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행복의 지평선으로 - 소프라노 강혜정 연말 콘서트 [공연]

글 입력 2023.01.05 19:51
댓글 1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22년을 보내며


 

헌 것을 보내고 새 것을 맞이하는 시점입니다. 새 해가 밝았지만, 여전히 실감이 나지는 않습니다. 늘상 맞이하는 아침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한 때는 새 해를 맞이하는 것에 대해 큰 의미부여를 했었으나, 지금은 인지하는 정도에서 그칩니다. 날짜가 변했다고 해서, 사람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그저 가까운 미래의 내가 오늘의 나보다 조금 더 낫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주어진 날들을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해를 돌아보는 시점이 되면, 늘 아쉬운 것들이 먼저 조명되고는 합니다. 이룬 것보다도 후회되는 것들이 더 크게 보이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된 관점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늘 아쉬운 부분을 찾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내며 발전을 거듭해 왔으니까요.

 

필자에게 2022년은 "변화"의 해였습니다.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관성을 거스르는 시간이었습니다.

 

나름 안정적인 정규직을 그만 두고서 새로운 일에 도전을 하였고, 인간관계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많았습니다.

 

변화라는 단어는 모험심을 내포합니다. 기존의 것이 아닌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기저에 깔려있으니까요. 변화의 반대는 변하지 않는 것, 즉 현상 유지입니다. 사실 현상을 유지하는 일 또한 쉽지 않습니다. 꾸준해야 하는데, 꾸준함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변화는 현상 유지보다 더 고차원적인 단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꾸준하게 달려나감과 동시에 새로움을 추구하니까요. 그것의 끝에 실패가 있을지라도 도전하는 자세이기에 우리가 높이 살 수밖에 없는 것이죠.

 

성악과 대중음악의 한 장르라고 할 수 있는 영화음악. 음악의 스펙트럼을 놓고 보았을 때, 꽤 다른 지점에 위치해있는 두 음악일 것입니다. 여기, 그 두 가지의 장르를 섞어서 선보이는 공연이 있습니다. 바로, 소프라노 강혜정의 연말 콘서트입니다.

 

 

강혜정 콘서트 시작전.JPG

 

 

누벨바그라는 말을 한 번 쯤은 들어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바로 새로운 물결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1950년대 후반 프랑스 영화계에 일어난 새로운 풍조를 뜻하는데요. 기존의 고착된 장르 및 관습에 대항하며, 창조적인 개성을 추구하는 영화를 말합니다.

 

그녀의 연말 콘서트는 누벨바그를 부제로 사용하였습니다. 그녀는 우리에게 과연 어떤 새로운 물결을 보여줄까요? 그녀의 입을 통해 재해석되는 영화음악은 어떤 모양새를 지니고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2022년을 갈무리하는 마음으로, 지난 12월 27일 잠실에서 열린 강혜정 소프라노의 공연을 감상하고 돌아 왔습니다.

 

 

 

익숙한 영화 음악과 새로운 목소리


 

그녀가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필자의 2022년 키워드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습니다. 소프라노가 부르는 영화의 ost는 필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조합이었기 때문입니다.

 

공연의 서막을 알린 것은 한경 아르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였는데요. 그들이 선보인 곡은 바로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삽입곡 중 하나인 캐논 변주곡이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셨더라도 해당 곡은 이미 너무나 우리에게 친숙하기 때문에, 첫 곡으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아름다운 선율은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내기 충분했습니다.

 

이후 팝 칼럼리스트 김태훈의 사회로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공연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로 사회자의 멋진 해설을 꼽을 수 있는데요. 공연 중간 중간 영화에 대한 설명과, 음악의 배경 등을 설명해줌으로써 한층 다채로운 감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감상했던 영화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도 있었기 때문에, 그의 문장이 더해짐으로써 관객 친화적인 공연이었다고 느껴졌습니다.

 

사회자의 소개 이후, 무대에 오른 강혜정 소프라노가 부른 곡은 영화 <드라이브>의 "Oh my love"였습니다.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첫 소절을 듣자마자 '아, 이 곡이구나!'라는 말이 속에서 절로 나왔습니다. 가사에는 소망이 가득 담겨 있는데,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되니 그 감동이 더욱 크게 느껴졌습니다.

