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매력적인 안타고니스트는 주인공을 키운다 - 아트인사이트 현장전문가 특강

주인공 캐릭터와 서브 캐릭터, 안타고니스트의 세계로
글 입력 2022.12.0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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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현장전문가 특강 : 주인공 캐릭터와 서브캐릭터, 안타고니스트


 

겨울이 시작됨을 알리는, 춥디 추운 11월의 마지막 토요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아트인사이트 현장전문가 특강 2회차가 진행된 그날의 오후는 후끈후끈한 몰입의 기운이 추위를 사르르 녹여줬어요.

 

오늘은 여러분들께 '주인공 캐릭터와 서브캐릭터, 안타고니스트'를 주제로 진행된 아트인사이트 전문가 특강의 리뷰를 허심탄회하게 전해드리려고 해요. 특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셨던 분들, 더 나아가 관심은 있지만 참여가 망설여지는 분들에게 작은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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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는 특강을 계기로 "글쓰는 사람"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었어요. 이번 특강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과제가 주어진다면 "작가는 캐릭터와 사랑에 빠진 사람이에요"라고 말하고 싶어요. 작가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의 생생한 말과 행동을 만들어내죠. 이를 위해 세상 속으로 들어가 수없이 다양한 사람들을 온전히 바라보고 수용합니다. 그래서 캐릭터를, 즉 사람을 사랑하고 포용하는 사람이 바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주인공 캐릭터와 서브캐릭터를 만드는 일도 거창한 이론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어요. 그보다는 세상과 사람에 대한 열린 시각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특강에 처음 갔을 때는 거창한 마음을 안고, 어느 정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새로운 세계를 배우겠거니 싶었는데요. 예상과는 전혀 달랐어요. 그 흔한 PPT 자료 한 장없이, 테이블에 앉아 자유로운 재즈 연주를 하듯 흐름을 유연하게 타며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눴죠.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활짝 열고 세상을 본다면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캐릭터들이 현존해있더라구요. 그리고 그중에서도 주인공과 안타고니스트는 한 편의 드라마를 살아있게 만드는 결정적인 인물들이었습니다. 잘 만든 주인공과 안타고니스트는 일주일 내내 우리의 마음을 빼앗는 힘이 있죠. 그렇다면 작가는 어떻게 주인공과 안타고니스트의 캐릭터들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요? 특강에서 생생하게 보고 들은 내용을 전해보겠습니다.


 

 

주인공의 여정을 더 돋보이게 하는 '매력적인 안타고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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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특강에서의 핵심 주제였던 '안타고니스트(Antagonist)'로 본격적인 리뷰를 시작해볼게요. 안타고니스트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사전에 따르면 '작품 속에서 주인공에 대립적이거나 적대적인 관계를 맺는 인물'로 알려져있어요. 쉽게 말해 극의 주연과 대척되는 지점에서 쟁쟁한 갈등을 함께하는 사람이죠.


'정반합(正反合)'이라는 철학용어를 들어보셨을 것 같아요. 정(正)에 모순되거나 반대되는 반(反)이, 더 높은 종합적인 합(合)에 통합되는 과정을 의미하는데요. 우리가 안타고니스트를 생각할 때는 '정'이라는 주연과, '반'이라는 안타고니스트의 대립구도를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안타고니스트가 독자로 하여금 주인공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안타고니스트를 얼마나 매력적으로 만드느냐에 따라서 주인공의 궤도와 여정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거죠. 안타고니스트가 주인공을 키우기도 할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가졌기에 극에서 대등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서 대표적으로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을 떠올려볼까요. 장발장과 대립하는 인물은 바로 자베르 경감이었죠. 극 중에서 자베르 경감은 매우 끈질기고 집요한 모습으로 일관해요. 빵을 훔친 장발장을 체포하겠다는 신념으로 일생을 바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죠. "진짜 아주 끈질기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인물이에요. 이 덕분에 극은 긴장감과 몰입감을 고조시키며 관객을 몰입의 세계로 이끌었어요. 레미제라블에서 만약 자베르 경감이라는 인물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뻔하디 뻔한 이야기로 남았을 거에요. 그래서 안타고니스트가 극의 전개에서뿐만 아니라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안타고니스트 없는 극은 앙꼬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렇다면 특강을 바탕으로 안타고니스트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정리해볼게요. 차근차근 설명할테니, 한번 여러분이 좋아하는 극을 떠올리면서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우선, 안타고니스트는 집요한 사람이에요. 자기애가 엄청 강해서, 자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죠. 한번 생각한 신념을 바꾸지 않아요. 끝까지 원칙과 신념을 고집하죠. "이렇게까지 한다고?!" 싶을 정도로 자기의 신념을 저버리지 않고 밀어붙이는 캐릭터잖아요. 그런데 안타고니스트가 하는 집요한 행동은 분명한 이유가 있어요. 그래서 독자들은 안타고니스트의 존재 이유를 부정할 수는 없게 돼요. 예를 들어 그가 추궁하는 끈질긴 무언가의 목표가 너무 분명하거나, 그럴 만한 이유가 납득되는 상황이 존재하는 거죠.

