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혼자 보내는 일상은 제법 괜찮다

글 입력 2022.11.3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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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울 미술관 앞 공원에서, 독서하는 나의 모습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관심사가 다양한 사람이에요. 즐 새로운 걸 접하고 시도하는 것을 좋아해 하루가 부족하다고 느껴요. 최근 터키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올해 초에 시작하긴 했지만 혼자 하기에는 어렵다고 느껴 중간에 잠시 포기했었습니다. 하지만 터키 친구와 많은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문화와 언어에 대해 자연스레 관심 가기 시작했습니다. 길거리에 고양이들이 많이 있고 사람들과 친화적으로 지낸다는 문화가 좋았어요. 언젠가 저의 펜팔 친구가 살고 있는 터키의 '안탈야'를 방문하는 날을 기대하며, 터키어를 익히도록 노력하는 중이에요.

 

올해 혼자서 한 것들이 많아요. 원래 홀로 다니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어요. 첫 독립을 시작하며 저와의 시간이 많아지긴 했지만, 이를 통해 제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행복의 기준치와 범위가 변했어요. 집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하며 쉬는 것이 저의 낙이라고 생각했는데, 일상의 즐거움은 밖에 나가 무언가를 하는 것이더라고요. 조용히 사색하고 느낀 걸 기록하고 행복해하는 제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 진정한 내 모습인 걸 알게 됐어요.

 

 

 

혼자 다니면 외롭지 않나요? 


 

주변에서 외로울 거 같다는 말을 자주 했어요. 누구랑 다녀왔는지 질문하면 혼자라는 대답에 놀랬어요. 하지만 지금은 저에게 누구와 함께했는지 질문하지 않아요. 친구들도 이런 제 모습에 익숙해졌다는 뜻이죠. 

 

어떤 날에는 친한 사람들과의 많은 추억을 쌓지 못해 잠시 불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자연스레 공유할 이야깃거리가 줄어들다 보니 타인과의 관계가 걱정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남과의 문제가 아닌 제 자신의 문제였어요. 어느 순간 제 자신과 함께한 추억이 많다고 생각하니 재밌더라고요.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들이 혼자만의 비밀이 된 거 같아 신났어요. 

 

가장 가까운 친구는 나 자신이에요. 


 

 

주로 무얼하며 시간을 보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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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 미술관 디지털 도서관

 

 

일주일 중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은 공공도서관이에요. 언제든 방문해도 부담이 없는 곳이에요. 조용한 분위기가 저를 반겨주기 때문이에요. 책을 읽어도 좋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해도 좋고, 잠깐 사색에 잠겨 있어도 좋다는 자유로운 인사의 말을 건네거든요. 그래서 평온한 이 분위기를 좋아해요.

 
도서관의 가장 큰 매력은 신간 코너 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신청한 희망 도서를 둘러보면 재밌어요. 많은 책들 중 이때까지 만나지 못했던 책을 발견하게 되면 신이 납니다.

마치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처럼, 펼치기 전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기대하고 궁금한 마음이 들어요. 그중 인생의 변화를 하게 만들어준 책을 읽으면 보물을 발견한 듯 신이 나요. 

 

아무런 정보도 없는 책을 만나기 위한 설렘을 지닌 채, 늘 도서관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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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잡지 읽는 것을 좋아해요. 저의 모든 감각들을 일깨워주는 존재입니다. 잡지는 미술관과 도서관 그 사이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이미지들을 보면 전시를 감상하는 것만 같고, 여러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인터뷰를 보면 한 권의 책을 읽는 것만 같아요.

 

그래서 여러 잡지를 접하면 세상을 배우게 돼요. 하지만 제가 읽고 싶은 잡지를 다 소장하기에는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습니다. 마음껏 열람할 수 있는 ‘국립 현대미술관 디지털도서관’과 ‘현대카드 아트 라이브러리’ 자주 방문합니다. 

 

예술 잡지는 물론이고 서적들까지 비치되어 있어 색다른 영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건축적으로도 아름다운 공간이기에, 예술가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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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좋았던 전시, 아모레 퍼시픽 미술관

 

 

도서관 만큼이나 자주 가는 곳은 미술관입니다. 한 달에 몇 번 방문하는지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매달 방문하는 편이에요.

 

가끔 그동안 찍었던 작품 사진들을 정리하면 이렇게 많은 곳을 방문했나 생각이 들어요. 주변에서 미술 애호가라는 별명을 지어줬는데, 정리하면서 알게 되었네요. 항상 작품을 보면서 느꼈던 건, 세상의 문제 범위는 넓고 우리는 그걸 발견할 수 있는가 질문을 생각하는 계기가 됩니다. 제가 서서 감상하고 있지만 다른 누군가는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미술관을 나온 후 제가 할 일이 생겼다는 것에 의무감을 느껴요. 작품의 의미를 곱씹으면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찾아보게 됩니다. 예술적인 감각을 느끼는 것뿐만 아니라, 세상의 문제의식을 마주하는 공간인 미술관을 방문하게 되는 이유 같습니다.

 

 

 

자신만의 일상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동할 때 음악 감상하는 걸 좋아해요. 특히 영화 배경음악을 자주 듣는 편이에요. 영화를 보고 난 후 오랫동안 남은 여운을 달래기 위한 이유이기도 해요. 

