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러면 거기, 평범한 일상에서 – 장 줄리앙 [전시]

시각적 위트를 전달하기
글 입력 2022.11.1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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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an Jullien

 

 

장 줄리앙(Jean Jullien, 1983~)은 프랑스 출신으로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작업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 아티스트이다. 프랑스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한 작가는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센트럴 세인트 마틴(Central Saint Martins)과 영국 왕립 예술 학교(Royal College of Art)를 졸업했다. 프랑스와 영국을 비롯해 다양한 나라에서 활동하는 작가는 일러스트뿐만 아니라 패션, 가구, 출판, 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재료를 사용하여 작품을 제작했다.


작가만의 자유분방함과 위트 넘치는 스타일은 SNS를 통해 인기를 끌었으며 쉽고 간단한 소통은 세계적인 브랜드와의 수많은 콜라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자 했던 작가의 궁극적인 디자인 목표를 이루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장 줄리앙의 대규모 회고전으로,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작업하며 보관해온 100권의 스케치북과 일러스트, 회화, 조각, 오브제 등 약 1천 점의 다양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전시장은 작가가 연필을 잡는 방법을 익힌 순간부터 일상의 순간들을 드로잉한 [100권의 스케치북] [드로잉] /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여러 실험적 작업을 소개한 [모형에서 영상으로] / 가족과 끈끈한 유대감을 보이는 작가의 일상 속 행복한 순간을 추억한 공간인 [가족] / 작품 소개 매체로 활용하는 SNS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셜 미디어]로 이루어졌다.

 

<그러면, 거기>는 10월 1일(토)부터 내년 1월 8일(일)까지 DDP 뮤지엄 전시 1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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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Untitled

 

 

펜으로 그린 두껍고 진한 윤곽선은 형체를 단순하고 명확하게 보여주며, 뚜렷한 원색은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더한다. 작가의 구불구불한 필기체처럼 꾸밈없는 필선은 거친 마감으로 활력을 불어넣는다.

 

간결하면서 명료한 그림은 일상의 맥락 없는 낙서 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생략된 표현에서 평범한 일상 속 작은 재치를 발견하게 만들어 동화책의 삽화 같은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의미나 내용을 기반으로 시각적 위트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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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맨 Poster man

 

 

작가는 항상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며 일상의 인상적인 순간을 즉흥적인 드로잉으로 기록한다. 그의 친근하고 장난스럽지만 비판적인 시선은 우리 세계의 불유쾌한 순간을 유쾌한 드로잉으로 전환시킨다. 특히 디지털에 중독된 세태를 풍자한 일러스트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들의 현실을 예리하게 꼬집는다.


식사 전 음식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드는 사람, 콘서트장이나 지하철에서 다 같이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사람들, 딱 스마트폰 있는 부분만 피부가 타지 않은 사람을 그린 일러스트를 보고 있으면 장난스러운 표현에 웃음을 짓게 된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모습에 공감하고 그 순간을 떠올린다.

 

그러다 잠깐 스마트폰을 내려 두고 주변을 둘러보면 멈칫하게 되는데, 그 순간에도 작가의 작품을 찍기 위해 대부분의 관람객이 스마트폰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람객 덕분에 작가가 유명세를 얻게 되는 사실도 모순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위트가 완성된다는 것이 그 자체로 시트콤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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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회고전인 만큼 볼거리가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100권의 스케치북] 전시 공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누구나 쉽게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를 가지고 어떻게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나 하는 의문을 품은 이들에게 작가의 그림만큼이나 간단명료하게 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100권의 스케치북은 작가가 창의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기록물이다. 일상의 일들을 그렸기 때문에 작가의 그림일기 같은 느낌도 들지만, 작가의 드로잉에 대한 열정이 어떻게 변화하고 작품으로 표현되어 왔는지 모든 과정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최소한 1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작가는 100권의 스케치북을 가득 채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썼을까. 심플한 형태와 색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이기 때문에 하나의 그림을 그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길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일상의 순간들을 관찰하여 편집하고 그림으로 그려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면, 작가가 드로잉을 언어처럼 사용하기까지 들인 노력과 열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이번에 공개된 100권의 스케치북은 그동안의 기록 중 일부라고 하니 앞으로 작가가 얼마나 더 그려낼지 궁금해진다.

 


 

 

이번 전시를 위해 직접 내한한 작가는 전시 설치 기간 동안 전시장 곳곳을 드로잉으로 채우며 전시 조성 과정에 참여했다.

 

입구의 책 모형 구조물과 전시 안내 문구, 전시장 내부 벽면 가로 공간을 빼곡히 채워 넣은 대형 벽화까지 작가의 손길이 묻어나는 전시장은 어느 곳보다 살필 거리가 많아진다. 전시 작품과 어우러져 무엇이 작가의 핸드 드로잉인지 헷갈리기도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그린 드로잉을 발견하는 즐거움은 전시의 또 다른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장 줄리앙의 자유분방한 표현력으로 그려진 각양각색의 캐릭터는 단순하면서도 재치 있어 모두가 보고 즐길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DDP 야외 공간인 잔디 언덕에 2점의 작품이 추가로 설치되어 있으니 잊지 말고 꼭 관람하길 바란다.


 

[문지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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