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죽기 전에 해야 할 일 - 안녕, 소중한 사람

영화 《안녕, 소중한 사람》
글 입력 2023.02.0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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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서로 사랑한 엘렌과 마티유. 엘렌이 희귀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이후, 둘 사이에는 서로 이해할 수 없는 감정들이 쌓여간다.
 
어느 날, 엘렌은 자신처럼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미스터'의 블로그를 발견하고 그가 사는 노르웨이로 난생처음 혼자만의 여행을 떠난다. 장엄한 자연 속에서 자신을 마주한 엘렌은 마지막 선택을 내리고, 마티유는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 노르웨이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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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은 특발성 폐섬유화증을 앓고 있다.
 
특발성 폐섬유화증은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으며 현재까지 이 질병을 완치할 수 없는 약물은 없다. 따라서 질병이 진행된 환자의 경우 폐 이식을 고려해야 한다. 엘렌은 폐를 이식받기 위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은 상태였다. 이에 연인인 마티유는 엘렌이 나을 수 있다는 희망에 기뻐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엘렌은 그렇지 않다.
 
마티유는 아픈 엘렌을 위해 일을 나가는 날을 조정하기도 하는 등 엘렌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엘렌은 아픈 자신으로 인해 마티유의 삶이 영향을 받는 것이 싫다고 말한다.
 
엘렌은 인터넷을 둘러보던 중 투병생활을 하며 글을 올리던 '미스터'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비대면으로 통화도 하며 대화를 나눈 엘렌은 그가 지내고 있는 노르웨이로 난생처음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미스터가 보트 창고로 쓰던 방을 배정받은 엘렌은 그곳에서 생활하게 된다.
 
엘렌은 자신을 보러 노르웨이로 한달음에 달려온 마티유에게 자신은 폐 이식을 받지 않을 것이며, 자신의 운명을 의사들에게 맡기지 않고 자신이 선택하겠다 말한다.

 

 


죽기 전에 해야 할 일

 

만약 당신이 내일 죽는다면 오늘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이같은 질문에 나의 대답은 언제나 가족들과 하루종일 함께 있을 것이다, 였다. 삶의 마지막에는 나를 가장 사랑해주었던,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과 함께 있고 싶었다. 혼자 있을 때 아프면 서럽듯이 혼자 죽는 건 아무래도 서글플 것 같다.

 
질문의 전제가 조금 바뀌면 어떨까? 내가 죽기는 하는데, 언제 죽을지는 모르는 거다. 오늘은 살아 있을 것 같으니 내일 가족들을 만나볼까, 하다가 오늘 죽을 수도 있다. 내가 보고 싶은 모든 사람을 한번씩 볼 수는 없으니 편지를 써야겠다, 해도 편지를 쓰다가 아무도 못 만난 채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그럼 어떡하지? 회사에, 학교에 나가봤자 언젠가는 죽을 거니까 모든 것을 그만두고 여행을 가야 하나? 그러다 타지에서 죽음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쩌면 오래 살 수도 있으니 그냥 열심히 살아볼까? 그러다 점심시간에 밥 먹다가 죽으면 왠지 억울하지 않나?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엘렌이라고 다를 건 없다. 인터넷에 '죽기 전에 해야 할 일' 검색을 하는 모습을 보니 그렇다. 누군가 말했듯 모든 사람은 죽음에 초연이기에 서툴 수밖에 없다.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의 죽음은 이 사람에게도 그렇지만 나에게도 처음일 것이다. 죽은 이후 어디로 가는지조차 알 수 없다.
 
그 낯선 죽음을 마주해야 하는 엘렌과 마티유의 마음이 어떨지 헤아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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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 죽음, 잠, 생명

 

죽음의 모습은 꼭 잠과 닮아 있다. 조용히 눈을 감고 깨지 않는 깊은 잠을 자는 것을 보고 우리는 죽음이라 부른다.

 
미스터의 집은 백야 현상으로 인해 밤에도 환하다. 깜깜해야 할 밤 시간대에도 해는 하늘 위에 여전히 머물러 있으며 새들은 지저귄다. 생명과 잠의 의미가 모호한 곳에서 엘렌은 자신의 죽음을 정면으로 맞이한다.
 
노르웨이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안락사와 의사 조력 자살을 합법화한 국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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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과 마티유

 

극장을 나서며 함께 영화를 본 지인과 대화를 나누었다.

 

두 사람이 각자의 입장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장면에 대해서였다. 나는 마티유가 엘렌에게 화를 내는 것이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은 엘렌이며 그만큼 심란할 것인데 마티유가 그에게 화를 왜 내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언니는 나와 조금 다른 의견이었다. 물론 엘렌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엘렌은 마티유와 연인 관계이다. 마티유가 엘렌과 오랜 시간 함께 있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엘렌에게도 그 관계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홀로 생각해보았다. 만약 내 애인이 수술을 받지 않고 그저 죽음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의 의견을 존중할 수 있을 것인가?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아니오, 였다.
 
나는 마티유처럼 그를 끝없이 설득했을 것이다. 마티유는 결국 엘렌의 의견을 따랐지만 말이다. 자신 또한 힘들고 속상함에도 엘렌을 먼저 생각하고 엘렌에게 애써 웃어 보이던 마티유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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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마티유와 제대로 사랑을 나눌 수조차 없는 엘렌을 보며 안타깝기보다는 불안하고 걱정이 되었다. 엘렌은 마티유를 사랑하는 모든 순간마다 끝없는 좌절을 겪어 왔을까?

 
엘렌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미스터의 존재가 참으로 다행이었다. 블로그에 올린 사진이 자신이 아님을 말할 때, 누워 있는 엘렌의 옆에 자신의 몸을 뉘일 때, 마티유에게 뺨을 맞은 후에, 그 모든 순간에 미스터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엘렌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었다.
 
영화의 초반, 프랑스에 있을 때의 엘렌과 후반부 노르웨이에서의 엘렌의 모습은 참 다르다. 어딘가 불안하고 우울해보이던 프랑스의 엘렌보다 죽음을 선택한 엘렌이 훨씬 행복하고 생기 있어 보인다.
 
작품에서 마티유 역을 맡은 배우 가스파르 울리엘(Gaspard Ulliel)은 지난 2022년 1월 세상을 떴다. 영화 《안녕, 소중한 사람》은 그의 유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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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안락사 허용 해외 현황 살펴보니[갈길 먼 웰다잉下]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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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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