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반복되는 일상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스즈메의 문단속' [영화]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2023)
글 입력 2023.03.13 21:0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31.jpg

 

 

<스즈메의 문단속>은 과거 재해로 인해 떠난 사람들과 재해로 자신의 일상을 잃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떠난 사람들과의 추억, 일상 등을 마음의 한쪽에 묻어둔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고, 영화를 통해 반복되는 일상 속 담긴 아름다운 모습을 스치지 않고 다시 한번 곱씹을 수 있다.

 

 

 

반복되는 일상 속 아름다운 모습



[크기변환]86815212236_727.png

 

 

‘미미즈’는 영화에서 지역에 재앙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지렁이와 유사한 형태로, 사람이 살지 않는 폐허, 혹은 재난 후 장소의 문에서 주로 등장한다. 미미즈가 등장하는 장소가 어떤 이유로 폐허가 되었는지는 각각 차이점이 있으나, 이들의 공통점은 과거에는 많은 이들이 추억을 쌓는 곳이었으나 현재는 잊히고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주인공 ‘스즈메’는 미미즈가 빠져나오는 문을 잠글 때마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의 생활을 떠올리며 열쇠로 문을 잠근다.


스즈메가 문을 잠글 때 과거 그곳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떠올린다. 살면서 몇 번 하지 못할 특별한 경험보다는 영화를 감상하는 많은 이들이 매일매일 살아가는 일상과도 비슷한 모습이다. 특히 현재 폐교가 된 상태의 학교에서 열쇠로 문을 잠글 때 스즈메는 많은 학생이 등굣길에서 교문을 들어가며 친구들과 선생님께 인사하고, 시험은 잘 봤는지, 오늘 수업은 무엇인지 등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이 장면에서 여러 관람객이 자신의 학창 시절을 떠올렸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주 하는 말버릇이 몇 가지 있는데, “그때가 좋았지”가 그중 하나이다. 이 문장에서 ‘그때’는 언제일까? 우리는 과거를 그리워할 때 혼자서 한 해외여행, 값비싼 레스토랑에서 한 외식 등 특별한 경험을 그리워하기보다는 학창 시절 쉬는 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급식 시간에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이라도 먼저 먹기 위해 뛰어가는 모습,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선생님께 들키지 않기 위해 소곤소곤 떠드는 모습 등 일상적인 경험을 그리워한다.


하지만 그 시절 우리는 그때의 시간이 소중한지 알지 못한다. 나 또한 고등학교 선생님들께서 “나중에 돌이켜보면 지금이 가장 좋은 추억일 거야”라고 말씀하실 때면 그 말의 의미를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매일 만나는 친구들의 모습은 좋지만, 빨리 이 지겨운 대학 입시가 끝났으면 하는 생각이 더 컸다. 20대가 된 지금, 중고등학교 시절 함께 지냈던 친구들과 만날 때 그 시절의 우리를 회상하는 것이 필수적인 이야깃거리가 되고 나서야 그때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지겨울 정도로 반복되는 일상 속 존재하는 행복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과거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지금에서야 깨달은 것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에서 우리는 행복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과거 학창 시절 행복의 형태와 현재 마주하는 행복의 형태가 같을 수는 없다. 우리는 현재의 행복이 과거와 같은 행복이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현재 마주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행복을 최대한 만끽해야 한다. 미래의 우리가 과거가 된 현재를 회상하며 “그때가 좋았지”라고 말할 것처럼, 우리는 평범한 일상에서 오는 오늘의 행복을 지나치면 안 된다.

 

 

 

떠나간 이들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위로



[크기변환]부제2 후보.png

 

 

스즈메는 영화에서 나오는 마지막 문을 열고 들어가 쓰나미로 인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마주한다. 자신의 세계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사람이 한순간에 없어진다는 것은 그 슬픔의 깊이를 감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다. 그것을 마주한 사람이 어린아이일 경우 느끼게 되는 고통, 공포감은 죽음이라는 개념을 아는 이들보다 더할 것이다.


예상치 못한 우리 곁의 모든 재난, 재해는 집 문을 열고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돌아와 문을 닫으며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하는 일상을 보지 못하게 한다. 재해 후 남은 이들은 이런 사소한 일상조차 그들에게 너무나 소중한 기억이 된다. 굳게 닫힌 문은 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단절시키는 것과 같다.


고등학생의 스즈메는 어린 시절 자기 모습을 마주한 다음, 어린 시절의 그녀에게 “너의 미래를 두려워하지 마. 너는 잘 해낼 수 있어”라고 말한다. 이는 어린 시절의 그녀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라 현재의 스즈메에게도 하는 말로 들린다. 이 문장은 아픔을 지닌 사람들이 마음속에 떠올리는 의문 중 하나인 ‘내가 그 사람 없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이 된다. 따라서 이 문장은 재해의 고통을 입은 세상의 많은 스즈메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스즈메는 어린 시절 자신의 마을에 남겨진 어떤 문을 열고, 별이 쏟아지는 초원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모습을 자주 회상한다. 이 장면에서 어린 스즈메는 한 여성을 만나 문밖으로 나오게 되는데, 영화를 보며 나는 당연히 스즈메의 엄마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엄마를 만난 후 문밖으로 나온 스즈메는 앞으로 그녀의 보호자인 이모와 함께 살게 되고, 결국 삶의 안식처를 찾게 된 계기는 그녀의 엄마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에서 나오듯이 어린 스즈메가 만난 여성은 고등학생의 스즈메였고, 결국 그녀를 ‘희망’이라는 단어에 조금이나마 가깝게 해 준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 자신인 것이다. 상실의 늪에 빠진 사람을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위로와 공감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희망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크나큰 참사 뒤에는 참사로 인해 떠난 사람들과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남는다. 우리는 이러한 참사를 매일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가끔이라도 참사를 떠올리며 이 참사로 인해 희생된 이들에 대해 추모하는 마음을 전해야 한다.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은 재해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낸 이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떠난 이들을 추모한다.

 

 

 

아트인사이트 태그 송유빈.jpg

 

 

[송유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