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새해를 맞이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방법 [사람]

글 입력 2022.12.1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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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는 언제나 그렇듯 미묘한 감상에 사로잡힌다.

 

벌써 한 해가 갔다는 오묘한 야속함과 새해가 주는 잔잔한 설렘이 심장 한켠을 묵직하게 울린다. 때문에 사람들은 12월과 1월, 연말과 연초라는 그 시기에는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오래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 이 글은 내가 어떻게 새해를 맞이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1. 증명사진 찍기


  

성인이 되고 하나의 의례처럼 자리 잡은 것이 바로 ‘매년 증명사진 찍기’다. 흔히 한 사람의 삶이 얼굴에 반영된다고들 하는데, 지난해부터 부쩍 그걸 실감하기 시작했다. 딱히 얼굴에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아도 매년 얼굴은 조금씩 바뀐다. 그것이 눈빛이든, 피부 상태든, 혹은 머리스타일이나 메이크업 같은 부가적인 요소든 말이다. 나는 이 미묘한 변화를 모두 기록해두고 싶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실 매년 증명사진을 찍는 건 너무 사치스러운 일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20살 이후로 줄곧 증명사진을 찍어온 나도 가끔 무용함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증명사진을 찍는다 하더라도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등 곳곳에 등록된 사진을 모두 바꾸는 건 상당히 귀찮은 행위였으니 말이다. 특히, 단순 ‘흰색 배경에 얼굴’ 같은 증명사진이 아니라, 컬러 증명사진 위주로 찍기 시작하니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돈도 많이 들고, 어쩌면 실생활에서 크게 활용하지도 못하는데 왜 계속 하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건 간단하다. 추억이 되기 때문이다.

 

일반 증명사진에서 컬러 증명사진으로 넘어오면서 생긴 변화는 그거다. ‘내 취향의 반영’

 

요즘에는 특히나 사진관들의 접근성이나 숫자 또한 절대적으로 늘어난 때다. 그래서 어느 사진관을 예약하고, 또 무슨 옷과 액세서리를 하고, 어떤 배경색을 고르는지가 모두 나의 선택이다. 그해의 온전한 나의 취향.

 

같은 사람이어도 매해 취향과 생김과 사진관의 역량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찍은 증명사진을 몇 개월 후에 들여다보면 미묘한 감상이 일기도 한다. 아마 과거의 내가 오로지 담긴 ‘취향의 정수’라고 생각해서일지도 모른다. 아마 누군가는 정식 증명사진이 아니라 인생네컷 같은 방식으로 비슷한 목적을 이루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리하자면, 나는 매해 1월에 새로운 증명사진을 찍을 준비를 한다.

 

사진관을 예약하고, 옷을 고르고, 색을 고심한다. 그리고 이렇게 찍은 증명사진은 친밀한 지인이나 가족들에게 나눠준다. 이 모든 과정이 추억이 되고 기쁨이 된다. 한발 더 나아가자면, 사진을 찍다 보면 자신의 생김새나 분위기에 대한 새로운 인지를 획득할 때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실보다 득이 훨씬 크다고 생각하는 ‘나만의 의례’라,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도 한 번쯤 권하고 싶다.

 

 

 

2. 한 해를 담을 향수


  

첫인상의 팔 할은 향기가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누구나 그럴 테지만, 향이 좋은 사람을 싫어하는 이상한 사람은 없다.

 

바로 이런 말들이 향수에 관심을 두게 했다. 하나의 이미지 브랜딩 개념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다만, 처음에는 단순히 비싸고 유명한 것, 브랜드도 이름이 있는 것만 고집하다 보니 득보다 실이 더 컸다. 금전적인 부담은 그것대로 커지는데, 정작 시트러스 계열 밝은 향을 좋아하는 내 취향엔 잘 안맞았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타인의 시선을 너무 고려한 결과였다.

 

성격 때문인지, 쉬이 ‘좋아 보이는 것’이란 선택의 기준을 바꾸기 쉽지 않았다. 이런 생각에 변화가 생긴 것은 ‘여행지에서 새로운 향수를 사서 줄곧 그것만 뿌리고 다닌다’는 누군가의 말 때문이었다. 향기는 시간과 공간을 담는다는 의미를 내포한 그 말이 참 좋아서, 나는 ‘그 해를 담아낼 향수’를 사기로 했다. 한 해 동안 아끼지 않고 줄곧 그것만 뿌리다가, 새해가 지나면 그때의 취향을 담은 새로운 향수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새해를 기다리며, 이번에도 ‘나의 2023년’으로 삼을 향수를 골라두었다. 1월 1일, 제야의 종이 울리는 그 순간 침구와 방 한켠에 향수를 뿌리며 시작할 계획이다.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기는 하지만, 이 또한 추억이 되지 않겠는가?

 

 

 

3. Wish ring


  

이 또한 개인적인 취향이 듬뿍 반영된 행위인데, 나는 모든 반짝이는 것들을 좋아한다. 그건 풍경일 때도 있고, 사람일 때도 있고, 사물일 때도 있다. 대체로 온갖 반짝이는 액세서리 류로 반영되는 편이다.

 

그래서 악세서리를 사는 것도, 모으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다. 이러다 보니 가끔 날 잡고 보석함을 정리할 때쯤 예상치 못한 것들을 마주하곤 한다. 예를 들면, 고등학교 내내 질리도록 끼고 다녔던 실반지 같은 것들 말이다. 우정 반지 개념으로 만든 짙푸른 실과 연하늘색이 엮인 실반지였다. 이 실반지가 매년 Wish ring을 사는 ‘의례’의 시작이 되었다. 그 해를 기억할 액세서리를 사는 것, 그래서 나중에 내 취향의 변천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말이다.

 

물론 실리적인 이유도 있다. 좋은 악세서리를 사면 자주, 오래 끼는 편이라 ‘좋은 악세서리 하나’를 사서 착용하는 게 더 낭비가 덜하다는 이유도 있다. 이건 사람의 취향과 습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런 복합적인 이유가 합쳐져 연말&연초 행사가 되었다.

 

이렇게 구매하는 Wish ring은 어느 땐 브랜드 제품일 때도 있고, 어느 땐 핸드메이드 작가의 작품일 때도 있다. 굳이 거창한 게 아니라 얇은 실반지여도 좋으니, 여러분들도 1년을 함께 할 액세서리를 마련하는 것도 새해를 맞이하는 좋은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

 

지금까지 새해에 하는 ‘나만의 의례’들을 풀어놓았다. 혹자는 매년 오는 새해인데, 너무 유난스럽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시간의 중요성과 추억의 소중함을 몸소 깨닫고 시행해오는 것들이다. 이런 행동들은 한 해를 거치면 거칠수록 추가되거나 구체화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다년간 쌓인 취향과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일들이다.

 

여기서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것이다. 취향을 기록할 것, 그래서 과거를 잊어버리지 않을 것.

 

나는 12월과 1월, 연말과 연초를 기점으로 취향과 ‘나를’ 아카이빙해두는 방식으로 실현되었다면,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 누군가는 나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뭔갈 해야 한단 부담을 갖기보단, 가벼운 마음으로 쥐향을 메모하거나 좋아하는 노래를 고르는 등 가벼운 행동부터 ‘자신만의 의례’를 만들어가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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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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