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스팔트 스토리 [영화]

마카담 스토리가 보여주는 연대의 과정
글 입력 2022.11.0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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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카담 스토리’는 서로 다른 세 가지 이야기로 진행된다.

 

(1) 2층에 사는 중년 남자 (스테른 코비츠)는 다리를 다쳐 휠체어 신세로, 그는 엘리베이터 수리비를 내지 않아 주민들 몰래 새벽에 엘리베이터를 탄다. 그는 우연히 집 근처 병원에서 근무 하는 간호사를 만나게 된다.

 

(2) 같은 아파트에 사는 소년 ‘샬리’의 옆집에 여배우 ‘잔 메이어’가 이사를 온다. 잔은 샬리에게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보여준다.

 

(3) 아파트 꼭대기 층에 사는 ‘하마다’는 아들이 수감 되어 홀로 생활 중이다. 그런 하마다에게 미국 우주 비행사 ‘존’이 찾아온다. 영화는 이렇게 주인공들이 타인을 만나 함께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홀로 있는 사람의 외로움, 타인과의 만남과 낯섦, 서로를 받아들이는 과정, 마지막으로 따뜻한 이별을 보여준다.

 

 

 

프레임이 전하는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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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카담 스토리’의 공간적 배경은 원제 ‘Asphalte’에 걸맞게 프랑스의 공업지대이다. 이 곳은 바닥도 천장도 전부 회색빛이며, 주인공들이 사는 아파트의 외관, 아파트 내부 벽, 심지어 엘레베이터의 색까지 전부 회색 빛을 띈다.

 

본디 영화의 주된 배경인 ‘아파트’의 개념은, 우리에게 연대보단 개인의 삶에 집중하는 현대를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공간적 배경은 홀로 사는 인물들의 외로움을 강조한다. 이렇듯 영화는 초반부부터 주인공을 철저히 외롭게 만든다.

 

특히 1.33대 1의 화면비는 인물들의 외로움을 더 극대화 시키는데, 여기서 1.33: 1 화면비란 대개 영화에서 사용하는 1.85: 1의 화면비보다 가로 폭이 더 좁고, ‘정사각형’에 가까운 화면 사이즈를 말한다. 이 좁은 화면비는 주인공 외의 무언가가 프레임에 등장하는 것을 최소화시킨다.

 

그렇기에 화면 속 주인공은 철저히 혼자가 된다. 영화는 초반부까지 절대로 한 화면에 두 사람을 함께 담지 않는다. 우리는 영화 시작부부터 이렇게 회색공업지대에 홀로 있는 인물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들이 함께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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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마카담 스토리’는 결코 외로움만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누군가가 타인과 연대하는 따뜻한 과정을 볼 수 있다.

 

2층 남자 ‘스테른 코비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코비츠는 간밤에 음식을 구하러 나갔다가 우연히 간호사를 만나는데, 이들의 첫 만남은 매우 흥미롭게 보여진다. 보통 우리가 보는 영화는 먼저 대화 하는 두 사람을 함께 보여준 후, 말하는 사람을 한 명씩 번갈아 보여준다.

 

하지만 ‘마카담 스토리’는 그 순서를 뒤집는다. 화면 속에서 홀로 말하는 ‘코비츠’, 그리고 코비츠에게 대답하는 ‘간호사’를 번갈아 보여주고, 이들의 대화가 마무리될 때쯤에서야, 비로소 둘을 함께 화면에 담아낸다. 처음 만난 타인에게 낯섦을 느끼고 받아들이지 못하던 인물들이, 어느새 서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듯 주인공들의 화면 속에 계속해서 누군가가 들어온다. 마치, 홀로 생활하는 하마다의 화면 속에 우주 비행사 ‘존’이 들어온 것처럼 말이다.

