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손끝으로 틔우는 작은 행복 - 핸즈온버드 유지은 대표

글 입력 2022.12.2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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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꽃은 호불호가 갈리는 선물이다. 좋아하는 사람은 특별한 날이 아닐 때에도 꽃 한 다발을 사서 화병에 꽂아두곤 하지만, 금방 시들어버릴 것을 돈 주고 사는 게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무엇이든 끝이 있기에 더 소중한 법. 꽃이 피어났다가 시드는 것처럼, 아무리 좋은 일도 1년 내내 축하할 수는 없다. 무언가를 이뤄낸 기쁨도 매일 지속되지는 않는다. 그러니 꽃이야말로 특정 순간을 기념하고 축하하기에 가장 적절한 선물일지도 모른다. 받은 꽃이 피어 있는 동안 기뻐할 것을 온 마음으로 기뻐하고, 시든 후에는 또 꽃이 필요하게 될 다음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지난 12일 만난 꽃 상점 ‘핸즈온버드’유지은 대표 역시 꽃은 오히려 시들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시들 것을 알기에 봉우리 상태인 꽃을 다 피우기 위해 노력하고, 피어 있는 동안 최대한 그 아름다움을 즐긴다. 꽃을 좋아하고 선물하는 마음은 순간을 소중히 하려는 마음과도 닮았다. 그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손끝으로 싹틔우다’라는 의미를 지닌 핸즈인버드는 ‘손’으로서 곁에 있고자 한다. 불가능한 영원한 행복이 아니라, 순간에 불과할지라도 분명히 세상에 존재하는 행복을 위하여.

 

 

 

꽃집에 머물지 않는 꽃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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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가게 이름인 핸즈온버드는 무슨 뜻이고, 무엇을 하는 곳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핸즈온버드(Hands on Bud)는 ‘손끝에서 싹틔우다’라는 뜻으로, 꽃과 식물, 엽서와 포스터를 파는 상점입니다. 가게를 열기로 결심했을 때, 저는 행복하기 위해서 꽃 일을 시작한 사람이니 다른 사람에게도 이 행복을 전해주는 ‘손(핸즈)’의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 ‘버드(Bud)’에 무언가를 피워내고 싹틔운다는 뜻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핸즈온버드’라는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꽃집이 아니라 ‘꽃 상점’이라고 명명한 것도 눈에 띄었습니다.


‘핸즈온버드’라는 이름을 정하고 나니 사람들이 꽃집이라는 걸 모를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꽃에만 한정되지 않아서 좋은 점도 있을 것 같았어요. 저도 예전 직장에 다닐 때는 그 일을 평생 할 줄 알았지, 이렇게 꽃으로 가게를 열 거라고는 생각 못 했거든요. 지금은 꽃을 판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핸즈온버드라는 이름으로 더 다양한 것들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꽃집이 아니라 꽃 상점이라고 했어요. 지금도 꽃다발, 꽃바구니 판매, 클래스 외에 포토그래퍼와 작업할 때도 있고 공간 데코 작업도 하거든요. 앞으로도 꽃으로 할 수 있는 건 다양하게 해보려 해요.

 

 

그래서인지 가게 내부도 전형적인 꽃집 같지는 않았어요.


맞아요. 여기 인테리어의 특징이 꽃집 같지 않은 꽃집이거든요. (웃음) 일부러 작업실도 겸할 수 있도록 꾸몄어요. 가게를 방문하는 분들이 가게를 구경하는 것 자체도 경험이라고 생각해서 동선까지 고려해 만든 공간이에요. 잘 보시면 가게 가운데 둥그런 테이블을 둬서 가게에 오신 분들은 자연스럽게 한 바퀴를 돌며 다양한 곳에 시선을 두며 감상할 수 있어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는데 아트페어에서 근무하고, 마찬가지로 직장을 그만두시고 꽃 일을 하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히 꽃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종종 교회에서 성전꽃꽂이를 하셔서 꽃이 익숙하긴 했어요. 그때 꽃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무용한 거지만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는 데에는 그만한 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대학생 때는 취업 준비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문화센터에서 꽃꽂이를 배우기도 했죠.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 취업이 안 되면 꽃으로 뭔가 해볼까 어렴풋이 생각도 했는데, 운 좋게 바로 취업이 됐어요.


