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녀의 삶을 엿보다 - 제인 오스틴, 19세기 영국에서 보낸 편지

편지 속 그녀의 모습에서 그녀의 삶을 엿보다
글 입력 2023.01.19 12:3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제인오스틴_평면표지.jpg

 

 

Prejudice prevents me from loving others, Pride makes no one else love me

“편견은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못하게 한다”

 

영화 [오만과 편견]에 등장하는 말 중 하나로, 내가 뽑은 로맨스 영화 중 단연코 최고라고 얘기할 정도로 좋아하는 영화이자 정말 좋아하는 대사다. 시대적 배경부터 특유의 분위기, 대사, 스토리 모두 마음에 들어서, 영화를 반복해서 보지 않는 내가 여러 번 봤을 정도로 좋아하는 영화다.

 

갑자기 애정 하는 영화를 화두로 던진 이유는 바로,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책 [19세기 영국에서 보낸 편지]의 주인공이 바로 [오만과 편견]를 쓴 작가 ‘제인 오스틴’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영국 소설의 ‘위대한 전통’을 창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로 서양 문학사에서 매우 영향력 있고 중요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소설가로, 앞서 말했던 [오만과 편견]을 비롯해 [이성과 감성], [엠마], [노생거 사원], [설득] 등 다양한 소설을 집필했다.

 

[19세기 영국에서 보낸 편지]는 이런 그녀가 실제로 썼던 편지를 담은 책으로, 현존하는 161통의 편지 중 그녀의 일상과 작가로서의 능력과 가치관을 잘 보여주는 내용 위주로 추린 72통의 편지를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당대 풍경과 문화를 그린 삽화 170여 점을 페이지 곳곳에 실어, 마치 영국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을 상기시켜준다.


 

“이제 난 편지 쓰기의 진정한 묘미가 뭔지 알게 됐어. 그건 늘 상대에게 말로 하던 걸 고스란히 종이에 옮기는 거야. 그러니까 난 이 편지에서 최대한 빨리 언니에게 이야기하는 중인 거지…”

 

 

언니, 조카 등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가보지 않은 곳, 만나지 않은 사람들, 그녀가 겪었던 상황, 느꼈던 생각 등을 마치 옆에서 조잘조잘 거리며 신나서 떠들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떠오르곤 하는데, 실제로 보지는 못했지만 사랑스럽고 여성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다 보면 중간에 그녀의 외적 모습을 묘사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 역시 마찬가지로 그녀가 굉장히 매력적인 여성이었다고 느껴진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몸매에 사뿐한 걸음걸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으며…광대는 둥글고 입과 코는 작고 예뻤으며 연한 녹갈색 눈동자에 갈색 곱슬머리가 얼굴 주변을 자연스럽게 에워쌌다”

 

 

[오만과 편견]의 저자여서일까? 책을 읽는 동안 제인 오스틴 그녀가 [오만과 편견] 속 엘리자베스와 동일 인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제인 오스틴이 쓴 편지 속에서 드러나는 그녀의 모습들이 내가 생각한 엘리자베스의 성격과 사고방식, 행동, 말투 등 모든 것과 딱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오만과 편견]의 여주인공이었던 ‘키이라 나이틀리’를 그녀 모습에 투영해 상상하며 책을 읽었고, 그것이 오히려 편지 내용을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녀가 직접 생각을 쏟아냈던 편지라 그런지, 내용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고 그중 인상에 남았던 부분을 몇 가지 공유해 보고자 한다.

 

 

1798년 12월 24일 월요일 밤 / 소중한 커샌드라 언니에게

 

우리의 무도회는 아주 소박했지만 그렇다고 재미가 없지는 않았어. 31명이 참석했고 11명이 여성이었는데 그중 미혼은 다섯뿐이었지. 내 파트너들의 이름을 들으면 어떤 신사들이 왔었는지 짐작이 갈 거야. (…) 20명이 춤을 췄고 난 그들 모두와 춤을 췄는데 전혀 피곤하지 않았어...내 검은 모자를 보고 르프로이 부인이 대놓고 감탄하기에 난 속으로 이곳에 모인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뿌듯해했어…

 

 

‘무도회가 초반엔 재미없었지만, 나중엔 즐거웠어. 근데 내 모자를 보고 다른 사람이 칭찬하길래 속으로 완전 뿌듯했다!’ 하며 신나고 들뜬 마음으로 편지를 적는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누군가의 칭찬에 한없이 즐거워지는 그 모습이 여느 20대 초반의 또래들과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이러한 문장들 속에서 우애 깊고 사이좋은 집안에서 사랑받고 자라 밝고 솔직한 그녀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었다.


