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피아노 듀오의 지향점에 대하여: 스콜비 - 피아노 구민희&안화영 듀오 리사이틀

글 입력 2023.01.0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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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콜비 앞.jpg

 

 

2023년 새해가 밝았다. 매달 음악회를 다니기 때문에 어떤 음악회든 의미있지만, 아무래도 한 해의 첫 음악회는 나도 모르게 더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 같다. 새해를 여는 음악회가 되기 때문이다. 꼭 신년음악회라는 제목이 붙지 않았더라도, 나에게 새해를 여는 첫 음악회이기 때문에 매년 1월의 음악회는 유독 들여다보게 된다.


2023년을 기대하면서 기다린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스콜비 듀오 리사이틀이었다. 2023년을 여는 첫 음악회로 스콜비의 리사이틀을 꼽은 것은 피아노 듀오 리사이틀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앙상블보다 피아노 듀오를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보통 일회성 듀오 무대로 끝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피아니스트 구민희와 피아니스트 안화영은 일회성으로 무대를 꾸미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듀오 스콜비를 구성하여 무대를 기획했다. 이번 무대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무대까지도 염두에 둔 시작인 것이다.


새해 첫 금요일에 만나는 피아노 듀오 스콜비의 첫 무대. 더군다나 모차르트와 라벨, 브람스라는 프로그램 구성으로 리사이틀이 열린다는데 어찌 기대되지 않을 수 있을까. 1월 첫 주 평일을 마무리하는 금요일에, 설레는 마음으로 예술의전당을 향했다.


 



PROGRAM


W.A. Mozart  Sonata for Two Pianos in D Major, K. 448

I. Allegro con spirito

II. Andante

III. Allegro molto


M. Ravel  La valse for Two Pianos


INTERMISSION


J. Brahms  Sonata for Two Pianos in f minor, Op. 34b

I. Allegro non troppo

II. Andante, un poco adagio

III. Scherzo. Allegro

IV. Finale. Poco sostenuto - Allegro non troppo

 




이번 스콜비 리사이틀의 첫 무대는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라장조 K.448로 시작되었다. 피아니스트 구민희가 1피아노를, 그리고 피아니스트 안화영이 2피아노를 맡아 연주되었다. 유니즌으로 시작하는 1악장 알레그로 콘 스피리토는 3개의 주제가 제시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두 피아니스트의 유려함이 부각되었다. 개인적인 향수가 어려서 도입부를 듣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예전에 칠 때 힘들었던 구간들을 너무 자연스럽게 전해주는 두 연주자에게 빠져드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2악장은 사색적인 안단테였다. 노래하는 듯 차분하게, 하지만 두 피아노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듯이 얽혀드는 구간들이 이어졌다. 오히려 치기에 크게 어렵지 않기 때문에, 이 악장의 분위기를 온전히 표현하는 것이 또 쉽지 않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듀오 스콜비가 들려준 연주는 정말 노래를 주고 받는 듯했기 때문이다.


3악장은 2악장에서 바로 연결되면서 다시금 빠른 템포의 알레그로로 변화를 도모했다. 직접 칠 때에는 자연스러움이나 유려함보다도 좀 더 극적이라고 느꼈던 모차르트의 두 대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가, 이렇게 라이트하게 들을 수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는 무대였다. 형식미를 갖춘 데다가 그야말로 고전적인 선율을 표현하는 피아니스트 구민희와 안화영의 물 흐르는 듯한 연주까지 더해져 스콜비의 시작을 알리는 산뜻한 리사이틀의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


이어지는 두 번째 작품은 바로 라벨의 라 발스였다. 라 발스를 계속 솔로 피아노 버전으로 듣다가 아주 오랜만에 두 대의 피아노 버전을 실제 연주로 듣게 되었다. 이번 연주에서는 피아니스트 안화영이 1피아노를, 그리고 피아니스트 구민희가 2피아노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도입부의 심장소리 같은 첫 음은 안화영의 터치로, 여기에 극적인 효과를 부각시키는 터치는 구민희가 마디마디에 개입하며 초반부가 진행되었다.


