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많은 이들이 그렇듯 음악과 영화는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내게도 그러하다. 나의 경우, 그 두 분야를 음유하는 방식이 비슷해 보이면서도 다른데 음악의 경우는 수없이 반복하며 끊임없이 운율의 쾌감을 쫓는다.  반면 영화는 한 번 내 몸안으로 들어왔던 영화를 속에서 분해하여 곱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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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도 빠져있는 음악은 뉴진스의 Ditto이다. 1월에 발매된 이 곡은 한 달째 나와 함께 하는 중이다.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아 나만 디토홀릭이 된 것은 아닐 것이다. 해인의 도입부는 유독 매력적이다.

 

woo-woo-woo-woo-ooh…

 

발음이 갖고 있는 떨림은 듣는 이로 하여금 어떠한 울림을 건넨다. Ditto를 들은 많은 이들이 디토는 아련한 겨울감성이 느껴진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거기에 보태, 약간의 애잔함이 돌면서 씁쓸함과 미소를 동시에 짓고있는 인물이 떠오르곤 한다. 왜 그럴까.

 

신선하고 재치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알려진 신우석 감독이 기획한 Ditto 뮤직비디오는 음악만큼이나 큰 사랑을 받았다. 뮤직비디오를 이루는 미술소품은 캠코더, 교복, 교실, 강당 등이다. 이는 철없고 순수했던 학창시절의 오브제다. 누군가에게 소중하고 애틋한 기억으로 남아있을 그 시절을 캠코더라는 영상장치에 기록하는 방식으로 뮤직비디오는 구성되었다. 뮤직비디오 속 인물이 좋아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촬영한 장면을 나는 미소지으며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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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코더에 녹화된 장면들은 우리의 기억과 닮아있다. 우리의 기억은 전체 줄거리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뮤직비디오처럼  하나의 서사덩어리가 아닌, 순간 순간의 장면으로 기억될 뿐이다. 행복했고 웃음지으며, 슬프고 비참했던 어떠한 장면들이 뇌의 저장장치에 깊숙히 숨어있다. 뮤비 속 반희수가 남긴 캠코더는 영상 장치에 기록된 Mp4파일이자 그의 기억이다. 뮤직비디오의 은유와 무의식 속에서 우리의 학창시절의 기억이 공유되면서 유독 더 Ditto에서 사랑과 향수, 그리고 되돌릴 수 없는 씁쓸함을 느꼈던 것 같다.


반면 가장 최근에 본 작품이자,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는 샬롯 웰스 감독의 첫 장편영화 <에프터선>이다. 에프터선은 20년전 부녀의 튀르키에 여행을 다룬 영화다. 이동진 평론가의 추천사를 보고 관람을 결심한 영화이다. 필름 번이 일어난 포스터 한 장을 들고서는 어떤 내용인지조차 모른채 영화를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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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소피가 어린시절 아버지 캘럼과 튀르키예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렇게 그 시간을 캠코더로 담는 소피와 캠벌. 그리고 여행에서의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들을 담아낸다. 차분한 영화임을 예측했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더 절제되었고 담백했다. 성인이 된 소피가 캠코더의 영상을 돌려보는 장면이 나오며 영화의 구성은 단순해졌다. 단순하지만 왠지 모를 감정이 느껴졌다. 영화는 그들의 표정, 행동, 풍경을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담았고 그것이 거의 전부였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소피가 아쉬움에 장난치는 모습을 캠벌이 캠코더로 촬영하는 장면이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Ditto처럼 에프터선도 캠코더가 이야기를 이끄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성인이 되어 캠코더에 기록된  영상을 돌려보는 소피는 무슨 생각을 할까. 과거가 기록되어 있는 영상은 인간의 한계를 대신해 매우 사실적인 형태로 기억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영상으로 기록되지 못한 여행의 나머지 순간은 기록된 것들의 도움에 나의 감각이 더해져 일부 소환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기억이란 때론 변형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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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은 사라지며, 좋았던 것은 더 부풀려져, 아팠던 것은 무감각해지면서. 즉 그렇게 내 욕구가 투영되며 모습을 바꾼다. 소피의 아버지는 실제로 어떠했을까. 소피가 아버지에 대해 생각하는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소피의 등에 선크림을 발라주는 따뜻한 아버지의 모습도 있지만, 어딘가 우울하고 불안정하게 묘사된다. 한번은 사람들 앞에서 딸과 함께 노래 부르는 것에 창피를 느끼며 딸을 외면하지만,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는 그녀를 찾기 위해 바다에 몸을 빠뜨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캠벌을 꼭 안아주고 싶어했던 소피가 알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무엇인지. 그것은 그녀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Ditto와 에프터선, 요즘 빠져있는 음악과 영화에서 이상하게도 캠코더라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기억에 대해 사유하게 되었다. 나는 어떠한 방식으로 기억하고 있을까. 내가 가장 많이 기억하기 위해 하는 행동은 글쓰기다. 영상처럼 생생한 결과물을 기억할 순 없지만 언어를 통해 내가 느낀 감정들을 조금 더 정제하고 분명히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뉴진스의 음악과 에프터선의 영화에서 보여준 두 가지 기억의 특징들이 모두 내게 투영된다. 삶에 일어난 수많은 사건들 중 내게 인력을 느끼게 한 감정과 일들을 선발하며, 그것들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남기고 싶지 않은 순간들은 삭제되고 뜨거웠던 순간들은 더 타오르며  그렇게 그렇게 기억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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