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좋아하는 마음은 한계를 뛰어넘는다 - 제1회 인사이트 데이

문학 덕질의 메이트, 엠디랩프레스의 힘
글 입력 2022.12.0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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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애호하는 동시대 작가가 있다면 필연적으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엠디랩프레스(M.D.LAB.PRESS)'가 아트인사이트에 떴다. 바로 22년 12월 4일 진행된 아트인사이트 <제1회 인사이트 데이> 덕분이었다.

 

<인사이트 데이>는 소통을 중심으로 한 아트인사이트의 공식 강연 프로그램이다. 작가 덕질 아카이빙 잡지 [글리프]를 선보여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엠디랩프레스'가 인사이트 데이의 시작을 알렸다. "애정 담긴 조각배를 하나의 함선으로"라는 슬로건으로 만나본 '엠디랩프레스'의 이야기를 지금 바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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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랩프레스의 시작 : '문학 덕질의 메이트'


 

엠디랩프레스의 시작은 문학 생산자와 독자 사이에 존재하는 여러 장애물을 인식하는 것에서 비롯됐다. 책이 만들어지고 독자의 손길에 닿기까지의 갖가지 '필터'들에 갈증을 느낀 것이다. 이들은 문학 '비평'이라는 말로 문학 작품을 납작하고 단정짓는 관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과 경로로 문학에 대한 소통의 장을 열어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인사이트 데이>에서 엠디랩프레스를 대표하여 자리한 박준기 에디터와 김다희 에디터는 말했다. 문학에 대해, 그리고 작가에 대해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전제하면 어떨까?"라고. 팬의 입장에서 그리고 애정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문학 덕질'을 하는 덕질 메이트가 되어보는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글의 본질은 결국 독자 경험이었다. 엠디랩프레스는 그 독자 경험을 섬세하게 끄집어내고, 독자와 작가 사이의 징검다리가 되기 위해 아카이빙을 시작했다.

 

이들은 과거와는 다른 방식의 톤앤매너로 문학 덕질의 메이트가 되기로 결심했다.

 

 

 

글리프, 한 작가의 모든 것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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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엠디랩프레스

 

 

두 에디터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엠디랩프레스가 꼭 '빅데이터 랩(LAB)'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작가 덕질 아카이빙 잡지 [글리프] 한 호를 발행할 때 해당 작가의 모든 것을 담는다. 일단 이 세상에 나와있는 작가에 관한 모든 저서는 싹 다 찾아 읽고 분석하는 것은 물론, 등단 이전의 글들부터 SNS, 유튜브, 팟캐스트 등 분야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이들이 직접 말하길 작가가 주체적으로 표현한 모든 것을 "집요할 정도"로 샅샅이 찾고 분석한다.

 

문학과 작가를 사랑하는 독자의 심정으로, 팬의 입장으로 절실히 찾고 또 찾는다. [글리프]에서의 한 호가 발행되기까지 3~4개월이 걸리는 동안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특정 기준으로 '정리'하며, 에디터들과 독자들의 시각으로 다시 '표현'한다.

 

에디터들끼리는 오래된 협업의 경험이 있다. 그래서 내부에서는 날카로운 피드백이 오간다고. 1년 중 4분의 1이 넘는 시간동안 치열하게 자료를 모으고, 엠디랩프레스만의 해석을 내놓고, 독자들의 팬심이 담긴 피드백을 모아 글리프에 담는다. 이 모든 과정이 가능한 이유는 단순히 아카이빙이라는 말로 납작하게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작가를 향한 사랑과 존경심, 그리고 엠디랩프레스의 지속가능한 열정과 끈끈한 팀워크가 만들어낸 환상의 콜라보다.

 

 

 

대체불가능한 글리프의 매력 : 덕력이 만들어낸 독창성


 

엠디랩프레스는 독자들에게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텀블벅 펀딩을 통해 선보이는 매 호마다 목표금액을 단숨에 달성하는 것은 물론 자체 후기를 생산해낼 정도로 독자들이 감탄하는 잡지로 발돋움했다. 독자뿐만 아니라 작가들도 발행 소식을 알고 홍보와 후원까지 한다니 영향력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 인기의 이유는 바로 엠디랩프레스만의 대체불가능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수집-정리-표현'의 3단계만으로 단정할 수 없는 엠디랩프레스의 근원적인 매력이 있다. 그것은 바로 '덕력'이 만들어낸 독창성이다.

 

'덕질'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누군가 자신이 좋아하는 핵심 지점을 관통하는 해석과 분석을 내놓았을 때, "와아!"하며 절로 감탄이 나오는 기분을. 만약 정세랑 작가, 구병모 작가, 김금희 작가, 강화길 작가, 정유정 작가, 김초엽 작가를 애정하는 독자라면(이들은 글리프 1~6호의 주인공들이다. 앞으로의 발간에는 또 어떤 작가가 나올지 기대된다) [글리프]를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필자는 <인사이트 데이>에서 현장 질문을 하여 감사하게도 '글리프 6호 : 김초엽 [실험]'편을 선물받았다. 강연이 끝난지 일주일이 다 되어갈 무렵, 김초엽 [실험]편을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1회독을 마칠 수 있었다. 글리프가 보여주는 해석은 상상 이상으로 작가와 작품의 입체적인 면을 많이 다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글리프만의 독창성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깨달았다.

