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베토벤을 깊게 알아본 시간: 클래식 디깅 클럽 - 베토벤

글 입력 2023.02.0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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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클래식 디깅 클럽 - 베토벤.jpg

 

 

피아노는 나에게 친근하면서도 친근하지 않은 존재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6년 내내 피아노를 쳤지만 현재는 악보도 잘 볼 줄 모르고 클래식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 피아노를 치고, 연주회를 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면 그렇게 친숙할 수가 없는 모순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예술의전당에서 하는 '클래식 디깅 클럽 - 베토벤' 편은 올해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인 재즈 피아노를 배우기 위해 피아노와 친해지고 싶은 나의 마음이 담겨 있는 관람이었다. 물론 클래식과 재즈는 다르다고 하지만 피아노라는 공통점, 더 크게는 음악이라는 공통점이 나에게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공연은 나의 문화 메이트인 동생이지만 친구 같은 아이와 함께 다녀왔다. 이 친구는 취미로 드럼과 베이스를 치고 작년에는 공연도 했다. 그리고 음악을 좋아하다 못해 사랑한다고 느껴지게 하는 동생이라 많이 접해보지 않은 클래식 공연도 함께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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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고 해설가이자 음악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신 '김문경'님이 등장하셨다. 그리고 우리가 감상할 곡의 작곡가인 '베토벤'에 대해서 알려주셨다. 그러면서 알게 된 이야기는 이날 본 공연이 청년 시절 베토벤의 곡으로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베토벤의 청력 손실, 가정 환경 등에 대해 쉽고 재미나게 이야기를 풀어주셔서 공연을 보기 전에 더 흥미롭게 생각할 수 있었다.

 

연주자는 관객에 의해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데 베토벤은 청력 손실로 인해 소통이 필요한 연주가의 삶은 끝이 났지만 작곡가로 평생을 살았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도 떠올랐고 음악가로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청력을 잃었는데 작곡가로 최선을 다했던 삶도 멋있게 느껴졌다.

 

첫 공연에서는 피아노 소나타 8번 다단조, 작품 번호 13 '비창'을 연주했는데 놀랍게도 내가 쳐본 적이 있는 곡이었다. 까먹고 있었는데 연주를 들으면 들을수록 떠올랐다. 시간이 오래 흘렀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도 신기했고 과거의 내 연주가 얼마나 어리고 초보의 악기 소리였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이 곡의 느낌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를 깨닫고 전문가의 연주에 대한 섬세함이 와닿았다.

 

두 번째는 바이올린과 함께 공연을 했는데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소리의 화음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노래를 만들 때 화음을 차곡차곡 쌓고 악기도 여러 가지의 소리와 함께 합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피아노 하나만으로도 좋았던 공연이 바이올린 연주까지 함께하게 되자 소리가 풍성해져서 더 듣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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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미션 후, 2부에선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의 연주를 함께 들을 수 있었고 마지막 곡으로는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까지 피아노 4중주로 이번 공연을 마무리했다.

 

내가 비올라의 연주를 잘 들을 수 있는 게 이번 공연이 처음이었던 것 같은데 바이올린과 첼로 소리의 중간 음 정도의 높이였고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은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 4중주의 공연은 모르트의 영감을 받은 베토벤의 곡 중 밝고 경쾌한 느낌이 나서 듣기가 좋았다. 공연할 때 음악을 느끼고, 서로를 바라보고 합주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더 좋았다.

 

물론 이 공연 한 번으로 내가 베토벤의 모든 생애를 알게 된 것은 아니고 들은 연주에 대해 모든 음 하나하나를 기억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내 어린 시절 열심히 쳤던 베토벤의 곡들을 회상해 보기도 하고 해설을 통해 분명 어릴 때 들었을 텐데 까먹었던 베토벤의 삶에 대해서 알게 되기도 했고 나에게 '디깅'이 된 점들이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아트인사이트에서 클래식 공연을 보고 난 후 글을 쓰는 게 참 어렵기만 했는데 오히려 이번에는 마음 편하게 들으니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이 공연 덕분에 클래식이 더 궁금해졌다. 이 무궁무진한 세계를 내가 잘 기억하는 그날이 오길 바라면서 올해는 클래식 그리고 피아노와 친해져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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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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