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누가 가르쳐주는 수업인가 [드라마]

글 입력 2023.02.1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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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가 포주가 되어 성매매 사업으로 돈을 번다. 세상 어떤 매체에서도 감히 방송할 수 없을 자극적인 콘텐츠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주목했고 이 웰메이드 시리즈의 감독의 짜임새 있는 연출력과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가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인간수업>은 작품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가진 자극성이 작품 안에서는 크게 의미가 없는 작품일지도 모른다. 시청자의 눈과 귀를 자극하는 성매매와 폭력이 들어간 범죄 장면은 없다. 기대했다면 유감이다.

 

작품의 중요한 가닥을 내용 전개 외에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제작진이 힌트를 숨겨놓았다. 바로 매 회 끝부분에 나오는 미성년자를 위한 도움 기관 번호 안내다. 다시 말해 처음부터 이 작품은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미성년자 자체가 문제의 핵심임을 알려준다. 그들이 어떤 행동으로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의 심각성보다, 그들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심각성을 호소하는 느낌이 강했다. 이 글에서는 가시적인 재미보다는 제작진이 제시한 문제의 출제 의도에 다가가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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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어른은 없었다. 



10화 마지막 장면까지 보고 생각했다. 이 작품에서 좋은 어른은 없었구나. 동의하지 못 할지도 모른다. 학생들에게 다가가려는 선생 조진우, 의욕이 넘치고 촉 좋은 경찰 이해경. 껍질에 숨은 소라게 같은 오지수와 배규리가 이들을 일찍 만났더라면 성실한 일반 학생이었을까?

 

대답은 당연히 ‘아니오’다. 적극적인 선생과 경찰의 맹점은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 조진우는 아이들에게 물심양면 다 해주는 선생 같지만 소극적인 모습울 보여준다.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기는 한다. 그러나 완전히 공감하지는 못한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도 해주지 못한다. 만약 다른 반 평범한 학생이었다면 공감을 원했겠지만, 오지수와 배규리는 공감보다는 문제되는 환경에서의 탈출이 시급한 아이들이다.

 

경찰 이해경은 반대로 문제만 해결하려고 한다. 근데 항상 템포가 너무 늦다. 주인공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고뇌에 사로잡혀 결국 산화될 때까지도 안 나타난다. 물론 게을러서가 아니다. 의욕이 넘치고 노력도 하지만 개인의 한계에 부딪히기에 답답함도 자아내는 캐릭터일 뿐이다.

 

작품에서 말하는 좋은 어른은 이 실장처럼 보호할 수 있는 힘과 기댈 수 있는 가까운 거리감을 가진 인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실장은 이미 다들 알고 있듯이 이미 좋은 어른이 아니다.

 

 

인간수업 자료2.jpg

 


 

‘고지능 저감성’



감독의 연출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한 시점은 아마도 8화나 9화쯤이었을 것이다. 어떤 특정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고 문득 느꼈다. 왜냐면 그 때쯤 도덕적인 행동이나 부당함을 이상하게 저울질하고 있었던 스스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1화에서는 분명 오지수가 절대적인 문제아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주인공의 행동에 감각이 둔해져있었다. 오히려 상황 해결을 같이 고민하기도 했다.

 

동아리 선생인 조진우는 오지수와 배규리의 공통점으로 ‘고지능 저감성’을 꼽았다. 둘 다 지능이 높아서 범죄 상황을 타파해간다. 근데 또 감성은 낮아서 사람을 연민 없이 바라본다. 어느 순간 보는 이도 몰입해 ‘고지능 저감성’이 되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진심 안 쫄려?


 

10화에서 드디어 묻고 싶었던, 듣고 싶었던 말을 듣게 된다.

 

“진심 안 쫄려?”

 

지수와 규리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갈등하는 장면에서 지수가 말한다. 성매매 알선이라는 범죄와 매달 버는 거금을 관리할 때도 쫄지 않았던 오지수가 말이다. 그러고는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한다. 아무도 멈추지 못 할 것만 같던 주인공은 스스로 브레이크 페달을 만들어낸다. 쫄지 않았던 지수 그리고 쫄게 된 지수에게 생존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포주가 되었고 살아남기 위해서 모든 걸 포기했다. 세상은 수능이 아닌 생존으로 오지수를 내몰았다.

 

 

인간수업 자료3.jpg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인간수업>은 끊임없이 말한다. 살려달라고. 도와달라고. 지수는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로 외치고 감독은 하다못해 끝부분에 청소년상담센터 번호 1388을 넣는다. 혼자서는 살아남기 어려운 미성년자는 사각지대가 있어선 안 된다. 의욕 넘치는 경찰 이해경이 혼자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수 같은 애가 목 놓아 외치기 때문에 사회는 주목해야한다. 매 화 끝부분에서 감독은 아이들에게 1388로 연락하라고 하지 않는다. 어려운 아이들을 발견하는 이들에게 연락해달라고 호소한다.

 

 


인간‘수업’


 

영어 제목은 ‘Extracurricular’인 <인간수업>은 말 그대로 학교에서 가르치는 정규 교과 외에 인간이 되는 특별활동을 일컫는다. 학교에서 배울 건 다 배운 오지수와 배규리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한 수업이다. 근데 그건 동아리인 사회문제 연구반에서 가르쳐주는 걸까? 성매매 알선 사업의 경험에서 가르쳐주는 걸까?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는 도대체 누가 가르쳐줄 수 있을까.

 

 

[남상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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