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글, 쓰고 버렸습니다. - 신의 문장술

버리기 위해 쓴다.
글 입력 2022.11.3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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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미코 후미오의 책 <신의 문장술>은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기’라는 행위의 장점, 그리고 그러한 ‘쓰기’의 힘을 기르기 위한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중에서도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쓰기 방법은 바로 ‘쓰고 버리기’다.

 

버린다니, 왜 기껏 쓴 글을 버린다는 것이지? 심지어 작가는 전 날 아이디어를 적은 메모도 버리라고 말한다. 나처럼 일상이 메모로 가득한 사람에게는 무서운 소리였다. 글로 남기면 생각과 감정이 정리되면서 훗날 추억이 되고, 때론 아이디어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작가는 버린다는 전제가 가져오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다고 말한다.

 

우선 쓰고 버린다는 전제로 글을 쓰면 내가 쓰고 싶은 주제를, 내 언어로 써버릴 수 있다. 어차피 버릴 것이니까 사람들에게 쉽게 말 못하는 얘기도 괜찮고, 누굴 이해시킬 필요 없이 나만 알도록 쓸 수 있다. 그렇게 복잡한 나의 감정이나 생각, 또는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까지, 내 손을 거쳐 나의 언어로 바꾸는 과정에서 그것들은 모두 자기 것이 된다고 말한다. 내 것이었던 것도 '진짜' 내 것이 되니, 이제 그 글은 더욱 버려도 된다는 것이다.

 

나는 자주 책이나 기사를 스크랩하고, 메모한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으면 카카오톡 혼자 채팅방에도 남겨두곤 한다. 이것은 전부 짧은 메모다. 그런데 이렇게 메모 (깊이 나아간 생각 x) + 쓰고 남겨두기만 하면, 거기서 끝나는 것이지 진정 나의 것이 되지 못한다.

 

솔직히 처음엔 책에서 말하는 '쓰고 버리기'가 이해되지 않았다. '번뜩 아이디어나 영감이 떠오르면 메모하라는 것이 성공한 이들이 말한 조언 아니었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내 경험에 비추어 보니, 글의 소재나 영감이랍시고 쓰고 남겨두고 있으면 오히려 ‘숙성’되지도 못한다. 그럼 정말 쓰고 버리면 되는 것인가? 아예 까먹어 버리는 것 아닌가?

 

아니다. 분명 그러한 구분은 쓰고 버리기를 시작하고 반복하다 보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 말하는 쓰고 버리기 기술은 쓴 글, 중요한 메모들을 전부 버리라는 게 아니다. 기억을 위한 메모가 아닌 내면화, 자기화하고자 하는 글쓰기를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글쓰기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 글을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글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의 (글) 아카이브들과 나의 메모들이 가득해질 때마다 내 머리가 무거워진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완전한 착각이었다. 책을 통해 내가 그동안 계속해서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그저 쓰고 저장해두었다는 생각에 더이상 내머릿 속으로 숙성시키지 않았음을, 나는 다행히도 인제야 인지할 수 있었다.

 

또 나는 이 책을 통해 잊고 있었던 글쓰기의 힘을 떠올렸다. 나는 복잡한 걱정 고민으로 지금과 달리 어두웠던 때가 있었다. 평소 같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며 조언과 위로를 받았을 텐데, 그땐 나 자신도 생각 정리가 안 되었을뿐더러, 말로 뱉음으로써 안 좋은 상황들을 또다시 곱씹기 싫었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혼자 블로그에다 글을 썼다. 그리고 그때의 글이 나를 지금까지 글을 쓰게 만들었다. 당시 나는 대학교 과제 때문에 블로그를 만들어놓은 터라, 이웃이 교수님 한 분밖에 없었다. (서로 이웃도 아님) 그렇게 나는 너무나도 답답한 심정을 그냥 아무도 보지 않을 곳에 표출해보자는 마음으로 속마음을 마구 써 내려갔다.


그곳엔 어떠한 설명도 맥락도 없었다. 맞춤법은 물론 오탈자도 많았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벅차오르는 감정과 생각들을 폭풍처럼 자판으로 쳤다.

 

이후, 나는 마치 아무도 없는 넓은 공간을 보며 힘껏 소리 지른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때 알았다. 마음속 무언가를 해소하는 것이 혼자서, 그것도 글로써도 가능하다는 것을!

 

 

신의 문장술 표1.jpg


 

이 책에서 말하는 글쓰기가 바로 이런 글쓰기다. 남들에게 읽히기 위한 글, 한껏 힘을 준 글이 아니라,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고민을 써서 자신의 언어로 변환하는 것에 의의를 두는 글쓰기.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인간관계로부터 받은 아픔이나 스트레스 등을 전부, 그저 나의 언어로 쓰고, 버린다. 그럼으로써 생각과 감정은 명확해지고, 더 나아가 세계를 바라보는 나만의 관점이 정립되며, 끝내 그것은 곧 자신의 개성이 된다.


책을 통해 그동안 왜 쌓여만 가는 글 속에서 더 멍청해지는 느낌인지 그 원인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글쓰기의 힘을 떠올릴 수 있었다. 처음으로 블로그에 휘몰아치는 감정을 자판으로 휘갈기던 바로 그때. 그 이후 나는 더 많은 사람에게 보이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으로 지금까지 글을 써왔다. 물론 평가 기준도 내가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리 글쓰기가 어렵게 느껴졌고, 양도 줄었다.

 

그렇게 글쓰기의 힘을 알고 난 이후, 난 오히려 더 나와 마주하는 글쓰기에서 멀어졌었다. 그때의 글은 아직 비공개로 남아있다. 그래서 오늘부로 그때의 아픔도 지우고, 앞으로 있을 걱정 고민도 이 책의 방법대로 전부 쓰고, 버리고자 한다!

 

p.s 오랜 세월 글을 쓰고 있는 작가에게 글쓰기 팁과 그리고 내가 믿고 있는 글쓰기의 힘을 확인받아서 정말 기쁘다. 글쓰기를 좋아한 지 얼마되지 않은 글린이지만, 글의 힘을 믿는 사람으로써 이 책과 함께 글쓰기의 힘을 더해본다. "무작정 써보라! 어쩌면 그것이 당신의 무기가 될지 모른다!”



[김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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