 

1801년 5월 12일 화요일 / 커샌드라 언니에게

 

어젯밤 바보 같은 파티가 또 있었어. 좀 더 규모가 컸다면 나았겠지만 카드 테이블 하나를 겨우 놓고 6명이 서로 쳐다보며 시답잖은 이야기나 지껄여 댔지. 레이디 푸스트, 버스비 부인, 오웬 부인이 외삼촌과 같이 앉았고 5분이 채 되지 않아서 거친 늙은이 3명이 들어와 자리를 잡고…의자가 삐걱거릴 때까지 죽치고 있었어.

 

난 타인의 괜찮은 점은 어떻게 계속 찾아야 할지 모르겠어. 체임벌레인 부인이 근사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나온 건 존중하지만 그 이상의 섬세한 감정은 느낄 수가 없어. 랭리 양은 키가 작고 넙데데한 코에 입이 컸어. 그녀는 최신 유행하는 드레스를 입고 가슴을 유감없이 드러냈지. 스탠호프 제독은 신사처럼 보이지만 다리가 너무 짧고 연미복 꼬리는 너무 길어 이상했어…

 


사적으로 쓰인 편지라 유독 더 가감 없이 써서 일지, 아니면 실제 그녀가 평소의 태도일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녀가 누군가 비평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남을 평가하는 그녀의 시선은 꽤나 직설적이었다. 하지만 가장 좋아하고 가까운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 속 내용이라는 것을 미루어 보았을 때, 나와 친구가 나누는 대화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괜히 친근감이 들기도 했다.


 

1814년 11월 18일 금요일 / 사랑하는 조카 패니에게

 

처음에는 정말로 놀랐어. 네 감정에 어떤 변화가 있을 거라는 의구심을 가져 본 적이 없고 네가 사랑에 빠졌다는 확신도 없었거든. 사랑하는 패니, 지금 난 내 생각을 비웃을 준비가 되었어. 그렇지만 네 감정에 대해서 내가 잘못 판단한 부분에 있어서는 비웃지 않을 거야. 네가 처음 털어놓았을 때 진심으로 조심스럽게 대응했어야 했는데. 하지만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깊이 사랑에 빠진 건 아니야. 넌 학위에 매료된 거라고 생각해. 행복을 위한 좋은 수단이고 더 많은 기회를 가져다주니까. 우리가 함께 런던에 있었을 때는 네가 정말 사랑에 빠진 것처럼 보였어. 그런데 지금 넌 그렇지 않아. 전혀 그런 기미가 안 보여. (…)

 

난 의구심의 한 부분에 대해 아주 길게 적었어. 이쯤 해 두고 너도 너무 깊이 생각하지는 말아. 네가 정말로 그를 좋아하지 않는 한 받아들여서는 안돼. 애정 없는 결혼을 하느니 차라리 안 하는 편이 더 낫고 견디기 수월해.

 


당시 시대상을 떠올려 보면, 결혼을 통해 신분을 유지하기 때문에 결혼이라는 제도가 여성들에게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고 판단된다. 그러한 시대 분위기 속에서 ‘조건보다는 사랑’, ‘사랑 없는 결혼을 할 바에 독신인 쪽이 더 좋아’라고 외치는 그녀의 모습에서 진취적이고 당당한 신여성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고, 이러한 생각과 태도가 그녀를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KakaoTalk_20230119_003806147.jpg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좋다고 느껴졌던 부분은 본격적으로 편지 내용을 보여주기에 앞서 그녀의 가족 관계를 보여주는 가계도를 포함하여 편지 속 등장하는 사람들을 간략하게 소개해 준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외국인의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해서 여러 번 이름이 등장해도 눈에 제대로 익기 전까지는 잘 구분이 안되는 편이라 외국 이름을 종종 버거워하는 편이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로 읽으면서도 편지 속의 등장인물이 누구였는지 자주 헷갈려서 혼돈이 오기도 했는데, 필요할 때마다 앞에 내용을 참고할 수 있어서 조금은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그녀가 쓴 책이 아닌, 그녀의 인생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제인 오스틴의 인생을 모두 조명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비커밍 제인]이라는 영화를 봐야겠다 생각을 하며 이만 글을 마치고자 한다.

 

 

 

20221218001213_rsxitxon.jpg


 

[곽미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