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Memory

그럼에도 내일을 기다려
글 입력 2023.02.0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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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를 본 건 한 달 전, 1월 20일이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을 좋아한다. 그 웅장함, 어두움, 서사는 '팬텀'에게 홀리기에 너무나도 아름다운 요소들로 작용했다. 그래서 '캣츠' 내한공연에 대한 안내가 고지된 직후 초연을 바로 예매했다. 고양이들의 떠들썩한 무도회라는 주제가 궁금했고, 그 귀여움이 궁금했다. 서사 없이 연결된다는 스토리 상의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궁금했다.

 

1월 20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층 좌석에 앉았다. 높은 경쟁을 예상하고 일찌감치 2층을 선택했기 때문에 그럭저럭 잘 보이는 시야에 만족했다. 그리고, '캣츠'가 공연되기 시작했다. 초록색 네온의 눈을 가진 고양이들로 분장한 배우들이 2층 좌석에서도 깜짝 등장하여 관객들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젤리클의 세계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 날의 마스크는 눈물로 흠뻑 젖어서 뮤지컬을 관람하는 내내 축축하게 내 코를 눌러왔다. 그리고 다음 공연을 예매하게 된다면 꼭 1층의 좌석을 앉아야겠다고 느꼈다.

 

많은 뮤지컬 넘버들과 그 공연들 모두 감명 깊었지만, 역시 그 노래의 위엄은 대단했다. 'Memory'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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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롤러코스터와도 같다고 누가 처음 말했을까. 누군진 모르겠지만 행복과 불행이 교차하는 삶을 재치있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얕궃게도, 삶은 쭉 행복하지만은 않다. 화려하고 기분 좋은 순간들만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은, 가장 최고의 정점을 찍은 직후엔 그것을 산산조각 내듯이 불행이 찾아오곤 한다.

 

행복했던 순간들이 신기루처럼 아른거리지만, 결코 잡을 수 없는 절망의 상황에서 허우적거리게 된다. 과거엔 그 어둠이 주는 우울함 속에서 푸른 눈물만을 쏟아내곤 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그 막막함 속에서 끝없이 슬퍼했다.

 

지금은 안다, 그 슬픔 또한 영원하진 않다는 사실을. 또한 얕궃게도, 삶은 쭉 불행하지만은 않다. 심연 속에서도 빛은 보이고, 행복은 또 다시 찾아온다. 그러면 또 웃어보인다. 다가온 행복에 몸을 맡기고 그 고조된 감정에 젖어든다. 그리곤, 또 다시 불행이 찾아오는 반복. 마치 낮과 밤도 같다.

 

'그리자벨라'는 과거의 화려한 영광을 가진 고양이다. 물론 과거형인만큼, 지금은 늙고 병들어 다른 고양이들로부터 배척받는 쓸쓸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자벨라'는 희망의 노래를 부른다. 희망은 올 것이라고, 찬란했던 과거는 추억으로 남고 지금은 쓸쓸하지만 이 외로운 오늘도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그리자벨라'의 'Memory'는 1부의 맨 마지막, 2부의 맨 처음과 클라이맥스 총 3번에 걸쳐서 나왔다. 1부에선 쓸쓸한 자기 위안의 느낌으로 다가온 이 노래는 2부의 클라이맥스에선 강력한 희망을 내비치며 자신에게 등을 돌리던 고양이들의 공감까지 유도하며 '그리자벨라'에 대해 관객들도 이입하게끔 한다.

 

행복했던 과거도, 불행한 현재도 영원하지 않다. 그러나 미래는 행복할 것이라고 꿈꿀 수 있다. 그러므로 '그리자벨라'는 결코 단순한 캐릭터 하나가 아니다.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 또한 한 마리의 '그리자벨라'로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한 하루를. 다들 날 떠나가고 찬란한 추억만이 남아버릴 지언정, 우리는 행복이 무엇인지 느꼈기에, 앞으로도 느낄 수 있을 것이기에.


 

Touch me, it's so easy to leave me

All alone with the memory

Of my days in the sun

If you touch me, you'll understand what happiness is

Look, a new day has begun

 

- Cats, 'Memory' 中

 

 

[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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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ㅇㅇ
    • 좋은글 감사합니다:)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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