그로테스크한 저음이 난무하다가 조금씩 빈 왈츠의 선율이 시동을 거는 처음의 순간까지는 피아니스트 안화영이 주선율을 전개하고 피아니스트 구민희가 오케스트라의 다른 파트들을 맡아 연주한다. 비단 연주자의 위치만 바뀐 게 아니라 모차르트에서부터 확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모차르트의 작품이 피아노 듀오를 위한 작품에 그쳤다면, 라벨은 피아노 듀오로 사실 오케스트라 버전의 스케치를 해본 것이기 때문이다. 극적이고 강렬한 주선율을 구민희가 연주하면서 파트 체인지가 일어나고, 점차 빈 왈츠의 면모를 라 발스 속에서 드러내려는 라벨의 시도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점차 기대감이 고조되었다.


수없이 쌓은 그 드라마틱한 음표들의 축적 끝에 드디어 빈 왈츠의 선율이 스콜비의 두 피아니스트 손끝에서 퍼져나오는 순간의 카타르시스란! 처음으로 온전히 왈츠 선율이 전개되는 이 패시지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대목은 저음부의 상승 음형이다. 상승을 통해 다음 패시지의 발전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 설렘 가득한 마디들은 피아니스트 구민희의 손끝으로 전개되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템포보다는 조금 느렸지만 그래도 라 발스의 드라마틱한 아름다움이 즐겁게 와닿았다.


그러나 다시금 음의 전개가 변화되는 순간부터 또 다시 전환이 일어난다. 라 발스의 피아노 듀오 버전은 솔로 피아노보다 확실히 드라마틱했다. 풍부한 음향은 정말 오케스트라를 방불케 했다. 극적인 피날레까지 숨막히는 질주와 아르페지오로 가득했고, 피아니스트 안화영과 구민희는 그 몰입감을 끝까지 이어나갔다. 그 전력질주의 끝에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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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는 온전히 브람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에 할애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대곡인 만큼 이 뒤에 또 다른 작품을 배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모차르트와 라벨에 이어 브람스까지 선보이는 이번 무대는 스콜비의 두 연주자에게는 다소간의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선곡이었겠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즐거운 구성이었다. 특히나 모차르트는 피아노 듀오를 위한 작품이지만, 라벨은 오케스트라 버전을 염두에 두고 오케스트라의 음향적 효과까지 고려해 피아노 듀오 작품을 썼고 브람스는 피아노 5중주에 대한 스케치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실내악 앙상블의 음향을 두 대의 피아노만으로 살려냈다. 피아노 듀오의 레퍼토리를 알 수 있는 무대인 동시에 피아노 듀오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목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브람스의 1악장은 메조포르테로 비교적 조용한 듯하게 시작했지만 처음의 서주가 끝나는 순간 바로 강렬한 선율로 환기해버린다. 1부에서 라 발스로 극적인 짜릿함이 있었다면, 브람스로는 시작부터 장엄하고도 거대한 어두움을 드러낸다. 스콜비 두 연주자의 손끝에서 무언의 대서사시가 펼쳐졌다. 악장의 말미에서 다시금 주제로 흐름을 돌이키기 위해 브람스가 취하는 방식은 개인적으로 정말 천재적이라고 생각한다. 셋잇단음표로 뭔가가 나타날 듯 말 듯한 긴장감을 조성하면서 이것이 점점 크레센도가 되면서 갑작스럽게 처음의 주제가 나타난다. 이렇게 다시금 주제로 회귀하는 1악장 말미의 연주에 손끝에서 짜릿함을 느꼈다.