 

특히 '한스 짐머'와 '고란손'의 음악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 장면이 하나씩 떠오르게 만드는 힘을 지녔거든요. ‘듄’의 사막의 주인공이 되거나 ‘테넷’의 시공간을 초월한 주도자가 되는 상상을 하며 몰입해요.

 

주변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음악에만 집중해 이야기 속으로 빠지게 됩니다.

 

 


 


차가운 겨울 공기가 느껴질 때쯤 영화 ‘윤희에게’ 음악을 찾게 돼요. 최근 날씨가 급격히 추워져 매일 듣고 다니는 중입니다. 펑펑 눈이 내리는 오타루의 배경을 생각하며 들으니 겨울이 왔구나 라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올겨울에도 작은 영화관에 찾아가 ‘윤희에게’를 감상할 계획이에요.

 

 

 

작년과 올해의 내가 달라진 점이 있다면?



타인에게 표현하는 범위가 넓어졌어요. 전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사소한 표현을 하지 못했던 거 같아요. 평소 마음에 넣어뒀다가 생일날이 되어서 긴 장문의 편지로 진심을 전했거든요. 그래서 무심한 사람으로 보였던 거 같아요.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껴, 최근에 시작한 아르바이트 월급을 받자마자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선물을 보냈어요. 다들 놀란 반응이었고, 따뜻한 메시지를 보내주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앞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마음의 표현을 하고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물의 크기가 아닌 마음의 크기와 빈도수가 우리의 관계를 얼마나 끈끈하게 이어주는지 느끼게 됐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제가 솔직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에요. 그동안 제 자존감이 높은 줄 알고 착각했는데, 자존심만 높은 사람으로 살아왔던 거 같아요. 평소 저의 모든 면을 드러내기 싫어했습니다. 가진 것 없어 보이고 타인의 잘난 모습을 보며 주눅 드는 모습이 보이는 게 싫어,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피했던 편이었어요.

 

계속 이렇게 살다 보니 스스로 피곤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만 같더라고요. 그래서 변화가 필요함을 느꼈어요. 내면을 들여다보고 이야기하는 명상하는 시간을 자주 가졌습니다. 깨달음을 얻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어요. 어느 날은 긍정적인 사람으로 된 줄 알았지만 예고도 없이 다시 동굴 속으로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시행과 착오 끝에 제 자신을 이해하게 되었더니 타인과의 만남이 즐거워졌어요. 봉사를 하거나, 취미 모임에 들어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늘어났어요. 이제 저를 소개하는데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네요.

 

스스로 사랑하는 법을 깨우치니 주위에서도 저를 밝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결국은 솔직한 저의 모습을 아껴주고 좋아하는 게 중요해요.

 

 

 

앞으로 '이지은' 이라는 사람은 어떤 모습이 일까요? 



제가 먼 훗날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는 확신하지 못하겠어요. 지금 저에게 주어진 현실도 상상한 적이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어떤 변수가 저를 기다리고 있을지. 저는 그 기다림에 대응해 나아가는 인생을 살 거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의 취향은 지금과 똑같이 지속될 거 같아요. 제가 좋아했던 것들이 갑자기 생겨난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애정은 어린 시절부터 쭉 이어져 오고 있었습니다.

 

주말마다 부모님과 함께 방문했던 박물관과 미술관은 아직까지 제 일상으로 이어져 오고 있어요. 삶의 환기가 필요하고 색다른 문제를 마주하고 싶을 때쯤 부담 없이 방문하는 제 자신을 볼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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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나의 취미, 클래식 감상

 

 

그리고 좋아하지만 당당히 말하지 못했던 나날들이 떠오릅니다. 학창 시절 음악 시간에 오페라와 클래식 영상 보는 날을 가장 좋아했어요. 모든 수업을 제치고 하루 동안 듣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어요.

 

하지만 주변 친구들은 잠에 들고 재미없다는 반응을 보여, 결국 음악을 끄고 수업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 친구가 저에게 클래식 음악만 들으면 졸음이 몰려온다고 말을 했는데 그 말에 동의했었습니다. 사실은 편안히 눈을 감고 감상했는데 좋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그저 남들과 같은 의견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줄 알았던 어린 시절의 제가 안쓰러웠어요. 소심했던 저에게 용기를 주고 싶은 마음이네요.

 

그 후로 클래식을 좋아하지 않다는 무의식이 머릿속에 자리 잡아 한동안 멀어졌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제 취향을 잠시나마 놓치게 되었던 날이었어요. 좋아하는 걸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얼마나 큰 지, 이때서야 깨닫게 됐습니다.

 

또한 국어 교과서를 좋아했어요. 문학 장르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특히 글 옆에 실린 그림을 좋아했어요.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교과서를 받자마자 저는 국어책에 실린 그림부터 구경 했었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떠오르는 그림이 있는데 어떤 작가님인지 알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관심 있게 보았으면,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아쉬웠습니다.

 

그 시절 아무런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미술작품 감상하는 취미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의 취향이 일찍 성립되었으면 지금보다 더 많은 걸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치는 다르지만, 그걸 충족해 나가는 삶을 살았면 좋겠어요. 소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지켜나가며 자신만의 삶을 살아갔으면 합니다. 저 또한 그러도록 노력할 거예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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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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