 

다음으로 안타고니스트는 주인공과 목표가 같아요. 장발장과 자베르 경감도 사실 크게 보자면 두 사람 모두 사회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두고 있었어요. 실상은 장발장과 자베르 경감이 꿈꾸는 사회의 모습은 결이 비슷했습니다. 자베르 경감이 장발장의 실체를 알게 된 후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던 것은, 장발장 본래의 선한 의지와 모습에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회의감을 거세게 느꼈기 때문일거에요.

 

또 안타고니스트는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능력이 출중해요특강에서 들은 바에 의하면 소위 바보나 빙구같은 사람을 극의 핵심 인물로 내세우지는 않으니까요. 품질이 좋고, 퀄리티가 좋은 특징을 가진 캐릭터가 주인공과 안타고니스트의 자격을 가져요. 쉽게 말해 우수한 능력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인거죠.

 

특히 안타고니스트에게는 동정할 만한 아픔이 있어요. 주인공과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포인트에서 아주 중요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지점에서 레미제라블 말고도 SBS 드라마 <상속자들>이 떠올랐어요. 극 중에서 최영도(김우빈)는 주인공 김탄(이민호)의 안타고니스트로 등장하는데요. 둘은 여주인공 차은상(박신혜)를 동시에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최영도는 김탄과 갈등을 빚을 때는 맹수같은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차은상에게는 때로 한없이 어리고 여린 모습을 내비췄어요. 사실 최영도에게는 어렸을 적 친어머니와 이별했던 아픈 기억이 있었죠. 이런 남모를, 동정할 만한 아픔을 통해 시청자들중에는 안타고니스트인 최영도에게 더 마음을 빼앗기는 경우도 있었답니다. (중학교때 친구들과 호들갑떨며 김탄과 최영도의 대결구도에 몰입하며 봤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그리고 안타고니스트는 주인공보다 조금 더 우위의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영화 <한산>의 배경이 된 한산도 대첩을 생각해볼수 있어요. 이렇게 생각하면 안타고니스트는 소설뿐만 아니라 역사의 현장에서도 매우 쉽게 발견할 수 있죠? 한산도대첩 당시 왜군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많은 병력을 동원했다는 걸 누구나 아실 겁니다. 압도적으로 엄청난 수의 왜군함과 적들이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순신 장군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학익진전법으로 왜군을 무찔러 크게 승리했죠. 역사를 더욱 빛나게 했던 것은 매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겼다는 사실 덕분일거에요.

 

 

 

캐릭터를 만들면 이야기가 나온다


 

매력적인 안타고니스트는 주인공의 여정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고 했었습니다. 그렇다면 대망의 주인공은 과연 어떤 특징을 가진 인물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까요? 주연은 마찬가지로 재능과 노력의 의지를 모두 갖춘 사람이고, 원칙적으로는 결국 올바른 길 또는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입니다. 만약 주인공이 지은 죄가 있어도 이 죄는 합당한 변명과 이유로 독자를 납득시킬 수 있는 정도의 것이에요. 그래서 독자는 어떤 이유에서든 주인공을 열심히 응원하고, 그의 여정에서 감정을 이입할 수 있겠죠. 아마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대부분 주인공의 성장과 성공을 바랄 뿐이지, 죽음과 파멸을 바라는 경험은 극히 또는 상대적으로 적었을 거에요.