 

개인적으로 [실험]편에서는 김초엽 작가의 세계를 하나로 관통하는 키워드를 찾아 그 의미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일상에서 겪는 고민을 작품과 연결해 에디터들간 대화 형식으로 드러낸 점이 좋았다. 독자가 떠올릴 수 있을 법한 다양한 소재와 주제들로 여러 이야기를 내놓을 때, 엠디랩프레스만의 반짝이는 독창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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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엠디랩프레스

 

 

개인적으로 감탄했던 독창성의 끝판왕은 바로 '모의덕력평가 문제지'였다. 에디터들이 직접 만들고도 만점을 얻기가 어려울 정도로, 작가 본인이 풀어도 어렵다고 느낄 정도로 높은 난이도를 자랑한다. 진정한 덕력이란 무엇인지 가장 높은 경지를 경험하고 싶다면 '모의덕력평가' 문제지를 풀어보기를 권한다.


([글리프]를 비롯하여 엠디랩프레스가 만든 독창적인 결과물들은 엠디랩프레스 인스타그램에서 더 자주 만나볼 수 있다. 결과물에 대해 글로써 설명하는 백마디보다 10장의 사진을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에디터쉽의 싱크를 맞추는 일 : 동시대에서 사회 현실을 환기하는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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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엠디랩프레스

 

 

[글리프]에서 선정하는 작가의 기준은 '동시대의 문학'을 쓰는 사람들이었다.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라도 셰익스피어처럼 지극히 과거에 살았던 작가라면 선정기준에 들기 어렵다.

 

엠디랩프레스는 "문학과 사회는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지금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사회 현실을 환기시켜줄 수 있는 작가를 선정한다고 밝혔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엠디랩프레스의 가치관이 아트인사이트의 <인사이트 데이>에 꼭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이라는 슬로건처럼, 앰디렙프레스도 발행하는 잡지들이 독자와 소통하는 매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아트인사이트와 엠디랩프레스 모두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현실에 대해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아고라'가 되기를 자처하는 것은 자명하다.

 

강연에서 특히 감명받은 사례가 있다. '글리프 1호 : 정세랑 [월드]'에 나타난 장편소설 <지구에서 한아뿐>의 2012년과 2019년 버전을 비교하는 컨텐츠다. 에디터들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7년만의 개정판에서 소설 곳곳의 변화된 부분을 정확히 캐치하고 비교했다. "소설 곳곳에서 어느 누구도 상처받지 않도록 좀 더 섬세하게 배려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라며 정세랑 작가가 아무도 해치지 않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한 점을 드러냈다. 이 사례가 단순히 7년간의 변화를 '찾았다'는 것으로 놀랍다는 설명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엠디랩프레스가 작품이 절판된 소식을 알게 되자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책을 찾으려 했지만, 작가의 관점으로 역지사지를 해본 것이다. 작품에서 수정이 필요한 부분으로 인해 독자들에게 쉽사리 2012년의 버전을 선보이지 못했던 이유를.

 

동시대에서 사회 현실을 환기하는 문학. 글리프가 만난 정세랑 작가는 7년의 개정판에서도 변화된 현실을 적극 반영하는 유연함과 민감성을 보여주었다. 엠디랩프레스가 그런 작가와 작품에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유가 어느 때보다 공감되는 대목이다.

 

 

 

'좋아하는 마음은 한계를 뛰어넘는다'


 

박준기 에디터와 김다희 에디터와 함께한 두 시간 반동안 머릿 속을 울리는 키워드는 '좋아하는 마음'이었다.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읽히는 글을 만들기 위해, 엠디랩프레스도 그 작가들을 좋아하는 마음으로서 잡지를 디자인하고, 기획하고, 편집하고 발행한다. 세상에 탄생한 엠디랩프레스의 잡지들은 또다시 독자에게로 가닿아 좋아하는 마음의 결정체를 만들어낸다.

 

혼자서는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일도 좋아하는 마음과 함께라면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엠디랩프레스가 애정담긴 조각배를 하나의 함선으로 만든 것은 바로 이 힘 덕분이 아니었을까.

 

아카이빙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고 기획하는 일은 여러가지 태도가 요구되는 일이었다. 독자들에게 가닿아 읽히는 글을 만드는 책임감있는 태도. 작가를 향한 인간적인 존경심과 좋아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다양한 접점을 설계하는 태도. 새로운 잡지가 발간될 때마다 독자들이 내는 다양한 반응을 수용하는 태도.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영감의 원천에서 디테일과 섬세함을 발견하는 태도. 엠디랩프레스는 이 태도들을 한 데 갖추어 애정담긴 조각배를 하나의 함선으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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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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