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길이 머무는 그림이 있나요? 마음에 점검이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책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다]는 국내 트라우마 미술치료의 전문가인 김선현 교수가 집필한 것으로 사랑이 서툴고 버거워 힘든 마음을 그림으로 위로하고 치유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랑’이라는 큰 주제 아래 사랑의 모든 순간 속에서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발견하고 나의 심리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준다.
이 책은 ‘나를 더 사랑하기 위해’, ‘가라앉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슬픔을 잘 흘려보낸다는 것’, ‘더 이상 사랑받지 못한다 해도’ 이렇게 4가지의 파트로 구성되어, 사랑이 시작되기 전 설레는 마음부터 사랑 속에서 행복하면서 불안한 마음, 점점 권태로워지는 마음 등 변화하는 관계 앞에 헤어짐을 마주하고 사랑이 끝이 난 그 이후의 삶까지 일련의 과정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일련의 과정 속에서 유독 시선이 머무는 그림을 통해 내 현재 마음이 어떠한 상태인지 곱씹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전반적으로 책은 이렇게 흘러간다. 먼저 그림을 보여주고, 그 그림에 유독 눈길이 머물렀는지 되물어본다. 그리고 이 그림에 시선이 멈췄다면 당신의 마음은 이런 상태이진 않나요? 하며 내 마음을 되짚어 볼 시간을 만들어준다.
그렇게 다음 장을 넘기면 그림의 해석과 함께 심리에 대한 내용을 덧붙이며 마음을 다독인다.

한스 안데르센 브렌데킬데, <가을의 나무 우거진 길 A Wooded Path in Autumn>
1902, 캔버스에 유채
반복되는 아픈 사랑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 그럴까, 아직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낯선 나에게는 공감되는 말과 때때로 공감되지 않는 말이 뒤섞여 있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부분에 있어서는 ‘정말 저런 마음인 걸까?’하는 의문을 품기도 하고, 실제 가지고 있던 고민을 마주한 부분에서는 ‘내 마음이 어지러웠던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던 걸까?’ 되짚어 보기도 한다. 오히려 이러는 과정 속에서 지금의 내 생각과 마음이 어떠한 상태인지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한다.
앞에서 때때로 공감되지 않는 말이 뒤섞여 있다고 했는데, 저자가 말하는 책의 해석이 내가 해석한 그림의 느낌이 다른 경우에 특히 그랬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조금은 기괴하면서 어두운 분위기로 해석됐던 그림이 책에서는 연인들의 설레는 순간으로 해석되고 있었다. 그림은 독자의 경험과 생각에 기반하여 조금씩 다르게 해석이 될 수 있다지만, 이렇게 반대되는 느낌으로 읽히기도 한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저자의 의도에 쉬이 공감을 할 수 없는 순간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이런 부분과는 별개로 공감이 되기도 하고, 꼭 연인간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위로받을 수 있는 부분들이 다양하게 있었다. 특히, 최근에 업무적인 부분과 미래 등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예상치 못하게 그런 부분에 있어서 조언과 위로를 얻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빌헬름 함메르쇠이, <스트란가데 거리의 햇빛이 바닥에 비치는 방 Interior from Strandgade with Sunlight on the Floor>
1901, 캔버스에 유채
["어떤 결정을 앞두고 있다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기보다 조금 거리를 두고 안정된 상태에서 나 자신을 바라보는 건 어떨까요. 나를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멋진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p.96)]
올해 나는, 내 일상과 삶에 있어서 큰 변화를 가져올 만한 일에 대해 도전을 고민하고 있다. 이것은 평범하고 조용했던 내 일상을 탈피하고 새로운 환경에 부딪히게 되는 부분이다 보니 명확하게 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았는데, 이 부분을 보고 조금을 용기를 얻게 됐다.
‘나를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멋진 기회가 될 수 있으니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커다란 변화 앞에 여전히 갈등하고 있지만, 조금 더 천천히 나에게 집중하여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다짐했다.

윌터 랭글리, <슬픔은 끝이 없고 Never Morning Wore to Evening but Some Heart Did Break>
1894, 캔버스에 유채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오롯이 들여다보세요. 내가 나를 이해하고 알아주고 안아 주는 게 아픈 마음을 위로하는 시작일 테니까요." (p.149)]
["눈물에는 감정 정화라는 순기능이 있죠. 하지만 어릴 때와 달리 나이가 들면서는 남들 앞에서 쉽게 눈물을 흘리지 못합니다. 강해야 한다는 책임감, 알량한 자존심, 늘 행복하고 씩씩해야 한다는 강박이 더해지기 때문이죠. (중략) 그 아픔의 이유가 상실일 수도, 회의감일 수도, 후회일 수도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눈물이 당신의 아픔을 씻어 줄 거예요. 오늘만큼은 누군가에게 기대어도 좋습니다. 울어도 좋습니다." (p.165)]
최근 나의 일상은 바쁘고, 고단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작년 말부터 이번 달 초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제안서 앞에 아이디어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고, 야근은 밥 먹듯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은 일하던 중 문득 눈물이 차올라 참다 참다 화장실에서 몰래 눈물을 훔치고 나온 적이 있었다.
생전 힘들어서 울어본 적도 없던 내가 눈물을 보이는 상황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제야 내가 그 어느 때보다 지쳤다는 것을 깨닫게 됨과 동시에 꽤나 후련하다는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책에서 말하는 눈물에는 감정 정화라는 순기능이 있다는 말이 여실히 공감이 되던 경험이었다. 나의 경험과 책의 내용을 토대로, 때때로 우리는 나의 마음을 오롯이 들여다보며 힘든 상황을 깨닫고, 누군가에게 기대어 눈물을 흘리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직 사랑이란 감정이 낯선 나에게 책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다]는 ‘연인과의 사랑’으로 내용을 읽기 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 다양한 관계에서 비롯한 사랑’을 대입해서 읽게 됐던 작품이었다. 모든 말에 공감을 할 순 없었지만, 책을 통해 나의 마음을 되돌아보고, 나를 이해하고, 나를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시간 등을 보낼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른 뒤 ‘연인과의 사랑’으로서 고민이 떠오를 때 다시 한번 펼쳐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