취업하고 처음에는 행복하게 일했어요. 그런데 3년쯤 일하니 어느 순간 행복해서 그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트집 잡히지 않으려고 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가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행복인데, 그게 사라진 거예요. 스트레스를 받으니 건강까지 안 좋아져서 결국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인생이 끝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퇴사 후 한두 달은 집에만 있었어요.


취미 활동이라도 해보려고 플라워 학원에 다니다가 우연한 기회로 호텔 웨딩홀에서 꽃 세팅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어요. 힘들기로 유명한 일이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다섯 달을 버텼어요. 진짜 꽃을 업으로 삼아볼까 생각하던 중 꽃집에서 일을 시작했고, 2년 동안 일하며 많은 걸 배웠어요. 그리고 가게를 열게 되었습니다.

 



끝에서 발견한 새로운 시작,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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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그만두고 꽃집을 열었다고 하면 굉장히 극적인데, 사실은 그 사이에 보이지 않는 노력과 시간이 많았던 거네요. 그래도 창업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듯해요. 어떤 마음으로 가게를 열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하며 배우는 것도 정말 좋았지만, 계속 새로운 걸 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나더라고요. 하지만 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안하기에는 이미 체계가 꽉 잡힌 곳이었기에 아쉬울 때가 많았죠. 게다가 작년에 제 나이 앞자리 수가 바뀌면서 이대로 괜찮은가 생각을 많이 했어요. 고민 끝에 결국에는 내 것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처음에는 다들 저를 말렸어요. 가게를 열면 주말도 없이 종일 거기에 매달려야 하는데, 체력 약한 제가 할 수 있겠냐면서요. 그래서 가게를 열기 전에 실제로 일주일 내내 일해봤어요. (웃음) 평일 일이 끝나면 주말에 또 아르바이트를 하는 식으로 주7일 근무를 3~4개월 했죠. 생각보다 할 만하더라고요. 그렇게 부모님을 설득하고, 작년 12월에 핸즈온버드를 시작했습니다.

 

 

말씀을 듣다 보니 정말 추진력이 강한 성격인 것 같아요.


뭐 하나 마음을 정하면 일단은 해봐야 하는 성격이긴 해요. 다른 사람 의견도 중요하지만 사실 그건 그 사람의 경험과 가치관에 맞춘 조언이잖아요. 참고는 하되, 내가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일단은 직접 해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작년 크리스마스쯤 가게를 열어 이제 1주년을 앞두고 있는데, 가게를 운영하며 겪는 어려움에는 어떤 점에는 어떤 게 있나요?


이 일은 결국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일이에요. 꽃다발 하나를 사더라도 제가 한 포장, 그걸 구매하는 동안 저와 짧게 나눴던 대화, 이 공간에서 경험했던 것까지 모든 게 다 합쳐졌을 때 만족스러워야 다음에 또 여기를 찾는 거잖아요. 주문을 받을 때마다 어려워요. 저번에는 마음에 들었다고 이번에도 마음에 들 거라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가게를 연 지 아직 1년이 안 됐는데 제 스타일만 고집하며 그 스타일이 마음에 드는 분만 오시라고 하기에는 아직 부족하죠. (웃음)

 

 

선택을 받아야 하는 일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아요. 매번 다른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흔들릴 때도 많을 것 같은데, 그럴 때 대표님은 어떻게 중심을 잡나요?


만족한다는 것은 취향의 영역이기도 하기에, 모든 사람에게 무리해서 맞추다 보면 제 스타일을 잃을 것 같아요. 모두가 날 좋아할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하면서 괜찮다고 생각하려 해요. 만족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아쉽지만 앞으로 새로 올 사람을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런 식으로 저를 지키고 있어요.


저를 지키고 제 몸과 마음을 잘 돌보려 노력하는 이유는 제 컨디션이 제가 만드는 꽃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내가 만든 꽃에 따뜻함과 행복함이 묻어나고 받는 사람에게 그게 전달되려면 제 마음부터 그래야 하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일할 때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셨는데, 대표님은 어떤 게 행복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때, 누군가 나로 인해 행복해졌다고 하거나 뭔가 바뀌었다고 할 때 성취감과 행복을 느껴요. 저 스스로도 누군가에게 영향받는 걸 두려워하는 동시에 기대하는 사람입니다.

 

 

 

한계가 있기에 아름다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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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가치를 몰라주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꽃이 우리의 일상에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하자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요?


