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

Big fan of yours
글 입력 2022.12.3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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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 Dalton, Moments in Film 63


 

맥스 달튼의 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장 최근에 2021년 4월 16일부터 90일간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주최된 바 있으며, 호응에 힘입어 2022년 12월 9일부터 2023년 10월 29일까지 여의도의 63빌딩의 전망대와 함께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나는 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작가는 미디어에서 먼저 접했었다. 맥스 달튼(Max Dalton)은 검은색 페도라와 뿔테 안경, 그리고 깔끔히 정리된 콧수염이 트레이드마크인 예술가며,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서 1980년부터 시대를 풍미했던 다양한 장르 영화를 모티브로 삼아 본인만의 해석을 담은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특징이 있다.

 

전시는 영화와 드라마뿐만 아니라 비틀즈나 엘비스 프레슬리, 롤링 스톤스 같은 음악가를 위한 경의로 LP 커버와 화가로 이름을 날린 작가의 화실 등, 당대 문화를 폭넓게 향유하며 현대인에게 부드러운 그림으로 포근히 접근했다.

 

총 3개의 관으로 1관은 여러 영화와 봉준호 감독의 대표작, 2관은 탁월한 미쟝셴과 색감을 자랑하는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과 <프렌치 디스패치>로 마지막 3관은 <화가의 작업실>과 유명 뮤지션의 LP 커버로 구성됐다.

 

전시는 주제대로 ‘Moments’를 함께 나눌 수 있었고, 동시에 추억까지 선사했다. 이날은 한때 나의 인생작이었던 작품을 쉼 없이 떠올릴 수 있었다. 비록 못 본 작품도 있으나 적어도 이름 한 번쯤은 들어봤다. 혹은 봤는데도 내가 봤던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있던 작품도 있어 지나간 기억을 톡톡히 깨우는 데 충분한 자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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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quence that the artist liked

 

작가는 왜 이 장면을 그렸을까? 전시관을 거닐며 들었던 생각이다. 나는 그가 전시 구성 때문에 굳이 이 장면을 골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달튼이 그린 작품은 대중이 찬미하는 씬이기도 하며, 혹은 그런 장면을 한데 모아 작가가 재구성해 표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작가가 포착한 순간을 나도 애정한다는 사실이 별것 아닌 것 같은데 괜스레 기분이 좋다. 이 지점에서 모두가 감동하는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작가도 우리처럼 팬으로서 이 시퀀스를 뽑았다는 사실을.

 

예를 들어, 이 장면은 색감이 예뻤지, 이건 컷전환이 좋았는데, BGM이 인상적이었지 등, 피상적인 감상이지만, 특별한 사유 없이 마음에 들었다는 이유로도 그때 그 기분을 상기하게 만들어 겨울바람에 꽁꽁 얼어있던 손발이 사르르 녹을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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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디스패치(The French Dispatch)

 

<프렌치 디스패치>는 소위 색감 깡패로 온갖 미디어를 지배한 웨스 앤더슨의 작품으로 전작인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과 비교되는 부분에 (혹은 비슷하다는 의견도) 호불호가 갈렸는데, 나에겐 좀 더 호에 가까웠다.

 

파스텔 계열 핑크톤이 주였던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보다 현실 속 도시에 가까운 일상적인 오브제를 동화적인 색감을 강조하여 더욱 다양한 색감을 표현하였는데, 영화 속에서도 눈에 띄게 나를 사로잡았던 건 미국 매거진 ‘프렌치 디스패치’의 사무실이었다.

 

전시된 그림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린톤 벽지와 대비되어 노랗게 빛나는 사무실 전경 속 인물에 이어 어두운 도시 속 생머리로 SNS를 들었다 놓은 티모시 샬라메가 등장하는 카페까지. 전시뿐만 아니라 영상에서도 삭막한 도시와 인물의 대비를 위해 흑백 처리된 공간에서 싱그러운 노란빛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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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옹(Leon)

 

<레옹>은 순전히 나탈리 포트먼이 예뻐서 보게 된 영화다. 1994년생인 나와 나이가 똑같은 영화로 알고 보니 게리 올드만이 출연하고 어디서 많이 들어봤던 음악이 OST인, 그 영화. 그리고 <제 5원소>와 <루시> 감독인 뤽 베송을 우리나라에 알렸던 레옹은 화분을 든 소녀와 골무 모자를 쓴 킬러 이미지가 강렬했다.

 

여러 굿즈에도 사용된 상징적인 이미지인데, 사실 내 눈에 가장 꽂혔던 건 아파트 복도 난간에 앉아있던 마틸다(나탈리 포트먼)와 그런 마틸다를 경계하는 레옹(장 르노), 그리고 언제든 아파트 하나를 통째로 쓸어버릴 수 있는 기세로 정문을 지키던 노먼 스탠스필드(게리 올드만)가 있는 그들의 아파트가 눈에 보였다.

 

캐릭터 현실을 보여주는 가장 알맞은 현주소이자,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어둡게 만드는 장소로 20세기의 다채로운 컬러가 잔뜩인 미국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마틸다의 슬픔과 레옹의 고독, 그리고 노먼의 집착이 한데 어우러져 보인다.

 

그런 감상에서 작가와 함께였는지, 내가 좋아한 따뜻하지만 매섭도록 차가운 시퀀스가 따뜻한 그림체 위로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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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that memory


 

부드러운 그림체와 팬톤의 여러 색상을 배경으로 삼고 그 위에 따뜻한 색감의 작품을 올려둔 덕분에 가족 단위여도 즐기기 좋은 전시였다. 대중적인 작품을 소재로 하니 일행과 장벽 없이 대화를 나누기도 좋다.

