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을 가득 담아, 제인 - 제인 오스틴, 19세기 영국에서 보낸 편지

글 입력 2023.01.1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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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제인 오스틴을 아시나요? 어떻게 아시나요?" 


책을 모두 읽은 후 이렇게 사람들에게 묻고 싶었다. 안다고 답하는 사람에게 함께 이야기하자는 제안을 하고 싶기도 하고, 잘 모르는 사람에게 제인 오스틴에 대해 나는 이제 잘 안다고 자랑하고 싶은 이유도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하게는 사람들에게 제인 오스틴을 소개하고 싶기 때문이다. 

 

1775년 영국 햄프셔주 스티븐턴에서 여덟 남매 중 일곱 째로 태어난 제인 오스틴이 생을 마감한 1817년까지 짧은 생애 동안 어떤 삶을 살며 어떤 글을 썼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름만 들었을 때 바로 그의 대표작들을 머릿속에 떠올리지 못했다. <오만과 편견> <설득> <에마> <이성과 감성> <맨스필드 파크> <노생거 사원>이라는 영문학계의 수작 6편을 집필했으나 작품을 읽어봤거나 들어봤어도 작가 '제인 오스틴'에 대해서는 그가 활동한 시기조차 몰랐다. 그랬던 내가 책 한 권으로 제인 오스틴에 대해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제인 오스틴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쓴 72통의 편지들을 통해 적어도 그가 얼마나 위트와 유머를 가진 사람인지, 평범한 일상도 마법과 같은 손길로 예술로 탈바꿈하는지, 가족을 자주 생각하고 아끼고 사랑했는지 알 수 있었다. 200여 년 전에 영국에서 활동한 작가이지만 21세기 한국에서도 제인의 말과 생각은 이해하고 공감하기 어렵지 않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유머와 일상과 가족은 매일 경험하는 평범한 것이다.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창의적인 삶은 세 시기로 나누어진다. <이성과 감성>, <오만과 편견>의 습작을 시작한 행복한 스티븐턴에서의 시절과 이후 바스와, 사우샘프턴에서 보낸 아무것도 쓰지 않은 긴 시간, 그리고 그녀가 다시 행복해져 지난 작품들을 마무리하고 다시 새 글을 쓸 수 있게 된 초턴에서의 위대한 창작 시절이다. 책은 이 시기들을 따라 제인이 머물렀던 공간을 기준으로 6장을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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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고 사적인 편지



책은 제인의 편지가 보여주는 매력을 '엄청난 사랑을 받은 작품을 쓴 저자에 대한 독자들의 기본적인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다는 점과 소설에서 매력적으로 느꼈던 요인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상당 부분 알려 주고 있기도 하다'라고 정리해서 이야기한다. 편지와 함께 수록된 170여 점의 삽화들은 당시 영국의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다채로운 제인의 경험을 뒷받침해 준다.


19세기 영국에서 제인 오스틴이 보낸 편지들은 작품의 작가로만 남을 수 있던 그의 인생을 알게 하는 자료이다. 스무 살부터 생의 말년에 이르기까지 남아 있는, 혹은 그렇다고 알려진 편지들은 대부분 제인이 언니 커샌드라에게 보낸 것이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청소년기에 되도록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에 제인이 성인이 된 이후에야 두 사람 사이에 편지가 오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제인은 사우샘프턴에서 1808년 6월 15일 커샌드라에게 편지를 쓰며 '이렇게 근사한 공간을 나만 쓴다고 생각하니 어색하고 언니 없이 가드머셤에 있는 것 또한 이상하게 느껴져.'라며 그리운 마음을 드러냈다. '3년 전에 언니와 해리엇과 샤프 양과 함께 있을 때 우리는 혈기 왕성했지. 우리가 차츰 철들고 있나 봐. 금요일. 난 모두에게서 사랑을 듬뿍 받았어.'라는 말로 보고 싶은 커샌드라와 함께 한 시간을 추억했다.


