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서울 속의 하리보 홈타운에 방문하다 - 골드베렌의 100번째 생일 기념전

장인정신의 하리보 역사와 환상적인 생일파티를 동시에!
글 입력 2022.11.0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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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보를 처음 만나게 된 건 2012년 가을이었다. 독일 베를린에 머물며 여행을 하는 동안 당시 3살이었던 사촌동생이 매일마다 입에 물고 다녔다. 젤리를 줬는데도 매번 "또 달라"며 떼썼던 사촌동생의 모습과, 형형색색의 하리보 곰돌이가 선명히 떠오른다.

 

한국에 돌아온 후 하리보는 몰라보게 일상 깊숙히 스며들었다. 여행을 갈 때, 등산을 갈 때, 나들이를 갈 때, 혹은 레크레이션을 할 때 누군가 손바닥에 슬며시 올려준 고마운 젤리. 하리보는 일상의 친구로 진화했다.

 

그로부터 딱 10년 뒤, 하리보 100주년 생일파티에 참석했다. 귀엽게만 생기고 달콤한 맛만 내는 줄 알았던 젤리가 100살이나 되었단다. 경이로운 마음과 함께 어떤 이벤트가 우리를 기다릴까 기대되는 마음으로 인사동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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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거리는 인사동을 비집고 들어가니 안녕인사동 B1에는 무려 2시간 이상의 대기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둘러 번호표를 받기 위해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고 인사동 근처를 맴돌았다. 하리보 100주년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어린 아이들부터 부모님, 연인들, 친구들까지 모두 모였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하리보의 생일파티에 진심이라니 놀라웠다.

 

인사동 근처에서 머무는 동안 근처 한옥카페에 들렸다. 수정과 한 컵에 7000원이라는 사실에 두 번 놀랐지만, 아주 깊고 진한 수정과를 후루룩 후루룩 마시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메신저로 입장하라는 알림이 도착하고, 야심차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하리보 세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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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RIBO TM & © 2022. HARIBO Holding GmbH & Co. KG. All rights reserved

 

 

전시장 안을 들어가니,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기나긴 줄을 서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기다림에 대한 지루함도 싹 가셨다. 바로 출입구에서 모든 관람객들에게 하리보 젤리를 나눠줬기 때문이다. "전시가 다 끝난 후에 드셔야 합니다"라는 안내를 받고 설렘 한 스푼을 더 떠먹을 수 있었다.

 

드디어 하리보 세계로 입성. 지금까지 하리보를 본 장소는 편의점이나 마트였지만, 내가 들어온 곳은 하리보의 100년 역사가 담긴 하나의 세계(World)였다.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와 견주었을 때 하리보 월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형형색색의 하리보 친구들이 다양한 프레임과 모양으로 전시되어 있었고, 하리보의 조상이었던 초면인 캐릭터들까지 한 곳에 총집합했다.

 

하리보를 만들어오게 된 역사는 상상 이상으로 길고도 깊었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곰돌이 모양의 젤리가 나오기 전까지 여러 버전의 젤리를 만들고, 시험하고 시장에 선보인 과정이 수없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하리보 역사에 대한 전시와 더불어 화려한 미디어아트도 선보였는데, 나는 100주년 생일파티에 참석한 만큼 골드베렌과 하리보가 걸어온 여정에 더 눈길이 갔다. 미디어아트는 말할 것도 없이 아주 멋지고 화려해서, 촬영을 위해 관람객들이 또다시 대기에 대기를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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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IBO TM & © 2022. HARIBO Holding GmbH & Co. KG. All rights reserved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내가 하리보의 파티에 진짜 '참석'하고 있다는 감각이었다.

 

언젠가 마케팅 책을 보면서 요즘 시대에는 소비자들이 직접 경험하고 느끼는 체험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는데, 그 대목이 불현듯 뇌리를 스쳤다. '아, 나는 물리적으로 서울이 아니라 하리보 지역에 와있구나'. 지리적으로는 대한민국 서울에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이미 독일 어느 마을에 하리보가 살고 있는 홈타운으로 온 것만 같았다.

 

그말인 즉슨 현실인지 상상인지 구분할 수 없을만큼 이 공간 자체가 온전한 하리보 세계였다는 것이다. 은은하게 들려오는 귀여운 음악 소리와 곳곳에서 통통 튀는 모습으로 자리하는 하리보 가족들이 모든 감각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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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발걸음이 멈춘 공간이 있다. 바로 하리보를 만드는 실제 과정을 그대로 전시한 곳이다. 언뜻 보기에 단순한 곰돌이 모양처럼 보이는 하리보 젤리. 실은 수많은 연구와 과정 끝에 '장인 정신'으로 한 땀 한 땀 깎고 또 깎아 만들어졌다. 거친 나무판 위에 하리보를 조각한 칼이 덩그러니 놓여져있는 풍경. 이 광경을 보니 단순한 소비품으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서 100년의 역사에 존경의 마음까지 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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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하고, 포장지를 뜯고, 손으로 젤리를 집어 입으로 넣는 흐름을 반복한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로운 흐름을 접했다. 바로, 하리보를 손에 넣기 전의 과정이다. 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처럼 나오는 젤리도 최초에는 이렇게 정성이 가득 담긴 누군가의 손길을 거쳐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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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베렌의 젤리 식구들을 모두 모아 하나의 스토리를 표현한 것도 재밌었다. 위에서 보이는 사진은 사실 무릎을 꿇고 아주 공손한 자세로 미니어처들을 촬영한 것이다. 실제로는 이 구조물의 면적이 A4 용지보다 아주 약간 큰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직접 측정하지 않았으므로 기억은 정확하지는 않다.

 

유튜브에서 가끔 햄스터를 위해 2층 집을 만들어주거나 놀이터를 제작해 아주 작은 구조물을 만든 것을 보았는데,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아주 작디 작은 골드베렌 식구들을 위해 축소판으로 새로운 상업 현장이 만들어졌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얘네들끼리 진짜 살아가는 것 같잖아!"라는 말이 나오게끔 꽤나 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하리보들의 숨겨진(?) 일상을 표현했다.

 

어릴적에 인형들을 한 곳에 모아두고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만약 외출을 하는 동안에 인형들이 나와서 사람처럼 움직인다면 어떨까?' 세월이 지나 이것은 영유아만의 물활론적 사고라는 것을 명확히 알게 됐지만, 골드베렌은 그 상상의 세계를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 밖에도 현장에서 하리보를 주제로 한 AR 체험과 디지털 게임이 풍성하게 준비돼 있었다. 주말에 방문하여 그런지 관람객들이 아주 많았는데, 평일 오전이나 오후에 방문한다면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겠다.

 

"함께해요 모두 다! 행복해요 하리보!"를 온 감각으로 느끼고 싶다면, 주저말고 골든베렌의 100주년 생일 기념전 로 초대하고 싶다.



[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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