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못다한 이야기,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드라마]

글 입력 2022.11.2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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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끝맺지 못한 것.


 

무엇이든 제대로 끝맺지 못한 것은 오래도록 가슴 속에 남는다.

 

눈앞의 사랑보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이 더 애틋하고, 빼앗기듯 멀어진 이가 몹시 그리운 것 또한 이러한 이치다.

 

이는 고작 결말을 보지 못한 드라마에도 적용되어서, 나는 아주 오래도록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를 떠올리곤 했다. 언젠가 여유로워지면, 언젠가 내가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이 없어지면, 그래서 마음에 여유가 깃들면 꼭 결말을 보리라고 다짐하곤 했다.

 

다짐만 하다 미뤄둔 것을, 갑자기 붕 떠버린 일주일의 시간이 내게 다시 가져다주었다.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겨두었던 미완의 드라마인 만큼, 내게 많은 감상과 여운을 남겨 이를 글로 적어야겠다고 다짐했다.

 

 

 

Story. 아무도 행복해질 수 없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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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는 2016년 방영한 20부작 드라마다.

 

당시에도 제법 흔한 편이었던 ‘타임슬립’소재를 활용하여 고려시대 태조~광종 배경으로 극이 진행된다. 인물 간 관계도 정리가 필요할 정도로 다양한 인물들이 얽히고설킨 관계성은 내용에 흥미를 더한다.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는 이 드라마에 특이한 점이 있다면, 저 많은 인물 중 해피엔딩을 맞이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극 내 인물들은 결국 원하던 것을 얻더라도 다른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리거나, 평생 해갈되지 않을 결핍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8황자 욱이 사랑과 황위를 모두 갈망했으나, 모두 얻지 못하였고 연화공주가 자신을 위해 권력과 야망을 탐냈으나, 정작 스스로를 잃어버리고 평생 ‘황후’로서의 역할만 수행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심지어 이 법칙은 ‘작가의 사랑을 받는다’고들 하는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에도 해당되서, 나란히 새드엔딩을 맞이하는 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일종의 시리즈로 인물과 상징물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symbol. 얻기 어렵고, 지키긴 더 어려운 자리. 황좌


 

스토리의 배경이 태조 왕건 사후 6년 만에 3번의 황제가 바뀌는 혼란스러운 세태를 담고 있다 보니 ‘황좌’에 대한 언급을 빼놓을 순 없다.

 

드라마 속에서는 총 8명의 황자가 주요하게 등장하고, 그중 3명의 황자가 황위에 오른다. 20부작 중 반절이 왕건 사후 치열한 정쟁에 대한 내용이라 ‘황좌’에 대한 의미는 왕건 생전과 생후로 크게 나뉜다.

 

모두가 황자일 시절, 즉 태조 왕건 집권시기에 황자들에게 ‘황위’는 대부분 ‘얻어야만 사는 것’이었다. “송악에서 황제가 되지 못한 황자는 모두 죽는다”는 극 중 대사만 보아도 이러한 의미를 알 수 있다.

 

흔히 황위는 권력과 야망의 결정체로 그려지곤 하지만, 적어도 드라마 속 태조 왕건 집권 시기엔 생존 도구로써의 성격이 더 강했다. 가장 야망이 큰 인물로 그려지는 왕요조차 어머니에게 주입된 사고와 생존 욕구가 뒤섞인 결과였을 뿐이다.

 

그러나 본능 중 가장 강한 것이 생존본능이란 말이 있듯이, ‘황위 = 생존과 성공’이라는 인식은 황자들에게도 강력하게 작용하여 모두가 황위를 갈망하는 상황이 벌어지곤 했다.

 

마치 최우람의 <원탁> 속, 머리가 없는 허수아비 인간들이 단 하나의 머리를 갈망하는 것처럼 말이다. 때문에 황자들에게 ‘생존’이 보장되었다면 (드라마 속 스토리 기준) 황위싸움에 뛰어들지 않았을 인물들이 꽤 여럿 보여 안타까운 감상이 일기도 했다.

 

황자들에게 무한한 갈망의 대상이었던 ‘황위’는 공교롭게도, 왕건 사후부터 ‘부생’, 덧없음의 상징이 되어버린다. 왕건의 뒤를 이어 황위에 오른 정윤 왕무, 3황자 요, 4황자 소 모두 행복한 삶을 영위한다기보단, 외려 인생의 덧없음을 한탄하기 때문이다. 그토록 원하던 것을 얻었음에도 오히려 더 불안하고, 불행해지는 모순적인 굴레에 갇힌 것이다.

 

이는 황위에 올랐으나 오히려 더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현장, 즉 ‘얻기 어렵고, 지키긴 더 어려운’ 황좌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이를 다시 최우람 <원탁>에 빗대자면, 머리를 얻으면 경쟁에서 벗어날 줄 알고 쟁취해냈는데, 정작 원탁의 한 가운데에 서서 평생을 위태롭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최종 목적지’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은 새로운 일의 시작인 상황을 종종 마주하곤 한다. 고삼 때 대학이 최종 목적지라고 믿었으나 사실은 더 긴 인생의 시작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End. 글을 마치며


 

단순 흥미로 시작했던 드라마에서 생각해볼 요소가 꽤 많아 오피니언으로 작성하게 되었다. 사실 '최종 목적지가 새로운 일(또는 과업의) 시작인 상황'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정답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황제가 되었던 왕무, 왕요, 왕소의 결말을 들여다보다보면, 자신이 정한 '목표'에 너무 집착하지 말란 말을 하고 싶다가도 결국 황제가 되지 못한 왕욱, 왕정 같은 인물을 보면 '그래도 목표에 도달해야 다른 시작을 맞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은 차후에 인물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면서 풀어나갈 예정이다.

 

 

 

최현서_아트인사이트 명함 겸 태그.jpg

 

 

[최현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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