시기에 따라 나뉜 편지를 차례로 읽다 보면 편지 수령인이 커샌드라만이 아니고, 편지 내용 안에는 가족 이외의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을 완성한 퍼넬러피 휴스핼릿도 이를 예상했는지 본격적으로 편지를 전하기 앞서 '편지 속 사람들' 차례를 통해 주요 인물을 소개한다. 

 

초상화와 함께, 때론 이름과 설명만으로 소개되는 인물들 외에도 편지 작성하는 날에 제인이 언급하는 인물도 여럿이다. 장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가 가족과 이웃을 포함한 사람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사람이고, 꾸준히 등장하는 이름들로 오래 인연을 이어가는 것에도 능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한다. 

 

무도회장에 자주 등장하고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잦은 제인이었지만 커샌드라는 그에게 유일하고 가장 특별한 존재이다. 제인이 쓴 첫 편지로 남아있는 1796년부터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한 커샌드라는 동생이 죽은 후 조카에게 편지를 써 제인에 대한 사랑과 슬픔을 가득 토해냈다. 두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늘 편지를 통해 마음만은 함께였다.


 

1801년 1월 3일 토요일

이제 난 편지 쓰기의 진정한 묘미가 뭔지 알게 됐어. 그건 늘 상대에게 말로 하던 걸 고스란히 종이에 옮기는 거야. 그러니까 난 이 편지에서 최대한 빨리 언니에게 이야기하는 중인 거지...


1807년 1월 7일 수요일

언니의 편지가 일요일에 올 줄 알고 내가 기다렸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야. 화요일이 되기 전까지는 언니의 편지를 받을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덕분에 어제 전처럼 고대하다 실망하는 일 없이 온전한 기쁨을 누릴 수 있었어. 편지를 써 줘서 고마워.


1809년 1월 24일 화요일

이번 주에는 금요일이 아닌 목요일에 편지를 받을 수 있는 기쁨을 누리게 해줄게. 그렇다고 언니가 일요일 전에 답장을 쓸 필요는 없어. 언니와 언니의 손가락이 분주할 테니까. 소중한 몸을 잘 보살펴 줘. 너무 열심히 일하지 말고. 커샌드라 고모는 베벌리 양처럼 귀한 존재라는 걸 잊지 마.

 

 

 

제인 오스틴의 편지가 지닌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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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책의 내용을 인용해 말한 것처럼 제인 오스틴의 편지는 '엄청난 사랑을 받은 작품의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귀한 자료이자, '어떤 경험에서 소설이 비롯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록물이다. 먼저 제인 오스틴의 편지는 그의 위트와 유머, 가족을 향한 사랑, 미적 감각을 확인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제인 오스틴은 자신의 작품에서뿐만 아니라 현실 속에서도 유쾌한 사람이었다. 

 

1798년 12월 28일 편지를 통해 '용돈을 받는 데다 프랭크 오빠가 승진한 기쁜 날을 기념해 모슬린 가운을 사지 않는다면 난 언니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고, 1814년 3월 9일 아픈 중에도 '어머니와 마사와 마찬가지로 나도 감기에 걸렸어. 감기를 떨어뜨리는 과제가 우리 사이에 일종의 경쟁이 되어 버렸어.'라고 말하는 제인은 분명 편지를 읽은 커샌드라가 미소 짓게 만들었을 것이다.


제인의 유머는 커샌드라에게만 드러난 것이 아니다. 다섯째 오빠 프랜시스(프랭크)에게 1813년 7월 3일에 보낸 편지에는 '하느님의 은총이 있길. 오빠가 계속 미모를 유지하고 빗질을 하길 바라. 대신 모든 털을 다 빗진 말고'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첫째 오빠 제임스의 아들 에드워드에게도 애정을 담아 그녀가 생을 마감하기 7개월 전인 1816년 12월 16일에 '고급스러운 2인치 너비의 작은 상아 붓으로 작업했지만 엄청난 노력을 들인 결과물은 초라했는데 내가 그걸 가지고 뭘 할 수 있을까?'라며 장난도 쳤다.


