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네? 코로나가 아니라 독감이라고요?

분명 코로나에 걸렸다고 생각했다
글 입력 2023.01.0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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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와 함께 독감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2년 52주 차에 집계된 독감 의심 환자는 1000명 중 55.4명으로 독감 유행 기준인 4.9명과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미 36주 차에 유행 기준을 넘었고, 계속해서 상승하는 추세이다.


갑자기 동료의 주변인들이 하나둘 코로나에 걸리더니 나도 목에 칼칼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날이 추워서 그렇겠지, 감기겠지, 하고 자가 키트만 해보았다. 그다음 날이 되자 목이 잠기고 동료의 확진 소식이 들려왔다. 그 길로 병원에 가서 검사하였지만, 결과는 음성. 별수 없이 출근했다.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몸에는 별 이상이 없었다. 문제는 잠에 들었을 때부터 시작됐다. 몸이 아파 잠에서 깨니 세 시간이 지난 후였다. 한참을 뒤척이다 잠에 들었고, 또 잠에서 깨니 두 시간이 지나 있었다. 뭔가 이상해서 열을 재어보니 38.3도가 나왔다. 몸살 기운이 3차 백신을 맞았을 때의 증상과 유사해서 분명 코로나에 걸렸다고 생각했다.


병원이 문을 여는 대로 찾아가 추가된 증상을 이야기했다. "혹시 모르니 독감 검사도 함께 해볼게요"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서도 독감 검사는 비싸다던데… 어차피 코로나일 텐데…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정예지 님은 A형 독감이세요"하는 청명한 목소리가 병원 대기실에 울려 퍼졌다.

 

그제야 병원 곳곳에 붙어있는 독감 예방주사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코로나에 걸린 동료가 독감도 같이 걸렸다고 하니, 아마 독감만 옮은 것이 아닐까 싶다.)


"네? 코로나가 아니라 독감이라고요?"라며 되묻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다시 진료실로 들어갔다. 격리가 필수는 아니지만 전염성이 있고 일상생활이 힘들기 때문에 푹 쉬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날 받은 목감기 약에 이어 증상이 나타난 코감기 약과 타미플루를 추가로 처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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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나서며 타미플루에 대해 찾다가 10명 중 1명은 구토 증상이 있고 30분 안에 토를 하면 약을 다시 먹어야 한다는 글을 보았다. 약사 선생님께서 타미플루만 먹어도 증상이 꽤 나아질 거라고 얘기하셨지만, 집에 도착하니 약이고 뭐고 손 하나 까딱할 힘도 없어 그대로 침대에 누워 한참을 앓았다. 배가 고프지도 않고 입맛도 없었지만 배달 앱을 한참 뒤져서 겨우 메뉴 하나를 골라 시켰다.


그렇게 또 배달이 오기까지 한참, 도착하여 먹은 음식은 거부감만 들었다. 꾸역꾸역 입에 밀어넣고 약을 먹자 구토감이 올라왔다. 토할 정도로 심하진 않았지만 약을 먹을 때마다 이런 기분을 느껴야 한다는 사실에 짜증이 났다.


다시 침대에 눕자 못 잔 잠이 한꺼번에 밀려와 까무룩 잠에 들었다. 계속 자다가 끼니때에 일어나 밥을 억지로 먹고, 약을 먹으며 구토감을 참는 패턴을 반복했다. 기침 가래를 약화시키는 시럽은 입에 쓴맛이 남고, 세균 제거용 가글은 혀가 마비되는 느낌이 심했다. 입맛은 없는데 계속 단 음식만 찾게 되는 상황도 반복되었다. 그래도 타미플루를 여러 번 복용하자 몸살기와 열이 많이 떨어져 움직일만한 상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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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몸이 괜찮아지자 호흡기가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코가 완전히 막히고 입으로만 숨을 쉴 수 있었다. 잠깐 잠에 들었다 깨도 목이 고통스럽게 아파서 깊게 잠에 들고 싶지 않았다. 결국 새벽 내내 침을 삼키다 6시가 되어서야 겨우 잠에 들었다.


계속 마신 뜨거운 물과 주기적으로 널어놓은 물수건 덕분인지 시간이 지나자 호흡기도 한결 나아졌다. 빨간 음식은 목이 긁히는 느낌이 들어서 입에도 대지 않았는데, 이 기간에 평소 내가 매운 음식을 얼마나 자주 먹는지 깨달았다.


지금은 아주 약간의 증상 말고는 거의 다 괜찮아져서 보다시피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몸 상태가 좀 나아지고 나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독감 주사 꼭 맞으라며 한바탕 연락을 돌렸다. 의도치 않게 독감 주사 전도사가 된 기분이었다.


A형 독감 판정을 받은 당일날 정말 많은 글을 찾아보았는데 이번 독감은 특히나 더 증상이 심하다고 한다. 아직 코로나는 걸리지 않아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보다 더 아픈 경우도 많다고 하니 꼭 예방 주사를 맞았으면 한다.


코로나와 독감 사이에서 새해 복보다는 새해 건강을 빌어야 하는 시기가 된 것 같다. 새해 인사와 함께 백신, 독감 주사 챙기자는 인사도 함께 나누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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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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