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좋은 빛, 좋은 공기 [영화]

광주와 부에노스 아이레스
글 입력 2023.01.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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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흥순 감독의 <좋은 빛, 좋은 공기>는 신군부 세력으로부터 학살을 겪은 ‘광주’와 ‘부에노스 아이레스’ 두 도시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다.

 

1980년 5월 18일 좋은 빛(光州, Good Light)이라는 뜻을 가진 ‘광주’의 시민들이 신군부 세력에 의해 희생을 당했고, 좋은 공기(Buenos Aires, Good Air)라는 뜻을 가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3만여 명의 시민들이 실종되었다. 영화는 이 두 도시의 역사가 거울처럼 닮아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때 <좋은 빛, 좋은 공기>는 실종자들. 그 실종자의 유족들. 그리고 발굴과 복원 작업에 초점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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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거울', '안녕', '눈까마스', '이름도 남김없이', '쑥갓'이라는 총 5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각 챕터는 복원 작업부터 시작하여 실종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수용소에서 벌어졌던 고문, 실종자 엄마들의 투쟁, 사건 이후 개인과 가족들에게 미친 영향. 그리고 마지막으로 ‘쑥갓’이라는 챕터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리한다.


영화는 두 도시의 아픈 역사를 다시 꺼내 든다. 그리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미얀마 쿠데타(#Save Myanma)를 언급하며. 아픈 역사가 답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는 이 반복의 굴레를 멈추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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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보여준 ‘광주’와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놀랄 만큼 닮아있다.

 

당시 사건의 진행 과정과 군부세력이 가한 고문의 형태. 그리고 당사자와 유족의 아픔 등은 마치 거울에 비춘 것처럼 동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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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영화는 실종자 수색 과정과 복원 작업에 초점을 맞춘다. 연속되는 유족들의 인터뷰 장면은 우리에게 스크린 너머 그들의 아픔을 느끼게 한다.

 

이들은 하룻밤 새 사라져버린 가족에 대한 어떤 실마리도 알지 못한 채로 몇십 년을 기다려왔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실종자는 3만여 명에 달하며, 광주의 실종자는 200명 이상이 된다. 두 도시 모두 유골 발굴 작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광주에선 지금까지 단 한 구의 유골도 발굴되지 않았다.

 

영화는 ‘실종'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에, -확신-이 들어서면 그것은 누군가가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힘이 된다’고 말한다. 실종자들을 계속해서 찾는 작업이야말로 당시를 기억하는 방법이자, 그들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전하는 것이다.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는 공간(光州, Good Light & Buenos Aires, Good Air)을 상징하는 제목처럼, 다양한 공간을 보여준다. 사건이 발생했던 광주의 전남도청, 기독병원, 그리고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클럽 아틀레티고의 공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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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의 공간들이 영화에 담긴다. 공간은 영원히 필름에 담기게 되어, 영화를 통해 복원된다.

 

뿐만 아니라 영화는 사람들을 재소환하여, 그들이 구두로 전하는 이야기를 통해 사건의 기억을 꺼낸다. 그리고 '상영'을 통해 현세대에게 전해진다.

 

영화 초반부에서 보여주는 사건 당시 전남도청 건물은 매우 처참하다. 그리고 현재에 전남도청 건물에는 사건의 흔적이 전부 사라져 있다. 유족들에게 있어서 사건의 흔적은 사소한 것 조차도 소중하기에, 전남도청 건물의 복원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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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광주 고등학생들이 전남도청 건물을 배경으로 당시 사건을 재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재의 세대가 과거의 사건을 재소환한 것이다.

 

학생들은 실제로 폭력을 당하지 않았지만, 폭력을 경험한다. 고문을 목격한 적이 없지만, 그것을 체험한다. 실제로 쓰러진 사람은 어디에도 없지만, 길목에 쓰러진 누군가를 구한다. 현세대 학생들은 사건의 기억을 이어받는다. 그 과정에서 그때의 고통을 공감하고 이해한다.

 

복원은 그들의 상처를 기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며, 더불어 현세대에게 그것을 전하여 미래까지 전파한다. 복원한 기억을 접한 우리는 그들의 고통과 상처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우리의 기억은 답습을 막는다.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아픈 역사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는 희미해져 가던 ‘광주’와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기억을 필름에 담아, 우리에게 전달된다. 각 장면이 만들어지고, 스크린을 통해 상영되어, 우리에게 전달되는 과정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빛, 좋은 공기>는 또 하나의 복원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김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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