 

다음 곡은 영화 <코다>의 "Both Sides Now"였습니다. 처음 듣는 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정적인 멜로디에 흠뻑 젖어 마음 한 켠을 따뜻하게 데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강혜정_(c)Young Chul Kim.jpg

 

 

공연장에 들어서기 전, 궁금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어떠한 기준으로 선곡을 하였을까?"였는데요. 앞선 두 곡을 듣고 나니 갈피가 잡혔습니다. 바로 차가운 바람과 얼어붙은 삶에 따뜻함을 불어넣는 바람 같은 음악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기대했던 곡은 영화 <스타 이즈 본>의 삽입곡인 "I'll Never Love Again"이었는데요. 이유인 즉슨, 좋아하는 영화의 삽입곡이자 소프라노의 목소리를 통해 들었을 때 감정이 배가 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낸 주인공의 노래도 슬펐지만, 그녀의 클래식한 창법과 청아한 목소리를 통해 들으니 더욱 애절하게 느껴졌습니다. 마치 제가 그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달까요.

 

그녀의 목소리로 재해석된 음악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변치않는 감동을 선사하는 창법과 현대적 음악은 무척이나 잘 어우러졌습니다. "다채로우면서도 유연한, 너무나 달콤한 소프라노" 라는 뉴욕 타임즈의 평이 살갗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녀의 음악과 함께 하는 동안, 진심으로 행복했고 따뜻했기 때문입니다. 부제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시간이었습니다.

 

하나 재미있었던 포인트는 음악이 연주되는 내내 화면에서는 해당 영화의 장면이 상영되었다는 것입니다. 영상과 음악을 통해, 자신의 지난 추억을 떠올리거나 위로를 받았을 겁니다. 이처럼 그녀의 연말 콘서트는 눈과 귀 모두를 사로 잡은 공연이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공연 중간에는 클라리넷과 바이올린이 주가 되는 연주곡도 있었는데요. 클라리네티스트 송호섭이 연주한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삽입곡 "Clarinet Concerto in A Major, K. 622, Ⅱ. Adagio"는 몇 번이고 다시 듣고 싶다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황홀했습니다. 목관악기 특유의 부드러움과 맑음이 동시에 느껴지는 연주였습니다.

 

이처럼 다채롭게 구성 덕에 지루하지 않은, 아주 행복한 2시간이었습니다. 본 공연이 끝난 이후에도 그 여운이 길게 남았는데요. 앵콜 공연 덕에, 그 여운을 잘 마무리하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음악과 함께 행복의 지평선으로


 

소프라노 강혜정의 연말 콘서트는 누벨바그 그 자체였습니다. 그녀는 새로운 조화와 자신만의 해석을 통하여 신선함과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예술이었고, 한편으로는 예술의 고귀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Classic is the Best."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시간이자, 모험하는 사람의 결과물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충분히 혼자서 음악을 감상하고, 공연장에 가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가수의 라이브를 영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요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은 계속 됩니다. 공연장에 모여 모두가 실제로 보고 들을 때, 혼자일 때보다 깊은 몰입도와 커다란 감동이 밀려들기 때문이겠지요.

 

가끔 고요한 삶을 생각합니다. 음악을 포함한 예술이 사라진 삶을 상상합니다. 금세 마음이 시들해집니다. 예술은 인류의 역사 한 페이지에 늘 있었습니다. 인류의 곁에서 희노애락을 함께 하는 동반자적인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윽고 확신합니다. 이토록 평범한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예술과 찰나의 행복이 아닐까요? 현실은 종종 너무 차갑고, 고단해서 지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단비같은 음악이 깃들어 있는 한, 당신의 삶은 저 멀리 있는 별과 같이 어둠 속에서도 언제나 반짝일 겁니다. 그녀가 들려준 따뜻한 음악을 대신하여 전해드립니다. 올 한 해도 자주 행복하기를, 더 찬란한 삶을 살아가기를!

 

 

 

윤화 전문필진.PNG

 

 

[강윤화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1
  •  
  • 송홍기
    • 올 한해도 소프라노 강혜정의 노래를 들으며 행복하고 더 찬란한 삶을 살겠습니다.감사합니다.
    • 0 0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