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계유정난이 아닌, 신숙주와 성삼문의 이야기 - 뮤지컬 '범옹'

글 입력 2022.12.0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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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옹포스터-고화질.jpg

 

 

계유정난. 수양대군이 자신의 조카인 단종의 왕위를 찬탈한 사건이다.

 

조선사에서 유명한 사건이기 때문에 이미 너무 잘 알려져 있고, 매체에서도 많이 다루고 있으며 최근 대표작으로는 영화 <관상>이 있다. 뮤지컬 <범옹> 또한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하지만, 대개 수양대군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는 모습과 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단종 지지자들이 아닌, 수양대군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그리고 단순히 반정이 아닌, 세 사람의 얽힌 관계와 그들의 내면에 집중한 휴머니즘적 측면이 강한 작품이다.

 

‘범옹(신숙주의 호)’이라는 작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의 주인공은 신숙주이다. 신숙주는 ‘변절자’라는 낙인이 찍힌 인물이기 때문에 그를 타이틀 롤로 내세운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극은 신숙주를 중심으로 성삼문과 수양대군으로 구성된다. 신숙주는 김종서가 단종 곁에서 모든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상황에 있어 반감을 가지고 있었고, 세상을 개혁하고 싶어 한다. 이에 성삼문은 어느 정도 동조한다. 이때, 신숙주에게 손을 내민 수양대군과 신숙주의 뜻은 통한다.

 

이에 그들은 함께 차근차근 수양대군을 왕으로 만들 계획을 준비한다. 예전부터 성삼문을 눈여겨보고 있던 수양대군은 성삼문 또한 그들의 뜻에 함께 하길 원했으나, 성삼문은 완곡히 거절한다.

 

계유정난이 일어나기 전, 성삼문은 신숙주에게 이런 말을 한다. “집현전 시절에 자네가 책을 읽다가 잠들었는데, 세종대왕께서 자네에게 용포를 덮어주고 가셨지”. 이 말을 통해 세종대왕이 진심으로 아꼈던 신하가 자신의 손주의 왕위를 찬탈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상황과의 대비를 보여준다. 본 극에서는 선인도 악인도 없다. 단지, 서로가 원하는 세상, 그리고 가치관이 다를 뿐이다.

 

결국 반정은 성공하고, 단종의 왕위 복권을 계획했던 성삼문은 사육신이 되어 죽게 된다. 친국 장면에서 신숙주는 성삼문을 살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지만, 성삼문은 그의 손길을 거절한 채 자신의 신의를 지키며 죽음을 맞이한다.

 

 

뮤지컬_범옹_공연사진 (1)_임별 강찬 박건.jpeg

 

 

본 작품에서는 '수양대군-한명회'의 구조였던 것이 '수양대군-신숙주'로 그려진다. 이에 신숙주는 수양대군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하며, 동시에 숙청을 계속해서 강요하며 단종까지 사사하라고 말한다. 오히려 수양대군이 숙청을 요구하는 신숙주의 말에 고민하는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신숙주는 사실상 수양대군에게 가장 위협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던 성삼문을 숙청하는 것에 있어서는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성삼문과 신숙주는 성균관 시절 때부터 함께 해온 친우였던 만큼 이들이 수양대군과 단종으로 인해 그 관계를 끝내게 된 것을 보여줌으로써 가치관과 친우 간의 대립과 고민을 보여준다.

 

 

뮤지컬_범옹_공연사진 (2)_안재영 최호승 김대현.jpeg

 

 

두견새, 백이와 숙제 시조, 성삼문과 신숙주의 시조를 곳곳에 사용하고 있다.

 

성삼문이 수양대군을 ‘나으리’라고 부르는 장면, ‘수양에게 받은 녹봉은 쓰지 않고 곳간에 두었다’는 역사적 사실 또한 배치한다. 하지만, 신숙주와 수양대군의 반란을 정당화하기 위해 김종서를 폄하하는 등 역사적 사실과는 다소 다른 부분이나, 주관적인 인물 해석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전반적인 넘버에서는 피아노 선율이 두드러진다. 의상의 경우 같은 길을 가는 신숙주와 수양대군은 서로의 의상 색깔을 공유하는 반면, 성삼문은 그러지 않다. 신숙주는 초록색, 수양대군은 파란색과 적색으로 서로의 색깔을 부분적으로 공유한다.

 

성삼문은 혼자 아무런 색이 섞이지 않은 보라색을 입고 있어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3인극으로 진행되다 보니 아쉬운 점도 있었다. 성삼문이 고문 받는 장면을 성삼문을 맡은 배우가 신음 소리를 내며 쓰러지는 것으로 연출한 것과, 능지처참을 당하는 성삼문의 모습을 흩날리는 꽃 잎으로 표현한 점이다. 조명을 이용했으면 조금 더 극적인 효과를 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능지처참을 꽃잎으로 표현한 것은 아름다웠던 과거가 지는 듯한 느낌을 주어 포스터에 칼날과 꽃잎이 흩날리는 채로 같이 있음이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한 길을 선택했지만, 그 길에서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이라는 결과를 가져온 신숙주의 삶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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