 

그래서 안타고니스트가 너무도 중요한 이유를 또다시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주인공의 가시밭길 여정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고, 역경의 해상도를 더 높여주기 때문이죠.

 

특강에서 제일 인상적인 배움을 떠올렸을 때, "캐릭터를 만들면 이야기가 나온다"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과거부터 많은 사람들이 플롯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과는 다른 주장이죠. 현장전문가 정영선 대표님께서는 흥미로운 과제를 제안하셨는데요. 그건 바로 캐릭터의 생년월일, 사상, 체질, 혈액형, 부모님, 사는 지역, 알레르기 유무까지 한 인물의 세밀한 부분까지 특징을 모두 구상해보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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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는 한 인물을 그려봤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렇다면 그 인물에게는 복숭아 알레르기가 생겼던 분명한 원인의 사건이 있었을테고, 그 다음으로 복숭아로 인해 결정적인 순간에 방해를 받거나 위기에 처하는 씬이 나올 수 있어요. 이렇게 '알레르기' 유무와 종류만 정해도 생각해볼 수 있는 사건들이 너무나 많이 생겨요. 정대표님께서는 실제로 이 작업을 통해 혼자 키득키득 웃으면서 정말 재미있게 스토리를 적어나갔다고 해요.

 

그야말로 '캐릭터와 사랑에 빠질 정도로' 캐릭터를 구상하는 것이 최우선이에요. 작가의 입장에서 '이 사람은 이 상황에서 뭐라고 말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납득이 될 만큼 구체적이고 명료한 캐릭터를 그려나가는 거죠.

 

 

 

"옛날의 조연이 오늘의 주연이 된다"



시대가 달라지면서 사회상은 달라집니다. 대중이 중요시여기는 가치도 달라지기 마련이죠. 그래서 판에 박힌 고정적인 플롯을 고집하는 것보다, 생생한 인물로 살아있을 법한 '캐릭터'의 섬세한 특징을 잡는 것이 중요해요.

 

실제로 2022년과 2012년, 2002년과 1992년의 드라마를 비교해본다면 매우 다른 스토리 전개를 실감할 수 있어요. 대중의 지향점이 달라지기에 캐릭터에게도 그 면모가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공장에서 찍어나오듯 만드는 플롯보다는 변화무쌍한 '캐릭터'의 특징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옛날의 주연이 오늘의 조연이 된다"는 말은 사실입니다. 거꾸로 "옛날의 조연이 오늘의 주연이 된다"라는 말이에요. 이 시대에 마주하는 주연은 과거의 주연과 달리 스스럼없이 예측불가능한 선택을 하기도 하고, 의외의 것들을 조합한 특징을 고루 갖추고 있어요.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작가, 건강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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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특강을 들으며 왠지 모르게 내내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그 이유를 떠올려보니 특강이 시작되고 끝나는 시점에 '작가의 마음가짐'에 대한 다정한 조언을 들었기 때문이었어요. 

 

"건강한 작가만이 건강한 글을 쓸 수 있어요."

 

"여러분 무한질주는 하지 마세요. 인생 깁니다."

 

"남의 빛을 빌리지 마세요. 오로지 나의 힘으로, 나의 실력으로 증명해보이는 거에요. 글은 독자들에게 절대 속일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내 자신을 믿으세요."

 

"즐기며 쓰세요. 즐거운 마음으로 글을 쓰고, 많이 남길수록 든든한 식량창고가 됩니다."

 

"남의 작품을 볼 때는 잣대를 대지 말고, 분석하려고 하지마세요. 거만해져요. 분석할 수록 내 글은 늘지 않아요. 안고수비, 눈은 높고 손은 비천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즐거운 마음으로 많은 작품을 바라보세요"

 

아트인사이트의 전문가 특강을 통해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더 멀리 보고, 긴 호흡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보다 즐겁게 '쓰는 삶'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이번 글은 특히나 아주 즐겁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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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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