 

무엇보다 작품마다 OST를 함께 들을 수 있는데, 음원과 함께 영화 속 한 장면을 감상하니 그때의 감상과 함께 같이 했던 사람과의 기억이 떠오른다.

 

단편적으로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은 한 작품의 장면을 작가의 창의력으로 재구성한 전시회지만, 실제로 개인의 기억을 하나의 연속적인 필름처럼 회상해보는 기억 상자를 열어보는 것과 같다. 어릴 적부터 받아왔던 작은 쪽지와 편지부터 롤링 페이퍼까지 보관한 상자를 꺼내어 펼쳐보는 그런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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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

 

나의 초등학교 시절, 판타지 하면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이 두 개가 최고였다. 명절 특선으로 지겹게 틀어줘도 무조건 반사처럼 TV 앞을 지켰다. 전시에서 BGM과 함께 깨알 같은 간달프의 You shall not pass!!! 까지 적힌 반지의 제왕 스토리 보드게임을 보니, 가슴 졸이며 튀어나오는 오크 때문에 눈을 가렸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 유독 판타지 영화에 푹 빠졌는데, 현실과 다른 세계를 시각적으로 접한다는 사실 자체가 즐거웠던 것 같다.

 

작품에 대한 애정은 지금도 마찬가진데, 감상 포인트가 그때와 다르다. 예전엔 CG 티가 안 났는데 지금은 조금 난다든지, 간달프는 대체 왜 마법을 안 쓰고 지팡이를 휘두르는지, 프로도는 왜 샘을 불신했는지 등 한때 원어 대사까지 달달 외웠던지라 훤히 그려지는 스토리 때문에 감상보단 음악 삼아 가끔 보는 것에 가깝다.

 

그렇게 잊혔던 어린 시절은 엄마의 잔소리와 함께 떠올랐다, 텔레비전 가까이 보면 눈 나빠진다는 엄마의 말에도 21인치 텔레비전 속 영화를 더욱 커다랗게 보고 싶어 안달 났던 그때의 순수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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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

 

비교적 최근이다. 대학교 시절, 외국 문화와 언어에 친숙한 전공이어서 대부분 왕좌의 게임을 알고 있었다. 겨울 학기 방학쯤에 알게 됐나? 푹 빠져서 일주일을 통째로 날릴 만큼 보느라 수면 패턴도 엉망으로 망가져 있었다.

 

판타지에 철왕좌를 갖기 위한 가문들의 권력 다툼과 궁중 암투까지, 거기에 거대한 판타지 세계관까지 한데 어울리니, 서사와 매력까지 완벽한 캐릭터도 많아서 시즌이 오픈될 때마다 정주행을 멈추지 않았던 드라마다. 용두사미 진행 때문에 여러 밈이 생기기도 했지만 실망했던 만큼 깊게 빠졌던 왕좌의 게임은 흥청망청 보냈던 나의 대학교 시절 중 한 부분을 차지했다.

 

비교적 생생한 기억이라 프리토킹 시간때도 ‘요즘 뭐 보니?’라는 주제로 원어민 교수와 수다 떤 기억도 있었고, 캔 맥주를 마시면서 동기들과 함께 봤던 기억도 떠올랐다. 단체로 이해하지 못하는 전개도 있었고 자극적이기도 하나, 그래서 오히려 이십 대 초반 시절에 어울렸던 드라마였다. 그래서인지 왕좌의 게임을 떠올리며 그 시절의 흑역사도 하나둘씩 생각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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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fan of yours


 

이터널 선샤인, 레옹, 아멜리아, 가위손, 007, 쥬라기공원,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왕좌의 게임, 마블 코믹스 등 우리가 한 번쯤 푹 빠져봤던 작품들이 줄을 잇고, 뒤이어 봉준호 컬렉션과 웨스 앤더슨 감독의 프렌치 디스패치와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 그리고 20세기의 음반부터, 작가의 화실까지. 2막, 3막을 모두 훑고 나면 벽걸이 사슴 머리 박제 뿔에 걸린 여러 개의 모자를 바라보는 작가의 모습을 끝으로 전시회는 끝이 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온몸으로 당신의 팬이에요! 을 외치는 것 같다. 창작의 연료로써 영감을 준 작품을 소중하게 곱씹어 소품 하나하나 디테일을 잡아 캔버스 위 그림으로 표현했다. 작품 제작자에겐 최고의 팬아트가 아닐까? 그래서 따뜻한 전시회가 아닐까 싶다.

 

이러나저러나 존재하는 비평 속에서 감독과 모든 스태프가 소중히 만든 작품을 어루만지어 전시하니 찬사가 가득한 팬아트이자 대중들에게 긍정적인 기억을 일으키는 시간이었을 거로 생각한다. 또한 부담 없는 화제로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고 알아가는 계기로 작품뿐만 아니라 그때의 분위기와 시간을 나누며 이해하는 시간을 나눴길 바란다.

 

전시회는 63빌딩 전망대와 함께 있다. 공간이 크지 않아 자칫 잘못하면 서 있을 공간도 찾지 못할 것 같다만, 타이밍이 좋다면 팬심을 불태우며 아주 편안히 서울의 전경까지 즐길 수 있다. 햇볕이 드는 시간대에 방문하길 추천한다.

 

사진도 마음껏 찍을 수 있고, 은근한 햇빛에 비추어 높은 하늘이 보이는 따뜻한 채광과 함께한다면 더욱 좋은 추억으로 남을 거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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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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