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국 오페라, 푸른 눈의 목격자 - 2022 서울오페라페스티벌

한국사와 한국 문학이 녹아있는 오페라
글 입력 2022.11.1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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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부터 12일까지 강동아트센터에서 <2022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이 진행되었다. 보통 오페라는 타 장르 혹은 공연에 비해서 사람들의 접근성이 높지 않은데, 다양한 주제로 좋은 공연들이 다채롭게 펼쳐진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확인할 수 있었다.

 

페스티벌 기간에는 <토스카>, <푸른 눈의 목격자>, <사랑의 묘약> 등의 공연이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막이 올랐다. 그 중에서도 나는 <푸른 눈의 목격자>를 관람하고 온 소감을 작성하려 한다.


 

 

비극적인 한국사를 풀어낸 오페라, <푸른 눈의 목격자>


 

개인적으로 역사에 관심이 매우 높은 편이라, 어릴 때부터 한국사를 포함한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을 알아보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나 근현대사의 격변을 좋아하던지라 일제 강점기 당시 우리나라가 억울하게 당해온 많은 수난들에 대해서 잊지 않고자 하였는데, 아트인사이트의 좋은 기회를 통해 제암리 사건이라는 비극에 대해 예술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서 그것에 매우 감사하다.

 

<푸른 눈의 목격자>는 제암리 사건을 서사로 풀어낸 오페라이다. 여기서 '제암리 사건'이란, 1919년 4월 제암리에서 발생한 일제에 의한 학살이다.

 

일제가 제암리에서,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회에 소집한 후 불을 지르고, 고통에 몸부림쳐 탈출하려는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한 사건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이 사건은 영국의 선교사 스코필드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가슴 아픈 사건으로 한국사에 영원히 기록되었다.

 

<푸른 눈의 목격자>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공연은 스코필드가 제암리 사건을 보게 되고 세상에 알리고자 결심을 하게 되는 과정, 그리고 제암리 사건의 비극성을 보여준다. 베이스와 테너가 외국인 선교사들 연기를 담당하였으며, 바리톤은 제암리 사건에서 희생 당한 기독교인을 연기해 아내 역을 맡은 소프라노와 함께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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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피아노와 함께 제암리 사건에 대한 간략한 정보가 화면을 통해 비춰졌다. 그 이후에 소프라노가 처절한 연기와 함께 가곡을 부르는데, 모두가 숨죽이고 관람하느라 목소리의 작은 떨림과 숨소리마저 굉장히 잘 들렸다.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그 당시 평화로웠던, 그리고 지옥과도 같이 변한 제암리를 잘 표현했다고 느껴졌다.

 

 

 

한국 문학과 함께 했던 가락들


 

이 오페라에서 가장 크게 인상 깊었던 특징은 가곡을 모두 항일 시인들의 작품을 이용해서 만들었다는 것이다. 맨 처음 소프라노는 남편을 잃어 절규하면서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을 부른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이 밖에도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 '서시', 이육사 시인의 '광야', '청포도' 등을 이용해 각색한 가곡이 상황에 적절하게 삽입되었다.

 

사실 2차 창작의 경우 원 창작자의 의도와는 다른 주관적 해석이 개입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피하는 편인데, 이번 오페라를 통해서 한국 문학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더 느낄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

 

특히 '님의 침묵'과 '서시'의 경우 극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가곡으로서 관람객들로 하여금 큰 인상을 남길 수 있게 한 큰 역할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또한, 제암리 마을에서의 평화로운 일상을 보여주는 배우들의 연기는 비극이 지속되는 극의 중간에서 적절하게 유머와 긴장감 해소의 역할을 해주어서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어 냈다.

 

 

 

전체적인 느낌


 

오페라는 서양의 극이기 때문에 한국적인 요소는 잘 안 어울릴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이번 오페라를 통해서 오히려 현대시의 운율과 서정적인 정서를 잘 느낄 수 있었고 매우 깊게 집중할 수 있었던 경험을 하고 와서 개인적인 '틀'이 깨지는 느낌이었다.

 

특히 피아노와 목소리라는 두 악기로만 이루어진 음악은 소극장을 완전히 지배하여 풍성하게 울려 퍼졌다.

 

또한, 제암리 사건이라는, 사람들이 잘 모를 법한 역사적 사건을 통해 극을 만들었다는 것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번 공연을 통해서 한 명이라도 제암리 사건에 대해 생각하고 공부하게 되었다면, 그것은 이 오페라 공연의 매우 긍정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중간 중간에 화면이 잘 안 넘어가지거나 피아노에 가려서 화면 속 글귀가 잘 안 보이는 등의 자잘한 일들이 있었는데 그러한 점들만 보완된다면 더욱 호평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공연을 통해서 나도 오랜만에 극장을 갔는데, 강동아트센터와 같이 소규모 공연장이 보다 활성화 되어서 많은 문화 예술 작품들이 대중과 만나는 기회가 더 넓어졌으면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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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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