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점 구경하기 [도서/문학]

서점도 맘편히 구경하지 못하는 세상
글 입력 2023.01.24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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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작성했던 글에서 나는 취미가 서점 구경하기라고 밝힌 적이 있다. 방학을 맞아 이번에도 역시 집 근처 서점을 구경하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했다.


전공이 미술이다 보니, 미술이나 디자인 분야의 책도 살피고, 그냥 요즘 잘 읽히는 책을 찾아서 보기도 했는데 작년에는 “직장인 창업하기”와 같은 책이 많았다면, 지금은 “유튜브 썸네일 만들기”,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유튜브”와 같은 제목의 책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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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점은 작년에도 물론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언어를 토대로 분석한 책이 있었지만, 올해는 거기서 더 나아가 신조어를 분석한 책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특히 기존 용어를 활용해 어떻게 활용하는지 분석했다는 점이 기존 책과 다른 점이었다. 기존 책은 왜 그 언어를 쓰는지를 분석했다면, 이번 책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고, 활용 방식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분석하는 책이었다.


또한, 작년 한 해를 강타했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MZ세대”와 “문해력” 그리고 “문해력”과 관련 있다고 볼 수 있는 “상식”을 제목에 달고 있는 책이 많았다. 특히, 문해력을 길러준다는 책을 봤을 때, 첫 장에 자신의 문해력을 시험해볼 수 있는 칸이 있었는데, 비슷한 우리말을 나열해놓고 그 의미를 써보라는 퀴즈였다.

 

나는 그 퀴즈를 보면서 ‘과연 한국인 중에 국어과 교수 제외하고 이 문제를 다 풀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대충 “구별하다”와 “구분하다”의 차이나 의미를 묻는 문제였는데, 한국인이라면 오히려 더 풀기 어렵지 않을까 싶었고, 이런 것까지 구분해야 하는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다음은, 유아나 청소년 구역으로 가서 만화책이나 문제집을 살폈는데, 유아 만화책이 유튜브 콘텐츠를 내포하는 일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여전했다. 그리고 청소년 구역, 특히 초등학교 3학년 문제집을 보는데 내용이 너무 고등학교 3학년의 비문학에 나오는 내용과 흡사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요즘 아이들이 참 안타깝고, 어떻게 보면 일찍 태어나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외에는 작년과 유사하게 재테크, 주식, 코로나와 같은 키워드가 주를 이루었고, 내용도 거기서 거기로 작년과 다를 게 없었다. 서점을 돌아다니며 느낀 점은 서점은 변하는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이었다. 페미니즘 관련 서적도 참 많아졌고, 디자인 특히 UX, UI와 같은 프로그램을 다루는 교재가 많아졌다.


실제로 컴퓨터학원에 다닐 때 상담을 하면, 요즘은 영상을 만들거나 건물 도면을 다루는 프로그램은 기본으로 다뤄야 한다는 말을 듣곤 했는데, 서점에 널린 디자인 책을 보니 정말인 것 같아 초조하고 불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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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갈수록 세상이 개인에게 바라는 것이 많아지는 것 같다. 어도비 프로그램인 포토샵, 일러스트, 인디자인만 다루는 것에서 나아가 영상을 만들거나 건물 도면을 직접 만들기 위해 다른 프로그램도 다루기를 요구하고, 심지어 옛날에는 800점을 넘기면 잘하는 걸로 여겨졌던 토익 점수도 이제는 900이 넘지 않으면 잘한다고 할 수 없게 됐다.


20대 초반이고, 이제 졸업 학년을 두고 있어 학원을 많이 다니게 되는데, 학원을 갈 때마다 그리고 주변에서 관련 소식을 들을 때마다 눈앞이 참 캄캄해진다. 한 유튜브 댓글에서 이런 댓글을 봤다. “솔직히 지금 2030대가 제일 불행한 세대인 것 같다. 자라면서 보고 배우고 겪은 게 있어서 눈은 높은데 자신의 능력만으로는 그걸 채우기 힘든 세대니까.”


공감한다. 분명 나는 옛날부터 서점을 구경하는 걸 참 좋아했다. 보고 싶은 책도 맘껏 볼 수 있고,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알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으니까. 근데 이제는 서점 하나도 마음 편히 돌아다니지 못한다. 서점에 있는 모든 책이 다 나한테 “너는 부족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서.


세상은 살면 살수록 어렵고 힘든 곳인 것 같다. 그래서 주변 어른들이나 나보다 먼저 세상을 산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고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 역시도 그들의 나이가 되었을 때, 부디 세상에서 단단히 내 두 발로 버티고 있기를 바라본다.

 

 

[이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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