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샌들에 이렇게 깊은 사연이 담겨 있었다니 - 신발로 읽는 인간의 역사

글 입력 2023.02.26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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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정말 다양한 신발이 존재한다.


캐나다 토론토의 바타 신발 박물관 수석 큐레이터이자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역사학자, 엘리자베스 세멀핵이 집필한 책 <신발로 읽는 인간의 역사>은 인간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신발의 종류를 크게 4 종류: 샌들, 부츠, 하이힐, 스니커즈로 나누고, 그것을 둘러싼 역사적·사회적·문화적 쟁점들을 조명하고 있다.


자유를 위한 투쟁 그리고 여가 활동에서 샌들이 선택받은 이유와 역할, 부츠와 남성성의 관계 및 하이힐을 신은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이중적인 시선을 살펴보고, 스니커즈는 어떻게 편하게 신는 신발에서 가장 각광받는 고급 패션 아이템이 될 수 있었는지 등을 신문과 잡지, 문학 작품 같은 방대한 자료를 통해 흥미롭게 펼쳐놓는다.

 

그 덕에 언제부터 존재했는지 궁금해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신발의 탄생 비화를 꼼꼼하고 섬세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샌들에 이렇게 깊은 사연이 담겨 있었다니
 

 

어릴 때, 샌들을 잘 못 신어서 발에 티눈이 났던 이후로 나는 샌들을 신지 않는다. 맨발로 신발을 신는 것에 거부감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름에는 면 재질의 스니커즈를 자주 신는다.

 

발에 잘 길들여진 스니커즈는 예쁘고 편하고 다 좋다. 다 좋은데, 비가 오면 이런 골칫거리가 없다. 그럴 땐 종종 샌들 생각이 난다. 여름엔 확실히 샌들, 샌들이 편하긴 편한 것 같다. 하지만 암만 생각해도 샌들이 이국적인 이미지의 상징이자, 저항의 아이콘이었다는 사실은 짐작하기 쉽지 않다.

 

샌들의 역사는 길다. 고대의 신발은 대개, 지금의 샌들과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대의 영광도 잠시, 로마 제국 말기에 들어서며 거의 자취를 감췄다가 18세기 말 등장하며 이국적이고 저항적인 이미지를 가진 신발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국적이라는 이미지는 그 역사를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저항적인 이미지라는 부분에는 다소 의구심이 들었다. 왜, 샌들이 저항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것일까?

 

원인은 서구의 복식 문화였다. 그들은 오랫동안 발을 드러내는 신발을 거부해왔는데,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마찬가지였다. 발은 함부로 드러내선 안 되는 신체 부위였다. 하지만 그들 중 몇몇이 전통적인 복식 문화를 거부하며 검소하고 단순한 삶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샌들은 그런 이들이 선택한 신발이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샌들은 기존의 체제를 거부하는 상징적인 신발이 되었다고 한다.

 

샌들은 타 신발에 비해 필요한 재료가 많지 않아 생산 비용이 적게 든다. 꽉 끼는 신발보다 건강적인 측면에서도 훨씬 효과적이다. 물을 먹어도 무겁지 않고 시원해서 해변으로 휴가나 액티비티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이렇듯 샌들은 기존의 신발이 추구할 수 없었던 실용적인 영역에 과감히 도전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 샌들은 긴 역사를 가진 신발이기도 하다. 물론 그때도 지금도 기능성 신발이라는 점엔 변화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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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신발로 읽는 인간의 역사>을 읽으며 책 <신발로 읽는 인간의 역사> 덕분에, 나는 내 인생에 다시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 같았던 샌들을 오래간만에 마음껏 신어보았다. 이렇게 다시 보니 샌들, 생각보다 장점이 많은 신발이었다. 게다가 예쁘기까지... 이러다가 이번 여름, 샌들의 기능성을 곱씹으며 샌들을 하나 장만할지도 모르겠다.

 

만일 그런다면, 이는 모두 다 책 <신발로 읽는 인간의 역사> 때문이다. 그리고 뭐, 요즘은 양말과 샌들을 함께 신기도 하니까. 나만의 패션 스타일을 보여주는 도구로서 활용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 보니 답은 나왔다.


벌써 여름이 기다려진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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