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난 내 갈 길을 갈래, 내가 태어난 그대로 [음악]

레이디가가 'born this way'를 통해 내가 받았던 위로와 깨달음.
글 입력 2023.01.02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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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중학교 3학년의 나는 진로, 친구 관계, 성적 따위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좋은 성적을 받지 못 할까 봐 밤새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면 긴장을 너무 많이 한 탓에 속이 울렁거려 화장실로 뛰쳐나간 적도 있다. 조금만 잘못하면 사람들이 날 싫어할 것 같아서, 항상 완벽하고 친절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툭, 치면 와르르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운 하루를 살던 나에게 성큼 한 노래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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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던 중학교에는 ‘합창 대회’라는 특이한 행사가 있었다. 대회 당일 나는 잔뜩 심통이 나 있었다. ‘완벽하지 못한 결과’를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완벽함에 병적으로 집착하던 나에게는 정말이지 최악의 날이었다.

 

박수를 치고 노래를 따라부르며 즐기는 사람들 틈에서 나는 눈물만 꾹 삼키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마지막 곡이 시작됐고, 신나는 리듬 흥겨운 노래 속에서 딱 한 마디가 내 귀에 기적처럼 꽂혔다.

 

 

난 내식대로 멋져, 내 길을 갈래 난 그냥 나일 뿐

 

 

두 번째 만남은 정말 운명적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공부에 대한 자부심이 있던 나에게 처음 받아보는 낯선 성적은 받아들일 수 없는 잔인한 현실이었다. 위태롭게 흔들리던 마음에, 성적이라는 날카로운 칼을 푹 찔러넣자마자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여느 때와 같이 절망적인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그 노래 가사가 번뜩 머리를 스쳤다. 정확한 가사도, 멜로디도 기억을 못 하고 있었다. 심지어 노래 제목조차 몰라 찾아 듣지도 못했었는데, 딱 그 노래 가사 한 마디만 머릿속에 뚜렷하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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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때도 이 노래와의 인연은 계속 됐다. 이름만 들어도 지침이 느껴지는 때, '스트릿 우먼 파이터' 라는 모두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프로그램에서 세 번째로 그 말을 만날 수 있었다. 앞선 그 어느 때 보다 강렬한 형태로 말이다.

 

스우파에 나오는 다양한 팀 중에는 ’라치카‘라는 팀이 있다. 평소에도 특이한 말투와 헤어, 의상으로 시선을 끄는 팀이었는데, 이날은 특히 더 요상한 옷을 입고 나와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드랙퀸 분장을 한 조권이 나와서 높은 하이힐을 신고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춤을 췄다.

 

충격이라면 충격적이었던 무대가 끝난 후 팀의 리더가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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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모든 별종이라 불리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I’m beautiful in my way, Cause god makes no mistakes. I’m on the right track, baby I was born this way. 난 이대로도 아름다워, 왜냐면 신은 실수를 하지 않거든, 난 지금 옳은 길로 가고 있어. 그냥 이대로 태어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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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세의 born this way라는 노래 속, 스쳐 가는 8초에 지나지 않는 짧은 가사. 이 말이 항상 완벽한 모습만 보이고 싶어 했던 나에게 큰 위로를 주었다. 지금의 난, 세상에 모두가 날 좋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굳이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이미 완벽하다는 사실을 안다.

 

나는 세상에 태어나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삶을 살아갈 충분한 가치가 있다. 더이상 스스로 자책하지 않는다. 나를 사랑하기만 해도 시간은 짧으니까. 성적이 조금 못 나왔거나 타인이 나를 나쁘게 평가하면 이불 속에 숨어 눈물만 질질 흘렸었는데.

 

이제 그런 모습은 과거로 남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럴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더 행복해진다는 걸 알았으니까 말이다. 물론 아직도 타인의 시선과 날카로운 말에 조금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괜찮다. 미운 모습도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내 옆에 잔뜩 있으니까.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나와 같은 고민 속에서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짧은 한마디를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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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우리는 지금 모습 그대로 완벽해!”

 

 

[조은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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