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밤 하늘을 가득 채운 다양한 책, 다양한 이야기 -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 더 넓은 세계

글 입력 2023.02.2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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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는 이렇게 우리와는 다른 이야기의 인물들도

우리처럼 사랑하고 갈등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언제나 책을 읽기 시작하기 전에 작가의 말을 유심히 본다. 짧은 글이 앞으로 펼쳐질 세계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되기도 하고, 너무나 당연하지만 의식하지 않았던 사실의 풍선을 펑 터뜨려주기 때문이다.

 

풍선이 펑 터질 때의 놀라움은 감각의 융털을 만들어내고 더 많은 영양분을 흡수한다. 이 책을 안내하며 풍선을 터뜨린 건 ‘다른 이야기의 인물들도 우리처럼 사랑하고 갈등을 겪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다양성의 메시지가 함축된 말인데, 결국 나와 다른 타인들(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와 삶을 가지지만 본질적으로 수렴하는 그 중심엔 내가 느꼈던 사랑이, 고통이, 그리고 갈등이 존재한다.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그 다양성에 있고, 그럼에도 우리가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그 다양성 안에 내재한 유사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양성이 틀림으로 엇나갈 때가 있다. 인종, 성별, 국가, 사상, 종교. 하나의 개념에서 시작해 무수히 많은 가지를 뻗었지만 그 가지들에 모든 새가 앉지 않는다. 자유와 평등을 법과 권리로 인정한 시기는 긴 인류의 역사를 볼 때 길지 않다.

 

세상이 나아졌다지만 지금도 특정 집단을 향한 비난과 테러는 빈번하고 이에 따른 피해와 희생도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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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양성’을 주제로 다양한 책을 소개하는 이 책은 다름을 인정하며, 타인으로부터 특정 감정을 공유하는 것에 의미가 깊다. 책 속에 등장하는 작가들은 유색인, 흑인, 원주민 등으로 백인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집단이다. 국가도 다양하며 성 정체성에 있어서도 다양하다. 하지만 작가가 소개하는 짧은 글을 보면, 말하고자 하는 본질은 다르지 않다. 사랑하고, 즐겁게 요리를 하고, 행복한 삶을 살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 다양한 책 속의 다양한 이야기엔 우리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책에 그려진 일러스트를 보는 재미도 넘쳐난다. 작가 ‘자미스’와 일러스트 작가 ‘제인’의 만남은 되게 운명적이다. ‘자미스’의 아들이 그녀의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제인’에게 의뢰를 하면서 이들은 만나게 되었고 책까지 출판하게 되었다. 아들이 의뢰한 건 다름이 아닌 다양성 책이 그려진 머그잔이다.

 

책으로 만나 책으로 인연을 이어 책까지 출판한 이들의 운명을 생각하면 책은 그 다양한 특징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만남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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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의 일러스트는 ‘자미스’가 전하는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자미스’가 추천하거나 설명하는 책의 표지, 작가들의 얼굴, 작가들의 방, 다양한 서점 등 다양한 일러스트는 그 자체로 또 다른 이야기를 그려간다. 책은 그 자체로 다양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책에 수많은 이야기를 담아낸 작가들에 있어 책만큼이나 큰 관심을 가지진 않는다. 일러스트로 표현된 다양한 피부와 성별, 그리고 작가의 방은 책만큼 작가들도 다양함을 알려준다. 그리고 작가들이 선호하는 작업 스타일과 짧은 이야기로 세상에 무수히 존재하는 다양한 삶을 보여준다. 또한 시대별로, 장르별로, 표지별로, 주제별로 책들을 나눈 구성을 통해 그 다양함을 느낄 수 있다.

 

‘자미스’가 길을 만들면 ‘제인’이 안내하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책에 대한 흥미가 올라온다. 그리고 세상은 넓고 많은 사람들이 있으며 다양한 삶이 있음을 의식적으로 인지하기 시작한다. 세계지도에 작가와 그 나라와의 관계에서 비롯한 책들을 표시한 삽화가 있다.

 

책들은 밤 하늘을 가득 채운 별처럼 세계를 가득 채운다. 그리고 세계를 향해 밝게 빛난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들어 그 반짝임을 보는지, 아니면 그냥 내가 밟고 있는 땅만을 바라보며 외면하는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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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문화에 대한 ‘정상성’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다.

 

우리는 특정 고정관념과 사회적인 학습으로 맞다고 생각하는 문화를 정상성의 범주에 놓고, 그 밖에 있는 문화는 비정상으로 간주한다. 이상적인 결혼과 가족, 의식주 문화 등 우리가 암암리에 정답으로 정한 기준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정상성의 범주에 들기 위해 똑같은 과정과 단계를 밟아간다.

 

이 책은 정상성의 테두리를 늘려 다양성을 받아들이게끔 한다. 어쩌면 그 한계선을 부술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나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있는가. 정상성에 묶여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 수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이 들지만 책은 가볍게 생각하자고 토닥인다.

 

다시 돌아가 처음 작가가 한 말을 떠올려 보자. 타인도 결국 우리처럼 사랑하고 갈등한다. 다양한 방식이 있을 뿐, 우리는 사랑 때문에 울고 사랑 때문에 웃으며 끊임없이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는 주인공이다. 세상을 향해 비추는 별을 만들어갈 뿐이다.

 

저마다 그저 살아가며 밤 하늘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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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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