가족에 대한 사랑은 편지를 통해 꾸준히 드러난다. 여덟 남매를 출산한 어머니의 건강 상태를 커샌드라에게 알리고('1798년 11월 17일: 지난번에 보낸 내 편지의 말미를 주의 깊게 봤다면 이 편지를 받지 않아도 언니는 벌써 만족하고 있을 거야. 어머니의 병이 재발하지 않았거든.' '1798년 12월 18일: 어머니는 계속 원기 왕성하시고 식욕도 괜찮고 밤에 아프지도 않으셔. 하지만 식사량이 아직 꾸준하지 않고 가끔은 천식, 가슴의 수종과 간 질환을 호소하셔.'), 가족의 기쁜 소식과 슬픈 소식을 솔직한 마음으로 나누었다.


 

1798년 12월 28일 금요일

프랭크 오빠가 해냈어. 어제 중령으로 승진해서 페테럴 범선으로 임명받고 지금 지브롤터에 있대. 언니는 기뻐서 눈물을 흘리겠지, 그렇게 하면서 나머지 소식도 들어. 인도 공관이 오스틴 중령의 탄원서를 받아들이기로 했대. 마찬가지로 찰스 존 오스틴 중위가 타마의 구축함으로 이동했다는 소식을 제독한테서 들었어. 우리는 그곳이 어딘지 찾지 못했지만 어쨌든 찰스가 거기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에 희망을 품고 있어.

 

1805년 1월 22일 화요일

정이 많은 오빠의 성격상 엄청난 상처가 되겠지만 부디 충격을 조금이나마 작게 받길 바라. 너무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경황이 없지만 알릴 수밖에 없는 점을 이해해 줘. 우리는 훌륭한 아버지를 잃었어. 고작 8시간 40분 동안 발병한 질병 때문에 어제 아침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거야. (중략) 장례식은 토요일에 월콧의 교회에서 있을 예정이야. 고요한 시신은 아름답기까지 해! 항상 아버지를 대변하던 그 다정하고 자애로운 미소가 그대로 남아 있어.

 

1813년 7월 3일 토요일

우리는 헨리 오빠가 곧 다시 방문해 주길 바라고 있어. 이번에는 우리의 손님 자격으로 올 거야. 아주 잘 있고 더 이상 채권 추심 일을 하지 않는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게 되어 너무 좋아. 헨리 오빠는 승진해서 무척 기뻐하고 있어. 할 수 있는 만큼, 그리고 자신만의 생각대로 일하고 있어...


 

제인의 미적 감각이 돋보이는 내용도 있다. 1798년 12월 18일 화요일에 보낸 편지에서 스물두 살의 제인은 '며칠 전에 짬이 나서 언니의 블랙 벨벳 보닛의 베일을 떼어 내 꾸준히 작업하는 중이야. 너무 과해지기 전에 내 모자에 엄청난 우아함을 더해 줄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말한다. 

 

16년이 지난 후인 1814년 3월 9일 수요일에도 '오늘은 소매가 긴 거즈 가운을 걸쳤어. 아주 근사하게 완성했지만 긴 소매를 달아도 될지 확신이 안 섰어. 가슴 부분, 특히 모서리 쪽을 좀 낮췄고 위쪽 주변으로 땋은 무늬의 검은 새틴 리본을 둘렀어.'라며 여전히 의복에 관심이 있고 미적 감각이 존재함이 드러난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이미 읽어본 사람이 편지를 읽는다면 소설의 내용이 어떤 경험에서 비롯되었는지 유추할 수 있다. 책은 친절하게도 제인의 삶, 편지, 예술 사이의 연결고리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설에서 발췌한 부분들을 책 속에 삽입해 두었다. 제인의 평범한 일상은 그의 글 속에서 재미를 주는 소재가 되었고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다.


