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제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마리아 스바르보바 - 어제의 미래展

글 입력 2023.01.16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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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작품을 처음 만난 건 2018년이었다. 한 전시의 포스터 이미지로 쓰인 사진을 보며 파스텔 톤의 색감이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만남은 2019년 롯데갤러리의 전시에서였다. 우연히 갔던 백화점에서 익숙한 사진을 보니 반가운 마음에 <스위밍 풀> 시리즈를 찬찬히 들여다봤다.

 

그리고 최근, 세 번째로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작품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개인전 <어제의 미래>를 통해서였다. 보통 우연도 3번 반복되면 필연이라 하지 않나? 처음엔 그저 예쁘다 생각하고 지나쳤던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작품들을 좀 더 깊이 있게 즐겨보고 싶다는 생각에 미술관으로 향했다.


마리아 스바르보바는 슬로바키아의 사진작가로 복원과 고고학을 전공했다. 그녀의 실험적인 사진 스타일은 국제적인 찬사를 받으며 각종 출판물의 특집 기사로 소개되었고 그녀는 금세 전 세계적으로 러브콜을 받는 유명 사진작가가 되었다.

 

이전까지 한국에서 진행된 전시는 그룹 전시이거나 비교적 규모가 작은 전시였던 탓에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스위밍 풀> 시리즈가 중점적으로 소개되었다.

 

반면, 이번 전시에서는 초기작부터 2022년 작품까지 아우르는 174점의 사진 작품이 공개되어 그녀의 작품관을 좀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다.

 

 

 

FUTURO RETRO


 

Bird, 2016, 60x60.jpg

 

 

이번 전시명인 <어제의 미래>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이번 전시는 신구(新舊)의 조화에 초점을 맞추어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작품을 소개한다. 마리아는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 사이의 균형을 섬세하게 조절해 관람자가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실제로 작품을 보고 처음엔 SF 영화의 한 장면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파스텔톤을 강조하기 위해 과장된 색감이나 로봇처럼 표정이 없는 피사체들의 모습이 마치 미래 세계의 한 부분을 찍은 것 같다.

 

그런데 사진을 촬영한 장소들은 대게 공산주의 시대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이다. 마리아는 구 동유럽의 공산주의가 종식된 1989년에 태어났기에 직접 그 시기를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이를 겪은 구세대와 유년 시절의 경험들을 통해 이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스위밍 풀> 시리즈가 촬영된 수영장도 마리아가 슬로바키아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찾은 곳들로 깨끗하지만 동시에 직선적이고 엄격한 분위기를 더한다.

 

 

 

스위밍 풀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위밍 풀> 시리즈는 이제 단순히 하나의 시리즈를 넘어 마리아의 작품 전반을 아우르는 중요한 콘셉트가 된 것으로 보였다. 2014년 처음 작업을 시작했던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며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

 

같은 공간 속 비슷한 인물들이 등장함에도 초기 작품과 후기 작품의 형태는 사뭇 달랐다. 이전엔 푸른 물과 짙은 주황색 수영복의 대비나 넓은 공간에 홀로 우두커니 존재하는 인물이 먼저 눈을 사로잡았다면 이번 전시에서 만난 새로운 작품들은 '대칭'이 돋보였다.

  

같은 인물을 좌우상하에 대칭으로 배치해 그 자체로 하나의 패턴처럼 보이는 작품들도 있었고 인물을 연달아 배치해 마치 궤적을 그리는 것처럼 보이는 작품도 있었다. 파스텔 톤으로 표현된 인공적인 공간, 완벽한 대칭이 주는 긴장감은 '대칭 변태'라고도 불리는 웨스 엔더슨 감독이 잠깐 떠오르게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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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물에 비친 상을 이용해 젊은 여성의 모습과 함께 시간이 지나 나이 든 여성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 <시간, 2021>은 단 한 장의 사진임에도 시간의 흐름을 임팩트 있게 전달해 줘 인상 깊었다. 이번 전시의 메인 이미지 중 하나였던 사진에 약간의 터치를 더해 시간을 표현해낸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했다.

 

 

 

새로운 감상 포인트 



<스위밍 풀> 시리즈에 대해서만 논하기엔 마리아의 작품은 너무 다채로웠다.

 

이전엔 미처 보지 못했고 알지 못했던 매력 포인트가 참 많았다. 기존의 유명하고 매력적인 작품은 진부하지 않게 보여주되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새롭고 뛰어난 작품들까지 다루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를 더 많은 사람들이 봐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1. 작품 속 인물들 

 

Stick, 2014.jpg

 

 

이전까지 전시되었던 마리아의 작품들은 주로 수영장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라 색감이나 공간 속 인물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 전시에선 이런 작품들도 존재했지만 그보다 좀 더 인물 중심적인 사진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좀 더 가까이에서 인물의 얼굴을 담은 사진들, 혹은 인물과 인물 사이의 관계를 상상하게 만드는 사진들 속에서 오히려 그들의 고독함이 더 잘 표현되었다.

 

마리아의 사진은 병원이나 정육점처럼 우리에게 친근하고 익숙한 공간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기묘하게 낯설고 고독한 느낌을 준다. 마치 인형처럼 표정이 없는 피사체들의 영향이 클 것이다.

 

무표정한 인물들이 나란히 서서 창밖을 바라보는 사진이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모습은 마치 표정 없이 스마트폰을 바라보다 바쁘게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모습 같기도 하다.


 

2. 이야기처럼 연결되는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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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히려 인물에게 표정이 없으니 관람자의 입장에선 여러 이야기를 상상하며 서사를 부여해 보는 재미도 있었다. 마치 4컷 카툰을 보는 것처럼 작품들이 긴밀히 연결되어 하나의 이야기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다양한 커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전시의 네 번째 섹션 <커플>에서 이 점이 부각되었다. 사랑에 빠진 듯 서로를 마주하고 있는 남녀가 다음 사진에선 자동차 앞에서 아기와 함께하는 모습으로 있기도 하고 또 다른 사진에선 싸움이라도 한 듯 한 명이 누워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서로 다른 사진이지만 동일한 배경, 동일한 인물이 등장하다 보니 공백을 상상으로 채우게 되었고 마지막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나온 기분까지 들었다.


 

3. 작품 주제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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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컨셉은 유지하면서도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사진들도 하나의 관람 포인트이다.

 

2014년에 시작했던 <스위밍 풀> 시리즈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작가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더 다채로워지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줬다. 수영장이라는 커다란 골조는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서 사용된 촬영 기법이나 메시지는 계속해서 변화했다.

 

때로는 여러 여성 인물이 등장하는 라는 시리즈를 선보이기도 하고 이전과 달리 좀 더 다양한 피부색과 체형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같은 공간 안에서도 끊임없이 변주되는 작품들을 보며 마리아 스바르보바라는 작가는 아직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은 것 같아 더 기대되었다.

 

규모 자체가 다르기도 했지만 이전에 국내에서 진행되었던 전시들과 이번 전시는 확연히 달랐다. 좀 더 다채로운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하고 또 새로운 것을 시도하길 두려워하지 않아 보이는 사진작가이기에. 그리고 앞으로 더 창창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젊은 작가이기에 앞으로 그녀가 또 어떤 이야기로 한국에 다시 찾아와줄지 몹시 기대된다.

 

 

[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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