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페라 '푸른 눈의 목격자' - 2022 서울오페라페스티벌

글 입력 2022.11.17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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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부터 11월 12일까지, 총 열흘에 걸쳐 진행된 '2022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을 찾았다. 개최 장소인 강동아트센터부터 오페라라는 장르까지, 모두 낯설었던 만큼 기대가 일었다.

 

2022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은 오페라 애호가들은 물론, 필자와 같은 초심자까지 모두 사로잡을 수 있는 다양한 작품 라인업을 마련했다. 개중에서도 서사 뮤지컬 <푸른 눈의 목격자> 관람을 선택한 것은 오페라에 대해 무지한 입장이라 접근성 좋은 작품으로 흥미를 돋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당 목적은 물론, 작품 내적인 면에서도 큰 만족감을 준 공연이었다.

 

 

(1) 2022서오페-메인포스터.jpg


 

오페라 <푸른 눈의 목격자>는 일제강점기 조선의 독립 투쟁을 소재로한 작품이다. 특히 1919년 제암리 교회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제암리 교회 사건은 수원군 향남리에 위치한 제암 감리교회에서 일제가 자행한 끔찍한 학살 사건이다. 일제 육군 헌병 중위의 주도로 무려 30여명 가량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 사건을, 윤동주, 이육사, 한용운 등의 대표적인 저항 시인들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 가곡으로 표현한 작품이 바로 <푸른 눈의 목격자>이다.

 

<푸른 눈의 목격자>는 제암리 학살 사건의 배경과 이로 인한 파장을 위주로 묘사한다. 전개 과정은 화면에 총알의 흔적이 보이는 정도의 간단한 연출로 대체되었다. 이미 역사 교육은 물론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본 사건의 잔혹성을 실감하고 있는 관객들인 만큼, 직접적인 전개 과정은 구태여 드러내지 않는 점이 긍정적으로 인식됐다. 해당 사건이 남겨진 우리(관객)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곱씹는데도 그러한 연출이 도움이 되었다.

 

작품에서는 제암리 학살 사건의 배경이 아주 인상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오페라라는 갈래에 충실하게, 동시에 해당 장르가 낯설 수 있는 일반 대중에게도 호소력을 지닐 수 있을 방향으로 말이다. 3.1운동의 여파로 제암리 인근의 종교 지도자들의 주도로 만세 시위 운동이 발생했다. 이 장면은 다양한 계층, 심지어 종교를 지닌 이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싸우고, 또 독립의 희망 앞에서 들뜨는 모습으로 연출되었다.

 

앞서 다가올 비극을 예견할 수 있기에 더욱 슬프게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이들이 마을 어귀 한데 모여 당시 시대상을 드러내는 각자만의 애창곡을 노래할 때는 함께 박수를 치고 즐기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럴수록 짙어지는 애처로움이 마지막 '서시'를 부르는 대목에서 감정적으로 터져나온 것 같다.

 

물론 가장 주목할 부분은 저항 시인들의 시를 가사로 한 가곡들이었다. 대부분 학창시절 한번 쯤은 공부했을 만한 시들이었는데, 오히려 그렇기에 그들에 대한 인상은 딱딱할 수밖에 없었다. 시를 온전히 곱씹었던 기억보다는 색깔 펜으로 밑줄을 그으며 숨은 의미니 비유니 하는 것들을 외웠던 기억이 더 강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편안한 상태에서, 사람이라는 악기를 타고 흘러나온 가사들을 곱씹는 건 분명 새로운 경험이었다. 특히 마지막 곡 '서시'는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라는 시구의 반복만으로도 큰 울림을 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 앉아 <푸른 눈의 목격자>에 등장한 시들을 하나하나 찾아 다시 읽어보았다. 시인들이 남긴 저항의 언어가 제암리 학살 사건의 피해자들과 독립 운동가들의 서사를 전부 끌어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의 여운을 지닌 작품이었다.

 

오페라는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음악극의 일종이고, 떠오르는 유명한 작품만 하더라도 전부 서구권의 그것들이기에 이에 한국적 요소를 더하는 시도가 충분히 의미있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들은 있었지만, 오페라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되새김하며 한국 문학 작품의 여운까지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음은 분명하다.

 

내년 서울오페라페스티벌도 무사히 개최되길 바란다는 지지를 보내고 싶다.

 

 

[오송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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