 

1813년 5월 24일 월요일

헨리 오빠와 난 스프링 가든스에서 열린 전시회에 갔어. 훌륭한 컬렉션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흡족했어. 특히나(패니한테 좀 말해 줘) 정말로 빙리 부인과 비슷한 작은 초상화를 찾았거든. 난 그녀의 여동생 중 1명을 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었지만 다아시 부인은 없었어. 아마도 우리가 시간이 날 때 가게 될 대영박람회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중략) 빙리 부인의 초상화는 그녀와 정말 똑같아. 체구도, 얼굴 형태도, 특징과 다정함까지 전부. 그보다 더 닮을 수가 없어. 

 

<오만과 편견> 중에서 '엘리자베스가 펨벌리에 있는 다아시의 초상에 매료되었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아는 유일한 얼굴을 찾아 걸었다. 마침내 한 초상이 그녀를 사로잡았고 그녀는 다아시와 무척 닮은 모습에 감탄했다. 그녀를 쳐다볼 때 가끔 보였던 미소가 드리운 얼굴. 그녀는 완전히 사색에 잠겨 그 초상 앞에 한참을 서 있었고 갤러리에서 나가기 전에 다시 한번 그 앞으로 돌아왔다. 

 

 

 

편지 봉투를 닫으며



제인 오스틴은 생전에 완성한 6편의 작품은 모두 그의 대표작이 되었고, <오만과 편견>은 현재까지도 영미권 스테디셀러의 표본으로 불린다. 그가 남긴 장편소설 6편은 모두 영상화가 되었다. 

 

<오만과 편견>은 현재까지 총 12번의 영상화가 되었고, 심지어 미완성 작품인 <샌디턴>과 <레이디 수전>도 2010년대에 드라마화됐다. 후대에 그의 작품을 사랑한 사람들은 작품 각색뿐만 아니라 제인 오스틴 본인의 삶을 중점으로 그린 영화 <비커밍 제인>도 제작했다. 제인 역에는 앤 해서웨이, 스무 살에 만난 사랑 톰 르프로이 역은 제임스 맥어보이가 맡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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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으로 제인 오스틴의 생애를 알아가면서 <비커밍 제인>도 보았다. 편지와 달리 실제 제인 오스틴을 그대로 옮겨온 것은 아니었지만, 일방향적으로 전해지는 편지에서 느낀 괜한 아쉬움을 채워주는 좋은 시간이었다. 특히 배우자가 없는 제인의 상황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어머니, 아버지의 대사를 통해 전달하는 것을 보면서 편지 속에 언급된 빈곤한 여러 독신 여성의 곤경을 크게 걱정하던 당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어머니: 가난한 노처녀 신세 몰라? 사방에서 조롱거리가 될 뿐이야.

이 시골 사람들이 너를 손가락질할 거라고!

부부간에 사랑은 있으면 좋긴 하겠지만 돈이 없으면 못 사는 거야.

제인: 제 혼자 힘으로 살 수... 제가 돈 벌 수...

어머니: 소설 써서? 그 말은 꺼내도 마라.


아버지: 근사한 저택에서 살 기회다. 편하게 살 수 있어.

생각해 봐라. 놓치기 아까운 기회야.

제인: 위즐리요?

아버지: 매력은 없지만 나아질 거다. 가난만큼 영혼을 파괴하는 건 없어.

 

영화 <비커밍 제인> 중에서

 

 

제인 오스틴의 집은 부유하지 않았고 그의 동네는 시골로 소개된다. 당시 여성들에 비해 제인과 언니 커샌드라는 교육을 받은 편이었으나 시대는 여성이 소설가로 성공하는 것보다 부유한 남편감을 만나 결혼하는 것을 가족을 위한 일로 여겼다. 제인은 독신으로 살다가 언니의 무릎을 베고 사망했는데 그가 결혼을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조카 패니에게 조언했듯 '애정 없는 결혼을 하느니 차라리 하지 않은' 것이다.