2악장 안단테는 부드럽고 온화하면서도 조용한 가운데에 정서를 환기한다. 마치 간주곡 같았던 2악장을 스콜비는 담백하면서도 뉘앙스를 담아 전해주었다. 그래서 편안하게 들을 수 있어 마음이 편했다. 왜냐하면 2악장 뒤에 이어지는 스케르초가 무자비하기 때문이다. 3악장은 브람스의 음악적인 재치가 너무나 잘 드러나있는 악장이다. 스타카토를 찍은 셋잇단음표를 활용해 리듬감을 살리고 마치 행진곡처럼 기상을 드러낸다. 이 작품 전반을 아우르는 우울한 정서는 어쩔 수 없이 골고루 담겨 있지만 이를 떨치고 자신만의 의지를 담아 인생을 살아나가라는, 브람스의 인생예찬이 음악으로 구현된 게 바로 이 악장이 아닐까. 피아니스트 안화영과 피아니스트 구민희는 대범한 터치와 적절한 페달링을 통해 스케르초의 익살스럽고도 리듬감 넘치는 이 매력적인 포인트를 잘 살려 전달해 주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리사이틀의 백미였다.


4악장은 피날레가 맞나 싶을 정도로 뉘앙스가 가득한 포코 소스테누토 서주로 시작했다. 서로 주선율과 화음 반주를 주고 받던 듀오 스콜비는 여기서 알레그로 논 트로포로 전환하여 점차 긴장감을 고조시켜 나갔다. 분명 피아노로 시작하는데도 수없이 쌓아지는 단조의 음표들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묘하게 우울한 정서였다. 두 피아니스트는 마지막까지 에너지를 폭발시키며 화려한 대곡을 마무리지었다. 고전적인 형식미에 더하여 낭만의 풍부한 색채가 담겨 있어 아름다운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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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을 끝마치고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힘입어 스콜비 듀오가 다시금 무대에 나섰다. 그 중 피아니스트 안화영이 나서서 새해 첫 금요일에 관객들이 시간을 할애해 준 것에 대하여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리고 그는 이번 공연의 타이틀로 넣지는 않았지만 이번 무대가 스콜비의 창단연주회였다는 것을 언급했다. 앞으로 스콜비의 행보도 관객들이 기대하며 봐주길 바라는 마음을, 피아니스트 안화영은 조심스럽게 전했다.


그리고 그 인사 끝에, 차이코프스키 호두까기 인형 중 사탕요정의 춤을 앵콜곡으로 선곡했다고 밝혔다. 모차르트 이후 점점 드라마틱하고 강렬한 작품들을 연달아 들었다보니, 관객들이 돌아갈 때에는 좀 더 말랑말랑하게 귀가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선곡이라고 한다. 오히려 대곡으로 마무리했기 때문에 앵콜을 안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짧더라도 앵콜을 해줘서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안화영이 말한 것처럼,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사탕요정의 춤으로 스콜비의 리사이틀이 부드럽게 마무리되었다.


*


스콜비의 창단연주회였던 이번 리사이틀은 고전미를 전하는 방식의 다양성을 보여준 무대였다. 고전미 그 자체를 담은 모차르트, 여기에 인상주의적 특징을 곁들인 라벨, 낭만주의적인 색채를 더한 브람스까지. 스콜비가 전한 고전미는 이 멋진 듀오의 향방을 가늠해보게 만드는 나침반이 되어줄 듯했다.


그뿐만 아니라 스콜비가 이번 프로그램 구성을 통해 보여준 피아노 듀오의 지향점은 정말 고무적이다. 피아노 듀오 작품만이 아니라 다른 실내악 작품이나 교향악 작품까지도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해 편곡하여 선보일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스콜비는 다양한 편곡으로 듀오 레퍼토리를 발굴할 의지가 가득해보였다. 피아노 두 대로 선보일 풍부하고 화려한 음향의 매력에 빠져들 기회가 앞으로 펼쳐질 것이다.


이 멋진 듀오의 시작하는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후 무대에선 스콜비가 어떤 레퍼토리를 선보일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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