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Smile! 힘들어도.......?

내가 괜히 웃음이 불편했던 이유
글 입력 2023.02.12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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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le

웃어요

Though your heart is aching

마음이 사무치게 아플지라도

Smile

웃어요

Even though it's breaking

마음이 무너져 내려도

 

지미 듀란테의 중후하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건네는 한마디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재즈 음악에 깃든 가사는 노래의 제목, “Smile”, 웃음을 권유한다. 웃다보면 희망이 생기고 모든 게 풀린다. 만사형통이다. 흔히 듣는 우리나라 속 옛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결국 세상 사회는 우리들에게 웃음을 강조하고 미소를 얼굴에 새길 것을 당부한다. 그러나 어째서 나에겐 강요로 다가왔던 걸까.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순간이 다름아닌 영화 조커의 티저 예고편에서였기 때문이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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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무거운 분위기와 그에 걸맞는 암담한 주인공의 이야기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도저히 웃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예고편에 깔린 노래는 끝없이 웃을 것을 요구한다. 주인공에게도, 보는 관객들에게도. 점점 노래는 모두를 기만하는 조롱처럼 느껴졌다. 분명 훌륭한 노래이고 누군가에게는 밝은 메시지를 담은 재즈 명곡일 터인데. 난 그 이후로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괜히 불편해졌다. 이래서 첫인상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그 순간은 단순히 어느 재즈 명곡에 대한 안좋은 첫인상을 남긴 시간만이 아니었다. 문득 그 날 나는 생각했다. ‘저렇게 너무 힘들 때도 웃을 수 있는 건 강해서가 아니라 사실 조증이나 다른 정신질환 때문이 아닐까다소 냉소적이고 무례한 생각이었지만 나도 모르게 순간 툭 나온 진심이었다. 이건 가끔 내가 주변에서 듣는 잔소리에 대한 내 마음 속 반응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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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리 골이 났어?’ 난 분명 그저 멍하니 있었을 뿐이었던 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어머니가 내 표정을 지적했다. 나는 본래 그리 잘 웃는 성격이 아니었다. 말도 많이 없고 수다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친화력이 별로 없는 인간상이다. 그로 인해서 인지 내 입꼬리는 위가 아닌 수평, 가끔은 아래로 향해 있는 편이다. 무표정에 가까운 덤덤한 얼굴. 그게 내 평소 상이다. 소위 말하는 웃상과는 거리가 멀다. 어머니는 그런 내 표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얼굴이면 올 복도 달아난다.’ 나에게 입꼬리를 억지로 올릴 것을 요구하며 많이 듣던 말이었다. 주변 어르신들이 흔히 말씀하시곤 하는 말이다. 나는 일단 수긍하며 고치겠다고 했다. 그러나 내 마음 속 어딘가에서는 이미 웃음에 대한 지겨움이 커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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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내가 평소 얼굴이 무표정에 가깝다고 해도 나름의 미소는 지을 수 있었다. 처음 본 상대에게 인사를 할 때, 지인들을 반겨줄 때. 적당한 미소가 필요한 순간과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순간에는 나도 평범히 웃고 떠들며 자연스럽게 입가에 호선을 그린다. 단지 홀로 있는 시간이나 굳이 웃음이 필요하지 않는 조용한 순간에 입꼬리에 힘을 주지 않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사회 분위기는 평소에도 나의 얼굴을 가만히 두고 보질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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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웃는 자가 일류다.’ 우리가 이미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아했다. ‘굳이 그 순간에도 웃어야 하나?’ 당시 어렸던 나는 이 문장이 나온 이유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 웃음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나쁜 뜻은 아니다. 오히려 힘든 순간에도 긍정적인 면모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나름의 지혜가 담겨 있다. 부정적인 생각은 안 그래도 힘든 마음을 병들게 만들게 만드는 법이다. 웃고 깔깔거리면 순간 나빴던 마음도 잊혀지고 개운해진다. 이건 틀림없는 사실이며, 웃음과 미소, 해학은 우리 삶에 있어서 훌륭한 치료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치료제는 과다 복용하면 독이 되는 법이다. 나는 가끔 주위를 보며 웃음에 우리가 너무 강박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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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인간의 모든 감정은 필요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힘들 때면 울면서 풀고 부당한 일에는 적절한 분노를 표출하며 자신의 의견을 관철한다. 무언가 피해야만 한다는 직감이 오면 자신의 안전을 위해 두려움을 저절로 느끼며 피하고, 언짢은 일이 있으면 이를 표현하기 위해 까칠한 태도를 보인다. 어느 하나라도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주고 심지어 몸과 마음도 힘들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사람들은 가끔 여기에 웃음과 락樂도 포함된다는 점을 잊곤 한다. 때로는 지나친 즐거움도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좋지 않은데.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변의 분위기에 맞추어 억지로 웃고 자신을 둘러싼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입꼬리를 부들거리며 올린다.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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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의 여인은 프랑스의 사랑받는 배우, ‘레아 세두. 나는 이 배우의 그림 같은 미소도 좋아하지만 조각 같은 무표정이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나는 누군가의 얼굴을 닮고 싶냐는 물음을 받으면 레아 세두의 사진을 본다. 나는 그의 미소를, 정확히는 그의 표정을 닮고 싶다.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에 숨겨진 온화한 미소를 드러낼 수 있는 것. 그것이 항상 발랄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힘들어하는 내가 바라는 웃음이자 얼굴이다. 모든 이들이 각자 자신이 원하는 웃음과 표정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이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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