 

 

 

의도된 개연성과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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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주 비행사 ‘존’이 프랑스 아파트의 옥상에 불시착한다. 그리고 ‘코비츠’가 간호사를 만나러 가면서 탄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난다. ‘샬리’의 옆집 여자 ‘존 메이어’가 난데없이 엘리베이터 문을 고치고 있다. 이렇게 영화는 주인공과 타인의 만남을 갑작스러운 우연처럼 보여준다. 결코 어떠한 전조나 암시도 없이 말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새로운 누군가를 만날 때, 우리는 절대 그 만남을 예측할 수도, 미리 알 수도 없다. 우리의 삶에서 새로운 이와의 만남은 언제나 갑작스러우며 개연성 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마치 우주비행사 ‘존’이 아파트 옥상에 불시착하여 ‘하마다’를 만난 것처럼 말이다.

 

영화는 이렇게 의도적으로 개연성을 없애지만, 한편으론 의도적인 연결을 만들기도 한다. 글의 시작부에서 언급한 세 가지 이야기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대표적으론 하늘이 있다. 모든 인물들은 계속해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때 하늘은 언제나 ‘구름이 가득 찬 회색빛 하늘’이다.

 

이외에도 옥에 티처럼 등장하는 아파트의 낙서 자국, 지나가는 파란색 스포츠카 등은 세 가지 이야기에 반복적으로 등장하여 서로 다른 이야기 사이에 공통점을 만든다. 영화는 이를 통해 인물들 사이에 작은 연대를 형성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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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공통점은 ‘울음소리’다. 불현듯 들리는 소음에 코비츠와 간호사는 두려움에 떨며 –아기 울음소리- 같다고 말한다. 샬리는 –호랑이 울음소리-라고 하며, 하마다는 –악령소리- 라고 말한다. 이 정체불명의 소음은 주인공들이 타인을 만날 때마다 등장하는데, 이들은 언제나 두려움 섞인 추측을 한다.

 

과연 소리의 정체는 무엇일까? 정말로 악령소리 일까? 사실 별 게 아닐지도 모른다. 바람 소리일 수도 있고, 문이 부딪히는 소리일 수도 있다. 실제로 영화는 이 소리의 실체를 알려주는데, 그것은 정말 사소한 것 이었다.

 

우리가 타인을 만나는 과정도 이와 같다. 지금 우리의 소중한 사람도 처음엔 낯선 타인이었으며, 돌이켜보면 그때의 낯섦과 두려움은 별 게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 두려워하지 않길 바란다. 부디 새로운 환경에 놓여져도 두려워하지 않길 바란다. 모든 게 낯선 곳에 불시착한 ‘존’이 [모든 어둠 뒤엔 위대한 빛이 있어] 라고 말했던 것처럼, ‘마카담 스토리’가 견고히 보여준 연대의 과정이 당신에게 따뜻하게 전해지길 바란다.

 

   

  

묘사하는 마음 : 연대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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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절며 겨우 벽에 기대 서 있는 ‘코비츠’. 흐트러진 정장 차림인 그의 손에 카메라가 들려 있다. 오래된 필름 카메라다. 그렇게 서 있는 코비츠의 왼편에는 한 여성이 서 있다. 이 여성은 코비츠가 간밤에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간호사다. 그녀는 추운 듯 코트로 몸을 여민 채, 코비츠를 바라보고 있다. 코비츠는 필름 카메라를 그녀를 향해 들어 올린다. 이들은 병원 입구가 자리할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는데, 코비츠는 카메라를 든 채 다리를 질질 끌며 그녀에게 다가간다.

 

코비츠는 카메라로 그녀를 본다. 곧 코트를 벗어달라고 말한다. 파란색 꽃잎이 가득한 원피스가 보인다. 그들 옆, 분홍색 벽이 여자의 파란 원피스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여자가 추위에 떨며 울상을 짓는다. 코비츠도 아픈 다리 때문에 울상이 된다. 곧 코비츠가 ‘웃어 달라’ 하자, 여자는 –웃겨 달라- 한다, 사진을 찍던 코비츠는 사실 카메라에 필름이 없다고 말한다. 여자가 웃자, 코비츠도 웃는다.

   

 

[김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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