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유로움을 갈구하는 예술 - 연극 '생각은 자유'

우상은 생각보다 평범한 모습으로 둔갑했다
글 입력 2022.12.1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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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출신의 정치인 구서광은 한 달 전 화재사고로 의식불명인 아내 오사라를 극진하게 간호한 것이 알려지며 국회 진출에 성공하였다.

 

레몬홀딩스 펀드를 운용하는 구서광의 동생 구서환과 언론사 기자 이우진은 물론, 처형인 MH그룹의 전 회장 오미라까지도 구서광의 국회 진출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오사라는 남편이 당선된 날 극작으로 깨어나지만, 누구도 그녀의 회복을 진심으로 기뻐하지 않는다.

 

당선 다음 날, 구서환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서 이들의 연결고리가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

 

70분이라는 짧은 러닝 타임 속에서 한국 사회의 축소판을 들여다보고 온 기분이 든다.


“최선의 무리들은 신념을 잃었고, 최악의 무리들은 언제나 열정적이다”


선을 공유한 집단은 점점 그들의 신념을 잃어가고 결국 단결의 의지에서 벗어난다. 반면 악을 공유한 집단은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이것이 극에서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이다. 이를 전하기 위해 소위 높으신 분들이 극에서 활용된 것일 뿐, 우리라고 크게 다를 게 있겠는가?

 

인터넷이 지나치게 과열되고 혐오에 수용성이 높은 요즘, 타인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과정에 공동체는 쉽게 반응하고 쉽게 단결한다. 기술이 발달하여 생활이 편리해지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원초적 자기애 감정에만 둘러싸여 있는 세상은 퇴보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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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은 양심에 따라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굳이 강조하진 않는다. 그저 아무런 의심 없이 부를 추구하고 선을 잃은 이들을 보여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모습에 우린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야 한다. 사회가 진보함에 말미암아 무엇이 도의적으로 옳은 진보 방향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가 연극과 사상에 자유가 필요한 이유로 이어진다. 취사선택의 성격이 강할지라도, 우리가 종종 시간을 내어 예술을 소비해야만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쫓아가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해 경고해준다는 점, 삶에서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것을 낚아채어 의문을 던져주는 점, 예술은 전반적으로 삶에 이로운 지침서가 되어준다.


따라서 연극은 자유로워야 한다. 무대는 자유롭고, 배우의 움직임도 자유로우며 연출가의 선택 역시 자유로워야 한다. 우상은 생각보다 평범한 모습으로 둔갑하여 도처에 존재한다는 점을 경고하기 위해서, 표현과 예술은 자유로워야만 한다. 

 

연극 <생각의 자유>는 오는 12월 25일까지 대학로 시온아트홀에서 공연된다. 극단 아리랑의 김수진이 연출을 맡았으며 김동순, 김미영, 민대신, 김현준, 신시아, 권강현 배우가 열연을 펼친다.

 

 

[김윤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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