그가 소설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생활할 수 있는 돈을 벌었지만 풍족한 삶을 살지는 못했던 것 같다. ('1808년 6월 30일: F. 오스틴 부인에게 어울릴 만한 작은 선물을 추천해 주지 않을래? 그녀에게 뭐라도 가져가고 싶어. 그녀한테 은 나이프가 있어? 아니면 브로치가 나을까? 내가 쓸 수 있는 돈은 반 기니밖에 안 되지만...' '1813년 9월 25일: 나에 대한 모든 미스터리를 만들기보다는 돈을 버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아. 내가 제대로 한다면 사람들이 자신들의 지식을 위해 돈을 지불하겠지...')


짧은 생애가 재정적으로 풍요롭지는 않았지만 오스틴 남매의 끈끈한 우애 덕분에 그가 겪은 곤경은 훨씬 덜했다. 한 곳에 계속 정착하지 못했던 환경이 여러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경험하게 만들었고, 말년에 초턴 코티지에 머물며 작품을 마무리해서 출간하고 다시 새로운 작품을 집필하는 힘과 소재가 되었다. 그는 글을 쓰지 않을 때도 언제 어디서나 글을 생각했다. 

 

 

1809년 1월 24일 화요일

내가 쓴 글을 보고 그 애가 즐거워했다니 기뻐. 하지만 패니의 안목 있는 비평에 노출되어 내 문체가 영향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난 고독을 아주 많이 즐겨야 하거든. 이미 전보다 더 단어와 문장에 비중을 두고 감상, 삽화, 모든 은유를 살피고 있어. 저장 창고에 내리는 비처럼 아이디어가 빠르게 샘솟을 수 있다면 참으로 근사할 텐데.


1813년 1월 29일 금요일

런던에서 아끼는 자식(<오만과 편견>)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할게. 수요일에 포크너가 보낸 사본 한 본을 받았고 거기에 헨리 오빠가 다른 한 본을 찰스에게 주고 세 번째 사본은 마차로 가드머셤으로 보낸다는 메모가 세 줄 적혀 있었어. (중략) 그녀는 의심하지 않는 눈치였어. 가엽게도 정말 기뻐하더라고! 강한 캐릭터가 주도하니 그건 어쩔 수 없었지. 벤 양은 정말로 엘리자베스를 동경하는 것 같아.


1814년 11월 30일 수요일

사람들은 책을 사기보다는 빌려 읽고 평가하는 데 더 익숙해. 그게 전혀 놀랍지 않아. 하지만 나도 다른 사람만큼 칭찬을 좋아하고 에드워드 오빠가 백랍만큼 가치가 있다고 한 것도 마음에 들어.

 

 

200년 넘게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제인 오스틴의 책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사랑받는 동안 더 읽힐 것이다. 비록 결혼하지 않았고 낳아서 기른 자식이 없지만 제인이 편지에서 표현했듯 그의 방식으로 세상에 아끼는 자식들을 남겨두었다. 편지를 읽는 동안 잠시나마 나는 제인의 편지 수령인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나라면 이 편지에 어떤 답장을 적었을까 생각하다 보면 커샌드라의 답장도 궁금해졌다.   

 

커샌드라가 제인에게 보낸 편지는 한 통도 보지 못했지만 제인이 아끼던 조카 패니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 두 통은 전해진다. "제인은 내 인생의 햇살이자 모든 즐거움을 함께하고 모든 슬픔을 같이 나눈 동반자였지. 그 애와 떨어진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고 그래서 내 일부를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제인은 활기 넘치던 젊은 시절에도, 고모가 되어 아끼는 조카가 생겼을 때도, 몸이 안 좋아 쉬는 시간이 많을 때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웃음도 짓게 만드는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실제 제인 오스틴을 알고 난 지금, 그의 작품은 분명 이전과 다른 감상을 전해줄 것이다. 

 

6편의 작품 속에 모두 제인 오스틴이 있다고, 그의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어떤 인물도 미워하다가 금방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이제 그의 아끼는 자식들을 만나러 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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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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