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는 어떻게 색을 볼까? – 컬러의 방 [도서]

색은 인간의 뇌와 우주가 만나는 곳이다. - 파울 클레
글 입력 2022.11.0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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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는 현대 사회에서 시각의 우위를 차지했으며 하나의 언어로 기능한다. 사회, 문화, 정치, 경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읽힐 수 있는 이미지는 그만큼 넓은 범위에서 생각할 수 있다. 이때 저자는 색을 이해하는 것이 이미지 문법의 가장 기초를 익히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우리는 색을 읽어낼 때 보통 직관적인 감각을 활용한다고 믿지만, 색에 담긴 문화적 배경과 역사적 맥락이 주는 정서적 힘에 영향을 받는다. 기술 발전에 따른 시각 기제들과 과학적으로 증명된 시각 작용, 철학적 인식론 등의 학제적인 탐구를 통해 “보는 행위는 곧 해석하는 것”과 같다는 사실이 더 이상 놀랍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시지각 이론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인간의 뇌는 인지적 기능을 통해 이미지의 맥락을 부여하기 때문에 망막에 맺힌 대상의 정체를 여러 수준의 시각 처리를 거쳐 파악하고 특정한 범주 안에서 이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시지각이 사실상 뇌가 대상을 창조해내는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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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철학자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색채론]에서 색을 인식하는 것은 과학적 현상이 아닌 주관적 해석이라고 쓴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괴테에 따르면 색은 빛의 물리적 움직임과 인간의 인식 기관이 상호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괴테의 대칭적인 색상환은 다분히 심리학적인 접근으로, 뉴턴이 정의한 “오직 한 종류의 광선”인 무지개의 색을 감정에 기반한 ‘플러스’와 ‘마이너스’로 나눈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다.


색채가 인간에게 지각되는 과정에 대한 연구는 빛을 인지하여 광학적인 사실주의 그림을 그렸던 인상주의, 단색의 점으로 인간의 시지각에서 혼합된 색을 보여준 분할주의 등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음 하나하나를 형태와 색채로 그렸던 칸딘스키는 괴테의 색채론에 영감을 받아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란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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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각 인식의 주관적 요소가 성모 마리아는 왜 파란색 옷을 입고 있는지, 보라색은 왜 신비로운 색이라 여기는지, 노란 수트를 입고 출근하면 왜 상사에게 “사무실에서는 그런 옷을 입으면 안 돼”라는 말을 듣는지에 대해선 충분한 답을 알려주지 못한다.

 

이전에 그 색을 먼저 선택했던 이들의 생각과 이유, 배경을 따라가며 다각도로 살펴보아야 한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 장소, 상황에 맞는 이미지 감각을 갖추고 판별할 줄 아는 안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컬러의 ‘방’을 만들어 문화, 예술, 사회와 같은 영역에서 해당 색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한다. 시대순이나 분야 별로 정리되지 않은 짤막한 글들은 색에 대한 각각의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도 살펴볼 수 있다.


성모 마리아의 파란색 옷은 당시 울트라 마린을 만들기 위한 청금석이 매우 귀했기 때문에 예수를 낳은 성모 마리아에게 성스러운 이미지를 부여하기에 가장 알맞은 색이었다. 구하기 힘든 만큼 값비싼 광석을 사용하여 만든 순수하게 파란색은 주문자의 권력이나 지위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특별한 색은 이후 토마스 게인즈버러, 바실리 칸딘스키, 샤갈, 이브 클랭 등의 예술가에 의해 이어져 왔다. 보라색은 이전부터 왕과 황제가 독점한 색이었기에 아무나 사용할 수 없는 신비로운 색으로 여겨지게 된 것이다.


독자는 색과 문화의 관계를 읽으며 이제 왜 사무실에서 노란 수트를 입으면 안 되는지 답을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색의 코드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윌북의 ‘컬러 시리즈’ 중 하나로 색을 다루는 문화적인 힘에 중점을 둔 [컬러의 방]뿐만 아니라, [컬러의 말] [컬러의 힘] [컬러의 일] [컬러의 시간]도 함께 읽길 권한다. 색의 이름을 공부하고 색의 연대기와 역할을 이해한다면 자신만의 색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문지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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