는 태양을 보았다. 나는 그 태양을 그렸다.”

 

- 뭉크

 

 

휘슬러 녹턴.jpeg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 <검정색과 금색의 녹턴: 떨어지는 불꽃>


 

‘모든 예술은 음악의 상태를 동경하고 있다.’는 유명한 말처럼 예로부터 화가와 음악가는 서로 통하는 점이 많았고, 밀접하게 교류하기도 했다고 한다. 새카만 밤하늘을 배경으로 금가루처럼 빛나는 불꽃이 흩뿌려진 이 그림은 쇼팽에서 휘슬러, 휘슬러에서 드뷔시로 영향을 주고 받았다고 하니 참 흥미로웠다.


휘슬러의 작품은 해설을 보기 이전부터 그 첫인상이 강렬했다. 단순히 ‘보기’만을 위한 그림이 아닌 것 같았다. ‘진정한 예술가의 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즉 분위기나 순간도 미술적 재료로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던 휘슬러. 재현을 목적으로 하지 않은 회화는 특정한 분위기, 감각, 기억으로 대체되어 더욱 선명히 마음에 와닿았다.


 

“우리는 그림을 볼 때 최대한 그림 속에서 작가가 주는 힌트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어떤 그림은 힌트가 너무 확고해 우리를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하고, 어떤 그림은 아무리 봐도 수수께끼 같아서 그림 곁에서 서성이게 만든다.”

 

- 263p

 


불완전하고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삶은 내 것일 때 버겁고, 예술일 땐 그저 아름다움의 정수 같다.

 

그러나 눈길을 잡아채는 것에는 언제나 모종의 이유가 심겨있다. 마주보는 작품 앞에서 다른 시대를 타고난 어느 예술가의 시선을 빌려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면, 나아가 그것으로 내 삶을 한조각의 작품처럼 보듬어줄 수 있게 된다면 그 뿐인 것 아닌가.


이를 시작으로 무엇가를 다시 사랑할 마음이 생기고, 한 인간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빈자리를 만들고, 몰입의 시간을 통해 결국 나라는 사람을 박해하지 않는 것. 그렇게 하루 하루가 쌓여 삶을 이루고, 그 여정을 나만의 예술가와 함께한다면 더 없이 행복할 것 같다.

 

 

[고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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