꽃이란 피우고 관리하고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가 꽃이 졌을 때 미련 없이 보내는 게 자연스러운 거거든요.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고 늙고 죽는 게 당연한 일인 것처럼, 꽃도 피었으면 지는 거죠. 그런데 어떤 사람은 꽃이 핀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를 바라요. 물론 꽃을 좀 더 오래 유지하는 방법은 있지만, 시드는 걸 막을 수는 없어요.


가치관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 시드는 꽃을 살 필요성을 못 느끼는 분도 충분히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꽃이 한계가 있기에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꽃이 피어 있는 한정된 시간 동안 내가 어떤 마음으로 그걸 바라봤느냐에 따라 그 꽃이 내게 주는 가치는 달라지거든요. 영원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보고, 그게 저무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과정까지가 꽃을 사는 이유에 포함되어 있어요.


또, 관리하면 그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꽃이기도 해요. 시드는 건 어쩔 수 없어도 줄기 끝을 잘라주고 물도 자주 갈아주면 꽃이 오래 가고, 작은 꽃봉오리까지 다 피어나는 걸 볼 수 있어요.

 

 

대표님 말씀을 들으니 갑자기 꽃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웃음) 겨울에 집안 장식하기 좋은 꽃을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대표적인 겨울 꽃인 라넌큘러스와 스위트피를 추천하고 싶어요. 둘 다 겨울철에 인기가 많은 꽃이에요. 라넌큘러스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꽃이기도 해요. 꽃이 덜 피었을 때는 동그란 공 모양인데 다 피면 꽃잎에 겹이 많아서 풍성해져요. 스위트피는 이름처럼 정말 달콤한 향이 나서 인기가 많습니다.

 

 

연말이기도 하니, 2022년을 돌아봤을 때 기억에 남는 핸즈온버드의 순간을 듣고 싶습니다.


친한 포토그래프분과 함께한 작업이 참 뿌듯했어요. 처음에는 둘이 작업하는 줄 알고 갔다가 여러 사람이 있어서 조금 당황하기도 했는데요, 막상 해보니 배울 것도 많았고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저 혼자였다면 이런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또 핸즈온버드를 만들기 전까지 저는 그냥 어딘가에서 일하는 플로리스트였고, 개인 작업도 스스로 만족하는 정도로만 했는데, 브랜드를 만들면서 제 작업물로 포스터와 엽서를 만들어 판매도 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와서 봐주시고 사주시며 멋있다고 하실 때 뿌듯했습니다. 무엇보다 핸즈온버드를 계기로 다른 플로어리스트분들과의 교류가 늘었는데, 같은 업계분들이 멋있다고 칭찬해줄 때 더 자신감이 생겨요.

 

 

대표님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단은 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하는 일을 바꾸려면 기반이 탄탄하고 준비가 잘 되어 있어야만 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아요.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저 자신을 돌아보면 준비는 좀 덜 되어도 제게 온 기회를 잡아서 할 수 있었던 일이 많거든요. 사실 기회가 오도록 만드는 것 자체가 자신의 능력이기도 해요. 무언가 하고 있으니 기회가 온 거잖아요. 그러니 다가오는 기회에 두려움을 가지기보다 한번 가볍게 새로운 걸 시작해봤으면 좋겠어요. 그게 잘 맞으면 내 옷이 되는 거고, 아니면 또 새 옷을 찾는 것이죠. 한 가지를 평생 할 수 있으면 좋지만, 그런 일을 찾으려면 계속 검증해봐야 하는 것 같아요. 그 검증 과정을 건너뛰고 어떻게 내게 맞는 일을 찾을 수 있겠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다가오는 2023년, 대표님은 핸즈온버드를 어떤 브랜드로 만들어가고 싶은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적극적으로 클래스를 열어 많은 사람과 교류하고 싶어요. 사실 지금까지는 제가 꽃을 다루는 걸 보여주고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에 부담이 컸거든요. 그런데 몇 차례 클래스를 진행해보니 제가 수강생분들에게 오히려 배우는 게 많고 뿌듯했어요. 신기하게도 사람마다 같은 꽃, 같은 예시로도 정말 다양한 결과물이 나와요.


그리고 ‘상점’이라는 말에 걸맞게 어떻게 꽃과 식물로 콘텐츠를 만들고 판매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에요. 지금은 작업 사진과 엽서를 판매 중인데, 내년에는 좀 더 정비해서 가게를 잘 꾸려나가고 싶습니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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