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뮤지컬 속 넘버가 주는 힘 [공연]

넘버의 가사를 보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글 입력 2023.02.1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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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넘버(Musical Number)



사본 -[크기변환]KakaoTalk_20230222_200016653.jpg

 

 

뮤지컬 넘버란 뮤지컬에서 사용되는 노래나 음악을 뜻한다. 뮤지컬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넘버’라는 단어가 ‘노래’와 잘 연결되지 않아 의아할 것이다. 뮤지컬 넘버는 대본을 바탕으로 이름 붙여진다. 하지만 대본은 빈번하게 수정되고 대본에 따라 넘버의 제목을 매번 수정하는 것은 번거롭다.

 

편의에 따라 노래에 숫자(number)를 붙여 사용했고 그것을 '넘버'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때 reprise 넘버는 같은 넘버가 반복되는 것이고 이를 구분하기 위해 (reprise)를 붙여 구분한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친구와 뮤지컬 넘버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뮤지컬 넘버가 주는 힘에 대해 느낀 적이 있다. 뮤지컬 ‘데스노트’ 넘버의 가사를 보여주면서 인물의 성격과 극의 메시지를 잘 담은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 “넘버 가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고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뮤지컬을 좀 더 다채롭게 이해할 수 있는, 넘버가 주는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뮤지컬은 인물들의 대사와 넘버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원작이 있는 작품의 경우 긴 이야기를 한정된 시간 내에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개연성이 떨어지거나 흐름이 매끄럽지 않게 전개될 때도 많다.

 

이때 넘버가 주는 힘은 강력하다. 넘버는 대사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을 노래를 통해 표현해 준다. 인물의 성격을 보여주기도 하고 극이 절정에 다다른 순간 몰아치는 감정을 좀 더 극대화해주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주인공의 성격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인물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고, 하이라이트에서 부르는 넘버는 감동이 배가 되어 관객에게 돌아온다. 따라서 넘버의 가사에 집중해서 뮤지컬을 따라가다 보면 극을 좀 더 쉽게 이해하고 몰입도를 높여준다. 

 

 

 

인물의 신념을 보여주는 넘버

데스노트 ‘정의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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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디컴퍼니 인스타그램

 

 

[라이토]

아무런 의미 없는 논쟁일 뿐이야 정의는 쓸 데 없는 이론일 뿐이야


[교사]

정의는 인간 사회 기준이 되지


[라이토]

그냥 편한 대로 아무데나 갖다 붙이지

전쟁을 생각하면 알 수가 있어

정의의 깃발 들고 달려 나가서 서로의 목숨 걸고 총을 쏘지만

 사실 알고 보면 어이 없는 죽음 뿐 이야


[교사]

그렇다면 이 나라의 정의란 뭘까


[라이토]

바보같은 권력의 도구

정의란 건 과연 누가 정한 걸까 저 눈 먼 권력 가진 놈이 정해 논 기준


[학생]

제대로 된 정의 진정 원한다면

제대로 된 지도자를 찾아내는 일이 중요해


[라이토]

신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얘기

 

 

뮤지컬 ‘데스노트’의 주인공인 라이토가 등장하는 첫 장면에서 부르는 넘버이다. 라이토는 사회의 정의가 잘못되었고, 신만이 정의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넘버를 통해 사회의 확립된 정의와 라이토의 정의가 같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물의 감정을 극대화시켜주는 넘버

이프덴 ‘Always Starting over’



[크기변환]KakaoTalk_20230222_200000560_02.jpg

출처: 쇼노트 인스타그램

 

 

"강하고 멋진 엄마가 될게 자랑스러운 아빠 대단했다 말해줄게

가보지 못한 길에 미련 없어 널 만나 사랑한 그 삶이면 난 충분해

어떤 미래 어떤 운명 두렵지 않아 다 받아줄게 그 어떤 아픔도 내게 온다면 내 인생

 

(중략)

 

항상 다른 얘기 속에 다른 출발선에 눈을 열어 앞을 봐 한발 내디뎌

내 사랑 끝이 났지만 삶은 끝나지 않았어

또 다시 시작해"

 

 

극 중 주인공인 엘리자베스는 사랑과 커리어 사이에서 완벽한 선택을 위해 수없이 고민한다. 사랑을 선택했지만 결국 사랑은 끝이 났고, 놓친 줄 알았던 선택인 커리어를 쌓을 기회가 찾아온다. 이처럼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선택의 연속이며, 한 번의 선택이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인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선택인 사랑은 끝이 났지만 자신의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다짐을 울음을 토해내면서 부르는 넘버이다. 끝나버린 사랑에 아파하던 엘리자베스가 상처를 극복하고 내뱉는 새로운 시작과 같은 이 넘버는 관객으로 하여금 눈물을 자아낸다. 이야기로 풀어가기에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내용을 그간의 서사와 앞으로의 미래를 암시하는 폭발적인 넘버를 통해 여운을 남겨준다.

 

넘버는 좋은 멜로디에 인물의 서사를 더해 극을 입체적이고 다채롭게 만들어 주면서 관객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넘버의 가사에 귀 기울이고 의미에 대해 생각하며 극을 온전히 즐겨 보기를 추천한다.



[박세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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